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있고, 모래시계 공원과 정동진시간박물관이 있는 곳. 휠체어를 타고 떠난 정동진 여행에서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정동진역 철길
시간은 유효하고 끊임없이 순환한다. 모든 것은 소멸을 향해가는 과정일 뿐, 누구나 주어진 시간 내 안식처에 도착한다. 시간이 그것을 증명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서로의 존재는 시간으로 묶여 있다. 그렇기에 행복한 꿈만 꾸기에도 삶은 너무도 짧고 유한하다. 생성되는 시간을 찾아 8시 열차를 탔다. 열차는 시공간을 뚫고 소리 없이 빠져나간다. 어느덧 환승해야 할 강릉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정동진역으로 향했다. 1시간 남짓 정동진역으로 가는 길엔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위) 정동진역 / 모래시계 공원 가는 데크길 / 정동진역 안에 있는 휠체어 충전기 (아래) 모래시계
정동진역에 도착해 바다를 만났다.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정동진역은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매일 청량리역에서 정동진역까지 해돋이 열차가 운행된다. 열차를 기다리며 승강장 벤치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정동진역은 낭만 가객의 필수 코스다. 정동진은 광화문에서 정 동쪽에 위치한 나루터 마을이란 뜻이다. 정동진역은 다양한 테마의 공원이 조성돼 있고, 모래시계 소나무와 정동진 시비, 레일바이크가 있다. 레일바이크 승강장은 접근성이 좋지만 전동휠체어를 탄 채 레일바이크에 오를 수 없어 옮겨 앉아야 한다. 플랫폼을 나와 정동진역 안으로 갔다. 대합실은 여전히 작고 소박한 공간이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TV를 보며 연신 시계를 바라본다. 대합실 안에는 전동휠체어 충전기 등 다양한 편의 시설과 정보가 갖춰져 있다. 역사를 빠져나와 모래시계 공원으로 갔다. 모래시계 공원은 열린 관광지라 접근성이 좋다. 모래시계 공원 가는 길은 데크로 이어져 있으며, 공원까지 연결된다.
시간 박물관
객차로 조성된 정동진의 명소다. 하지만 휠체어 탄 여행객은 기차와 연결된 전망대 2층까지만 승강기를 타고 접근이 가능하다. 전망대에 들어서는 순간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시작된다. 가끔 시간을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잠시라도 세상이 조용해졌으면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거나 미래로 빠르게 돌려 운명을 바꾸는 장면이 있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졌거나 혹은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에 사는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미래를 예언하는 것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예언가들은 21세기엔 손끝에서 세상을 보면서 소통하고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세상은 지금 현실이 되었다. 만약 “남은 날이 딱 하루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게 시간이 딱 하루만 남겨진다면 조용히 뒤돌아보는 시간으로 채울 것 같다. 그동안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전망대를 나오면 바다를 배경으로 휠체어 탄 여행객도 접근 가능한 포토 존이 있다. 네모난 액자 속에 바다를 들여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액자 조형물은 여행지마다 형태가 다양한데,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액자를 보니 생각의 틀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내 생각의 틀은 어떤 형태인지 궁금해진다. 생각의 틀이 생기면 좀처럼 벗어나기 쉽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생각의 틀에 갇힌 것에서 기인한다. 그 틀을 깨기 위해 장애 인식 개선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인식의 오류를 드러낼 때마다 한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탑을 다시 공들여 쌓기 위해 장애인들은 자신을 노출하며 끊임없이 노력한다.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고 모래시계 광장으로 갔다. 모래시계 광장에는 커다란 원형 모래시계가 있다. 모래시계는 새천년을 맞아 희망과 발전을 기원하며 세운 조형물이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모래 알갱이가 일정하게 떨어지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광장에는 증기기관차로 만든 정동진시간박물관과 카페가 있다. 멈춰 있는 정동진시간박물관 기차는 무지갯빛 여덟 량으로 구성돼 있다. 시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무심코 흘려보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증기기관차에는 경사로가 마련돼 있어 도움 벨을 누르면 직원이 나와 도와준다. 다만 정동진시간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현장에 비치된 수동휠체어로 갈아타야 한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걸 포기했다. 휠체어는 자신의 장애 상태에 맞게 세팅돼 있기에 다른 휠체어로 옮겨 타면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데다 휠체어 컨트롤이 서툴러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다시 바다 부채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위) 바다 전망대 (아래) 전망대 소녀상
바다 부채길 가는 길엔 이정표가 잘돼 있어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일월교를 지나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다 보면 바다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끝 광장에 있는, 바다를 응시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소녀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소녀가 응시하는 건 바다 위에 있는 조형물 같다. 바다 위 조형물은 낚싯대와 비슷하지만 기능이 전혀 다른 해시계다. 사각형 해시계 바닥은 그림자가 걸치는 시간이 정확하다. 바닷물이 검게 보이는 곳은 해변 모래를 보호하는 수중방파제가 있는 지역이라 어선 등 선박에 조형물이 있다고 경고하는 구조물을 겸한다.
