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수원화성. 정조의 효심이 깃든 열린관광지에서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만끽하며 봄날의 여유를 누려보자.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사방에서 봄꽃 축제가 펼쳐진다. 수원화성에도 천지가 봄으로 가득하다. 팔달산 산자락에 움트는 봄에 이끌려 자석처럼 수원화성으로 향한다. 문득 이 아름다운 봄을 붙잡을 수는 없을까 하는 헛된 생각을 해본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봄날이 있다. 내겐 지금 이 시간이 바로 그 봄날이다. 푸릇푸릇한 청춘의 시간과 노을처럼 기억될 황혼의 시간이 쌓인 기억 창고 속에 봄날을 가득 채워본다.
수원화성 성곽의 옛 건축물과 봄꽃의 조화는 보는 순간 마음에 확 꽂힌다. 모두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열린관광지로 선정되면서 매년 찾는 곳이지만, 갈 때마다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 교통수단도 용이하다. 수원역, 광교역, 수원시청역에서 내려 장애인 콜택시를 타면 금방이다. 그뿐이 아니다. 수원역에서 수원화성까지 가는 저상버스도 다양하게 운행한다. 지금, 수원화성은 봄맞이가 한창이다. 햇살은 은혜롭게 내리쬐고 사람들은 봄의 여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수원화성은 하루가 짧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아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어디서부터 둘러봐야 할지 고민하다 화성행궁 광장부터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다. 평지라 휠체어 탄 관광 약자도 무난하게 둘러볼 수 있는 화성행궁 광장은 정조 때 다양한 위민 정치와 문화 행사가 이루어진 역사적 공간이다. 광장 바닥에는 임금이 내린 쌀을 받고 기뻐하는 백성을 표현한 그림이 도자기판으로 표현돼 있다. 200년 전 정조가 백성과 하나 되는 자리를 만든 화성행궁 광장은 성 안팎의 다양한 문화 접속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열린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지금도 시시때때로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광장 바닥에는 무예24기의 동작을 표현한 죽장창, 장창 등의 블록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예24기의 동작을 담은 화성행궁 광장 바닥
광장을 지나 화성행궁을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화성행궁은 1789년(정조 13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지금의 팔달산 아래로 옮기면서 관청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했다. 행궁은 왕이 수원에 내려오면 머무는 작은 궁이었다. 이곳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치를 만큼 조선 시대 전국의 행궁 중 규모가 가장 크고 격식이 잘 갖춰진 곳이다.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마당에서는 무예24기 공연이 펼쳐진다. 화성행궁은 열린관광지로 조성돼 휠체어 탄 장애인, 노인 등 관광 약자에게도 접근성이 뛰어나다. 신풍루를 지나면 행궁의 크기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봉수당을 비롯해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머물던 장락당, 정조가 늙은 뒤 머물 곳을 대비해 지은 노래당까지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정전인 봉수당은 왕권을 상징하는 편전 역할을 하던 곳으로, 경사로가 있어 휠체어 탄 관람객도 문제없이 접근 가능하다. 행궁 전각 문 모두 마치 처음부터 경사로를 조성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접근성에 만전을 기했다. 행궁에는 옛날 쌀통인 뒤주도 있다. 사도세자 ‘이선’은 아버지의 명으로 뒤주(쌀통)에 갇혀 있다 숨을 거두었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정조의 심정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화성행궁을 지은 것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화성행궁 정전인 봉수당
화성행궁은 열린관광지로 조성돼 휠체어 탄 장애인, 노인 등도 둘러보기 좋다.
화성행궁 안에 있는 뒤주.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 ‘이선’은 뒤주 속에서 숨졌다.
