물결 따라 흐르는 자유의 춤



'데프리다'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더 많은 이에게 프리다이빙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는 김미림 강사.
그녀의 경험과 통찰은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한계 없는 도전 정신에 대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물속에서 찾은 새로운 비전과 모든 이에게 열린 프리다이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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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f_freediving




Q 우선 제가 수어를 하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텍스트로 말하듯 편하게 인터뷰할 수 있게 구성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 원래 수중 활동을 좋아했나요?

네. 수영은 못해도 물놀이하는 것은 엄청 좋아했어요.



Q 프리다이빙은 언제 시작했나요? 

세계여행 중 이집트 다합에서 처음 프리다이빙을 접했어요. 다합에서 처음에는 스쿠버다이빙을 10일 정도 배웠는데,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러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에서 만난 분이 프리다이빙 강사 과정을 밟는 걸 보고 프리다이빙을 알게 되었죠.
프리다이빙을 처음 배우고 나서는 정말 신기했어요. 사람들이 물속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이해가 갔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물속 환경에 적응하는 게 놀라웠어요. 그때 느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했습니다. 프리다이빙의 매력에 푹 빠지는 순간이었죠.



Q 잠깐만요, 세계여행 중이었다고요?

네, 맞아요. 세계여행 전에는 바리스타로 시작해 네일 아트 분야에서 일했고, 인천농아청년회에서 4년간 활동했어요. 하지만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삶에 대한 고민이 생겼죠. 그때가 스물세 살이었을 거예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 친구의 제안으로 세계여행을 떠났어요. 20대의 열정으로 무작정 떠난 이 여행이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Q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위해 떠났군요. 의지와 실행력이 멋진걸요! 그런데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프리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은 잠수 목적이 같지만 동작과 장비 특성상 다른 점이 많아요. 간단히 말하면 프리다이빙은 호흡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숨을 참으며 잠수하는 것이고, 스쿠버다이빙은 호흡 장비에 의존해 잠수하는 거예요.
프리다이빙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 롱핀을 사용해 초속 1m 정도 속도로 움직이고, '내 호흡으로 얼마나 깊이 내려가냐'는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스포츠'라는 느낌이 커요. 마스크, 스노클, 그리고 핀만 있으면 언제든 다이빙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죠.
반면 스쿠버다이빙은 빠른 이동보다는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롱핀을 사용하지 않고 오리발을 사용해요. 이 때문에 아름다운 산호를 관찰하기 좋습니다. 그래서 성취감이 큰 프리다이빙의 매력이 더 와닿는 거예요. 



“프리다이빙은 정말 신기한 스포츠예요. 자기 내면을 탐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게 해줘요.”






Q 아이다(AIDA) 강사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는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었어요. 특히 수심, 다이내믹(수평 잠영), 스태틱(숨 참기) 모두 큰 도전이었습니다. 게다가 '농식 레스큐'를 고안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죠. 

*아이다(AIDA,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Development of Apnea)는 세계 최초의 비영리 프리다이빙 협회다. 국제 대회 주최, 교육 및 심판 양성, 공인 기록 인증, 자격증 발급 등 프리다이빙 분야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Q 농식 레스큐는 무엇인가요?

농인을 위해 제가 만든 특별한 구조 방식이에요. 소리 대신 시각적 신호나 촉각을 이용한 의사소통 방식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했죠. 일반적 구조 방식을 농인의 특성에 맞게 변형하고 개선했습니다. 



Q '세계 최초' 농인 아이다(AIDA) 강사라는 타이틀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솔직히 이 타이틀에 대해서는 양면적인 감정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기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까움도 있죠. 저는 그동안 '농인'이라는 인식 없이 그저 김미림으로서 열심히 노력해왔어요. 강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아이다(AIDA) 교육위원장이자 제 스승님이 '최초'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복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왜 나 혼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말고도 충분히 자격을 딸 수 있는 농인이 있을 텐데요. 무조건 좋은 타이틀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봐요. 오히려 앞으로 더 많은 농인이 이 분야에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deaf_freediving




Q 이전 인터뷰에서 “프리다이빙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프리다이빙은 릴랙스가 핵심인 스포츠예요. 수심을 탈 때마다 오로지 내게 집중하며 내려가거든요. 이때 보디 스캔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몸 곳곳의 긴장을 살피고 풀어주는 거예요. 숨을 참으면 이산화탄소(CO₂)가 쌓이는데, 이게 중요해요.

보통 사람들은 산소가 부족해 숨을 참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반대예요. 누구나 산소포화도가 96~99%로 충분하거든요. 다만 CO₂가 쌓이는 걸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에요. 이건 정말 자기와의 싸움, 심리전이죠. 잘 이겨내면 2분 넘게 숨을 참을 수 있고, 훈련된 다이버는 5~9분까지 가능해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돼요. 수면 위 걱정을 두고 물속에 들어가면 평소 보이지 않던 내면이 보이기도 하죠. 마치 혼자 우주 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프리다이빙은 정말 신기한 스포츠예요. 자기 내면을 탐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게 해주죠. 



Q 프리다이빙을 통해 자신에 대해 어떤 새로운 점을 발견했나요?

한계에 도달할 때도 버틸 수 있는 끈기를 발견했어요. 프리다이빙은 신체적·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게 하는데, 이런 순간을 통해 제 내면의 강인함을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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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비장애인 강사에게 배웠을 텐데, 어떻게 소통했나요?