썬크루즈 호텔 리조트
바다 전망대를 빠져나와 부채길로 갔다. 바다 부채길 절벽 위에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갔다는 ‘썰’을 배경으로 만든 썬크루즈 호텔 & 리조트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정동진 썬크루즈 호텔 & 리조트는 조선소에 특별 주문한 실제 '배'라고 한다. 썬크루즈 호텔 & 리조트는 정동진 조각공원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사계절 푸른 동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왼쪽) 바다 부채길 (오른쪽) 부채길 계단 전망대 계단 위의 풍경이 아무리 근사해도 휠체어를 탄 사람에겐 별로다.
바다 부채길은 정동 매표소에서 전망 타워, 몽돌해변, 부채바위, 투구바위, 몽돌해변 광장, 해상 광장, 심곡 매표소까지 3km 남짓 해안 절벽에 데크길이 이어진다.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놓은 모양과 비슷해 부채길이라고 한다. 그동안 해안 경비로 닫혀 있던 곳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천혜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부채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소원길 돌탑
정동 매표소를 지나면 해상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화장실이 있지만, 장애인 화장실은 없다. 해상 광장을 지나면 몽돌해변 광장이 나온다. 몽돌해변 광장에는 요즘 유행하는 천국의 계단이 있다. 하지만 계단과 휠체어를 탄 사람은 상극이다. 계단 위 풍경이 제아무리 근사해도 휠체어를 탄 사람에겐 별로다. '여우와 포도' 이야기처럼. 이곳에 있는 빨간색 자동차도 조형물이다. 차량을 이곳까지 어떻게 옮겼는지 궁금해진다. 다시 발길을 옮기니 소원길에 돌탑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소망을 담아 정성껏 돌탑을 쌓는다. 소원길 돌탑을 끝으로 휠체어를 탄 여행객은 되돌아가야 한다. 여기서부터 계단이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온 길을 되돌아 나오면서 여정의 목적지가 눈앞에 보인다. 부채길은 넓은 바다가 아늑하게 감싸고 자연과 함께 호흡할 줄 아는 사람들의 지혜가 깃든 곳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고 싶다.
여행 정보
가는 길
KTX 정동진역에서 하차 ※ 장애인 콜택시 이용 시: 강원도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 1577-2014
접근 가능한 식당
정동진역, 일월교 근처 다수
접근 가능한 화장실
정동진역, 모래시계 공원 등 다수
접근 가능한 숙소
썬크루즈 호텔 & 리조트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50-39 문의: 033-610-7000
글・사진 전윤선
PROFILE
전윤선 휠체어를 타고 제주 올레길 완주를 비롯해 유럽, 북미, 아시아, 호주 등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방송, 칼럼, 강연을 통해 세상과 여행담을 나누며 무장애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가 있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있고, 모래시계 공원과 정동진시간박물관이 있는 곳.
휠체어를 타고 떠난 정동진 여행에서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정동진역 철길
시간은 유효하고 끊임없이 순환한다. 모든 것은 소멸을 향해가는 과정일 뿐, 누구나 주어진 시간 내 안식처에 도착한다. 시간이 그것을 증명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서로의 존재는 시간으로 묶여 있다. 그렇기에 행복한 꿈만 꾸기에도 삶은 너무도 짧고 유한하다. 생성되는 시간을 찾아 8시 열차를 탔다. 열차는 시공간을 뚫고 소리 없이 빠져나간다. 어느덧 환승해야 할 강릉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정동진역으로 향했다. 1시간 남짓 정동진역으로 가는 길엔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위) 정동진역 / 모래시계 공원 가는 데크길 / 정동진역 안에 있는 휠체어 충전기
(아래) 모래시계
정동진역에 도착해 바다를 만났다.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정동진역은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매일 청량리역에서 정동진역까지 해돋이 열차가 운행된다. 열차를 기다리며 승강장 벤치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정동진역은 낭만 가객의 필수 코스다. 정동진은 광화문에서 정 동쪽에 위치한 나루터 마을이란 뜻이다. 정동진역은 다양한 테마의 공원이 조성돼 있고, 모래시계 소나무와 정동진 시비, 레일바이크가 있다. 레일바이크 승강장은 접근성이 좋지만 전동휠체어를 탄 채 레일바이크에 오를 수 없어 옮겨 앉아야 한다. 플랫폼을 나와 정동진역 안으로 갔다. 대합실은 여전히 작고 소박한 공간이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TV를 보며 연신 시계를 바라본다. 대합실 안에는 전동휠체어 충전기 등 다양한 편의 시설과 정보가 갖춰져 있다. 역사를 빠져나와 모래시계 공원으로 갔다. 모래시계 공원은 열린 관광지라 접근성이 좋다. 모래시계 공원 가는 길은 데크로 이어져 있으며, 공원까지 연결된다.