화성행궁을 나와 행리단길로 향했다. 행리단길은 행궁동의 감성적 핫 플레이스다. 화서문과 장안문 사이 골목으로, 맛과 멋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길이다. 이색 카페와 식당, 와인 바, 공방, 한옥 기술 전시관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다. 행리단길은 조선 최초의 여성 화가 나혜석 생가 터와 나혜석길도 있다. 나혜석은 일제강점기에 화성 행궁동에서 태어났다. 나혜석에게 붙어 있는 수식어는 매우 다양한데 화가이자 작가, 시인, 조각가, 여성운동가, 사회운동가, 언론인 등 신여성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왕의 길 1코스까지 혼합돼 있으니 행리단길의 매력에서 헤어날 재간이 없다. 현재 나혜석 생가 터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 표지판을 봐야 생가 터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카페에 턱이 있어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행리단길 입구에 있는 조형물
나혜석 생가 터 표지
나혜석길을 따라 걷다 보면 화서문이 나온다. 화서문은 수원화성 서쪽 문으로, 소박해 보이는 성문이다. 화서문 쪽에서 장안문까지 성벽길로 산책할 수 있고, 휠체어 탄 사람도 성곽길을 갈 수 있지만 3m 정도 경사길이라 도움이 필요하다. 화서문 밖으로 나가면 장안문까지 성벽을 끼고 장안공원이 펼쳐진다. 장안공원도 열린관광지인 데다 평지라 공원에서 봄날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장안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봄을 온몸으로 느끼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이곳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싶을 만큼 봄 햇살이 아름답게 쏟아진다. 눈이 절로 감긴다. 잠시 햇빛을 쬐며 휠체어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싶다. 그러다 봄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면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뒤 나른한 오후 산책을 즐기고 싶다. 멀리서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목련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새 신부처럼 수줍게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정신을 차리고 장안문으로 향했다. 장안문은 화성행궁의 북쪽 문으로 4개의 문 중 가장 화려하다. 장안문에서 성곽을 끼고 화홍문까지 가다 보면 화성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화홍문은 수원천 위에 조성한 문이다. 화홍문 근처에는 왕의 연못인 '용연'이 있다. 정조는 용연을 조성하면서 연못 한가운데에 섬을 만들었다. 섬은 오리 가족의 쉼터가 되어준다. 용연에 비치는 방화수류정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아서 사진작가들의 출사 장소로 인기 있다. 방화수류정으로 오르는 성곽 문이 있지만 계단이라 화홍문으로 발길을 돌려 화성의 동문이 있는 연무대로 발길을 옮겼다.
화서문
장안문
장안문과 화홍문 사이 성벽길
왕의 연못인 ‘용연’
활을 쏘고 연을 날리는 연무대는 널찍한 평지라 휠체어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 가능하다. 여행할 때는 주로 전동휠체어를 사용한다. 전동휠체어는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행이 가능해 웬만한 경사는 도움 없이도 거뜬히 올라간다. 오히려 비장애인의 걸음에 속도를 맞춰야 할 정도다. 다만 수동휠체어를 탄 여행객은 경사가 있는 성곽길을 올라갈 때 동행인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연무대에는 동장대와 동북공심돈, 창룡문이 성곽 따라 근사한 작품 같아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북공심돈은 화성 동북쪽에 세운 망루로 주변을 감시하고 공격하는 시설이다. 동복공심돈을 가까이에서 보려고 성곽길로 올라갔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에서 봐도 동북공심돈의 위엄에 압도돼 눈을 뗄 수가 없다. 휠체어 탄 여행객은 내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여운이 오래가는 건축물이다.
연무대 활궁 터
동장대
동북공심돈
(왼쪽부터) 창룡문 성곽길, 창룡문 모형 및 점자 안내
동북공심돈을 지나 동문인 창룡문으로 내려와 다시 행궁동 벽화 골목으로 갔다. 행궁동 벽화 골목은 7080 추억을 소환하는 곳이다. 골목마다 특색 있는 그림을 테마로 한 데다 골목길에 이름이 붙어 있어 더욱 정겹다. 골목 한가운데에는 쉼터를 만들어 여행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수원화성은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 등 근현대사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러고 보면 수원은 정조가 만든 수원화성 덕분에 문화재로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명승지다. 정조의 탁월한 안목으로 근사한 건축물이 남겨졌고, 후손들은 문화재를 보존하며 애민 정신의 가치를 본받는다.
행궁동 벽화 골목
일상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떠나온 수원화성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시간 여행이다. 여행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봄꽃이 만발하는 4월이야말로 봄 여행의 골든타임이다. 진심이 더해진 수원화성 여행처럼 봄날이 가기 전에 수원으로 떠나'봄' 직하다.