레벨 2·3·4를 한국의 유명 강사님께 배울 때는 이론 수업에서 텍스트로 소통했고, 실제 프리다이빙을 할 때는 보디랭귀지와 입 모양 읽기를 활용했어요. 강사 과정은 영국 강사님께 배웠는데, 이때는 번역기와 보디랭귀지를 함께 사용했고요. 



Q 강사가 된 후 취업 등 관련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대처하며 헤쳐나갔나요?

먼저 주변 강사님들께 조언을 구하고 시장 상황을 파악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전략을 수립했죠. 수중촬영은 독학으로 배웠고, 유튜브와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면서 자체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갔어요. 이러한 노력을 통해 관련 분야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Q 프리다이빙 강습 영상을 봤어요. 수중에서 수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정말 특별하고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수어는 언어의 한 종류예요. 물속에서 수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고요. 이로 인해 수업 시 수면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적고, 주로 스노클을 물고 물속에서 의사소통합니다. 또 수심에서 학생의 자세나 피닝(핀차기)이 잘못되었을 때 즉시 지적할 수 있고, 학생들이 자신의 상태를 쉽게 전달할 수 있어 효과적이에요. 



Q 농인뿐 아니라 물 공포증이 있는 청인도 수어 소통을 한다면 더욱 안심하며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청인 다이버에게도 기본적인 수중 수어를 가르치나요?

맞습니다. 청인 다이버에게 기본 수어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시범', '릴랙스', '천천히', '괜찮다', '아프다' 등. 



“다른 농인들에게 프리다이빙 강사가 되는 꿈을 심어주고 싶어요.
제가 세계 유일의 농인 프리다이빙 강사로 남길 원치 않기 때문이죠.” 






Q '데프리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데프리다는 제가 직접 결성한 프리다이빙 관련 커뮤니티입니다. 강사와 수강생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어요. 이 커뮤니티의 주요 목적은 프리다이빙 버디를 찾고, 투어를 홍보하며,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거예요. 데프리다는 프리다이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함께 활동하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현재는 다양한 멤버로 구성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강사로만 구성된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계획이 있어요. 



Q 데프리다의 뜻이 궁금합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이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바닷속에서 수어의 소통은 제한적이지 않고 자유롭다’는 의미를 지녔죠. 로고도 만들었는데, 다이빙의 수형(手形) 형태를 단순화해 디자인했습니다. 이 이름과 로고를 통해 농인 프리다이버의 자유로운 소통과 활동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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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호흡법을 익히면 몇 분까지 숨을 참을 수 있나요? 그리고 강사님의 현재 수심 기록은요? 

호흡 주기를 잘 익히면 대부분 2분 이상 숨을 참을 수 있습니다. 제 학생 중에는 5분 이상 기록을 낸 경우도 있었죠. 수심 기록의 경우 제 대회 기록은 48m고, 개인 기록은 50m입니다. 최근에는 교육에 집중하느라 깊은 수심에 도전하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에는 트레이닝에 집중해 기록 경신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Q 프리다이빙의 운동 효과는 어떤가요?

프리다이빙은 다양한 운동 효과가 있어요. 우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됩니다. 유산소와 무산소운동의 경계에 있어 두 가지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죠. 관절에 부담이 적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수영이나 헬스와 달리 과도하게 힘들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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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연도 하고 있어요. 강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기억에 남는 강연 경험이 있나요?

강연을 하는 주된 이유는 다른 농인에게 프리다이빙 강사가 되는 꿈을 심어주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세계 유일의 농인 프리다이빙 강사로 남길 원치 않기 때문이죠. 또 프리다이빙을 통해 경험한 행복한 기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강연을 하게 되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강연은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주최한 국제 교류 인재 양성 교육에서의 경험인데요. 일반적으로 40분 정도로 끝나는 강연을 2시간 가까이 진행했는데, 청중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끝까지 관심을 보여 매우 감사했습니다. 



Q 강사님은 자유로운 데다 호기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도전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빛내는 것 같은데, 이런 시각에 동의하시나요? 또 배리어프리에 대한 생각과 스스로 실천 중인 배리어프리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그저 '김미림'으로서 살아왔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강사 자격증 취득 후 주변에서 제가 ‘배리어프리’가 되었다고 하는데, 좋은 의미로 이야기해주신 것은 알지만 저에게는 부정적으로 와닿더라고요. 김미림이라는 자체가 아닌 장애인 김미림을 '장애 극복', '장애인 최초 강사', '언어 장벽 극복' 등으로 말하고 있어요. 정작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 비장애인이 외국인과 만나면 다른 언어를 쓰거나 번역기를 돌려서 소통하는 것처럼 다른 언어를 쓸 뿐인데 이게 ‘극복’으로 보여서 안타까워요.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은 그저 내가 원해서, 하고 싶어서 하는 것 뿐입니다. 






Q 20대에 시작한 여행과 도전의 여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지금 어떤가요? 또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덕분에 잊고 있던 그때의 다짐, 여정이 떠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제 목표는 두 가지예요. 첫째, 현재 마스터 강사 단계에서 더 나아가 강사 트레이너(강사훈련관)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른 농인 강사를 양성하고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둘째, 국제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국제수화를 구사하는 외국인도 가르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프리다이빙 강사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프리다이빙 교육의 범위를 확장하고, 더 많은 농인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유명은
사진 정재환(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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