시간 박물관
객차로 조성된 정동진의 명소다. 하지만 휠체어 탄 여행객은 기차와 연결된 전망대 2층까지만 승강기를 타고 접근이 가능하다. 전망대에 들어서는 순간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시작된다. 가끔 시간을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잠시라도 세상이 조용해졌으면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거나 미래로 빠르게 돌려 운명을 바꾸는 장면이 있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졌거나 혹은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에 사는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미래를 예언하는 것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예언가들은 21세기엔 손끝에서 세상을 보면서 소통하고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세상은 지금 현실이 되었다. 만약 “남은 날이 딱 하루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게 시간이 딱 하루만 남겨진다면 조용히 뒤돌아보는 시간으로 채울 것 같다. 그동안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전망대를 나오면 바다를 배경으로 휠체어 탄 여행객도 접근 가능한 포토 존이 있다. 네모난 액자 속에 바다를 들여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액자 조형물은 여행지마다 형태가 다양한데,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액자를 보니 생각의 틀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내 생각의 틀은 어떤 형태인지 궁금해진다. 생각의 틀이 생기면 좀처럼 벗어나기 쉽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생각의 틀에 갇힌 것에서 기인한다. 그 틀을 깨기 위해 장애 인식 개선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인식의 오류를 드러낼 때마다 한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탑을 다시 공들여 쌓기 위해 장애인들은 자신을 노출하며 끊임없이 노력한다.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고 모래시계 광장으로 갔다. 모래시계 광장에는 커다란 원형 모래시계가 있다. 모래시계는 새천년을 맞아 희망과 발전을 기원하며 세운 조형물이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모래 알갱이가 일정하게 떨어지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광장에는 증기기관차로 만든 정동진시간박물관과 카페가 있다. 멈춰 있는 정동진시간박물관 기차는 무지갯빛 여덟 량으로 구성돼 있다. 시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무심코 흘려보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증기기관차에는 경사로가 마련돼 있어 도움 벨을 누르면 직원이 나와 도와준다. 다만 정동진시간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현장에 비치된 수동휠체어로 갈아타야 한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걸 포기했다. 휠체어는 자신의 장애 상태에 맞게 세팅돼 있기에 다른 휠체어로 옮겨 타면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데다 휠체어 컨트롤이 서툴러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다시 바다 부채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위) 바다 전망대
(아래) 전망대 소녀상
바다 부채길 가는 길엔 이정표가 잘돼 있어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일월교를 지나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다 보면 바다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끝 광장에 있는, 바다를 응시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소녀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소녀가 응시하는 건 바다 위에 있는 조형물 같다. 바다 위 조형물은 낚싯대와 비슷하지만 기능이 전혀 다른 해시계다. 사각형 해시계 바닥은 그림자가 걸치는 시간이 정확하다. 바닷물이 검게 보이는 곳은 해변 모래를 보호하는 수중방파제가 있는 지역이라 어선 등 선박에 조형물이 있다고 경고하는 구조물을 겸한다.
썬크루즈 호텔 리조트
바다 전망대를 빠져나와 부채길로 갔다. 바다 부채길 절벽 위에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갔다는 ‘썰’을 배경으로 만든 썬크루즈 호텔 & 리조트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정동진 썬크루즈 호텔 & 리조트는 조선소에 특별 주문한 실제 '배'라고 한다. 썬크루즈 호텔 & 리조트는 정동진 조각공원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사계절 푸른 동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왼쪽) 바다 부채길
(오른쪽) 부채길 계단 전망대
계단 위의 풍경이 아무리 근사해도 휠체어를 탄 사람에겐 별로다.
바다 부채길은 정동 매표소에서 전망 타워, 몽돌해변, 부채바위, 투구바위, 몽돌해변 광장, 해상 광장, 심곡 매표소까지 3km 남짓 해안 절벽에 데크길이 이어진다.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놓은 모양과 비슷해 부채길이라고 한다. 그동안 해안 경비로 닫혀 있던 곳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천혜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부채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소원길 돌탑
정동 매표소를 지나면 해상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화장실이 있지만, 장애인 화장실은 없다. 해상 광장을 지나면 몽돌해변 광장이 나온다. 몽돌해변 광장에는 요즘 유행하는 천국의 계단이 있다. 하지만 계단과 휠체어를 탄 사람은 상극이다. 계단 위 풍경이 제아무리 근사해도 휠체어를 탄 사람에겐 별로다. '여우와 포도' 이야기처럼. 이곳에 있는 빨간색 자동차도 조형물이다. 차량을 이곳까지 어떻게 옮겼는지 궁금해진다. 다시 발길을 옮기니 소원길에 돌탑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소망을 담아 정성껏 돌탑을 쌓는다. 소원길 돌탑을 끝으로 휠체어를 탄 여행객은 되돌아가야 한다. 여기서부터 계단이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온 길을 되돌아 나오면서 여정의 목적지가 눈앞에 보인다. 부채길은 넓은 바다가 아늑하게 감싸고 자연과 함께 호흡할 줄 아는 사람들의 지혜가 깃든 곳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고 싶다.
여행 정보
※ 장애인 콜택시 이용 시: 강원도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 1577-2014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50-39
문의: 033-610-7000
글・사진 전윤선
PROFILE
전윤선
휠체어를 타고 제주 올레길 완주를 비롯해 유럽, 북미, 아시아, 호주 등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방송, 칼럼, 강연을 통해 세상과 여행담을 나누며 무장애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