여행 정보
가는 길
수원역, 광교역, 수원시청역 하차 ※ 장애인 콜택시 이용 시: 경기도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 1666-0420
접근 가능한 식당
화성행궁 공방 골목, 팔달시장 근처 다수
접근 가능한 화장실
화성행궁 광장의 수원시립미술관, 장안문, 연무대
글・사진 전윤선
PROFILE
전윤선 휠체어를 타고 제주 올레길 완주를 비롯해 유럽, 북미, 아시아, 호주 등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방송, 칼럼, 강연을 통해 세상과 여행담을 나누며 무장애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가 있다.
온갖 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수원화성.
정조의 효심이 깃든 열린관광지에서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만끽하며 봄날의 여유를 누려보자.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사방에서 봄꽃 축제가 펼쳐진다. 수원화성에도 천지가 봄으로 가득하다. 팔달산 산자락에 움트는 봄에 이끌려 자석처럼 수원화성으로 향한다. 문득 이 아름다운 봄을 붙잡을 수는 없을까 하는 헛된 생각을 해본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봄날이 있다. 내겐 지금 이 시간이 바로 그 봄날이다. 푸릇푸릇한 청춘의 시간과 노을처럼 기억될 황혼의 시간이 쌓인 기억 창고 속에 봄날을 가득 채워본다.
수원화성 성곽의 옛 건축물과 봄꽃의 조화는 보는 순간 마음에 확 꽂힌다. 모두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열린관광지로 선정되면서 매년 찾는 곳이지만, 갈 때마다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 교통수단도 용이하다. 수원역, 광교역, 수원시청역에서 내려 장애인 콜택시를 타면 금방이다. 그뿐이 아니다. 수원역에서 수원화성까지 가는 저상버스도 다양하게 운행한다.
지금, 수원화성은 봄맞이가 한창이다. 햇살은 은혜롭게 내리쬐고 사람들은 봄의 여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수원화성은 하루가 짧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아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어디서부터 둘러봐야 할지 고민하다 화성행궁 광장부터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다. 평지라 휠체어 탄 관광 약자도 무난하게 둘러볼 수 있는 화성행궁 광장은 정조 때 다양한 위민 정치와 문화 행사가 이루어진 역사적 공간이다. 광장 바닥에는 임금이 내린 쌀을 받고 기뻐하는 백성을 표현한 그림이 도자기판으로 표현돼 있다. 200년 전 정조가 백성과 하나 되는 자리를 만든 화성행궁 광장은 성 안팎의 다양한 문화 접속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열린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지금도 시시때때로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광장 바닥에는 무예24기의 동작을 표현한 죽장창, 장창 등의 블록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예24기의 동작을 담은 화성행궁 광장 바닥
광장을 지나 화성행궁을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화성행궁은 1789년(정조 13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지금의 팔달산 아래로 옮기면서 관청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했다. 행궁은 왕이 수원에 내려오면 머무는 작은 궁이었다. 이곳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치를 만큼 조선 시대 전국의 행궁 중 규모가 가장 크고 격식이 잘 갖춰진 곳이다.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마당에서는 무예24기 공연이 펼쳐진다. 화성행궁은 열린관광지로 조성돼 휠체어 탄 장애인, 노인 등 관광 약자에게도 접근성이 뛰어나다. 신풍루를 지나면 행궁의 크기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봉수당을 비롯해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머물던 장락당, 정조가 늙은 뒤 머물 곳을 대비해 지은 노래당까지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정전인 봉수당은 왕권을 상징하는 편전 역할을 하던 곳으로, 경사로가 있어 휠체어 탄 관람객도 문제없이 접근 가능하다. 행궁 전각 문 모두 마치 처음부터 경사로를 조성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접근성에 만전을 기했다. 행궁에는 옛날 쌀통인 뒤주도 있다. 사도세자 ‘이선’은 아버지의 명으로 뒤주(쌀통)에 갇혀 있다 숨을 거두었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정조의 심정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화성행궁을 지은 것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화성행궁 정전인 봉수당
화성행궁은 열린관광지로 조성돼 휠체어 탄 장애인, 노인 등도 둘러보기 좋다.
화성행궁 안에 있는 뒤주.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 ‘이선’은 뒤주 속에서 숨졌다.
화성행궁을 나와 행리단길로 향했다. 행리단길은 행궁동의 감성적 핫 플레이스다. 화서문과 장안문 사이 골목으로, 맛과 멋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길이다. 이색 카페와 식당, 와인 바, 공방, 한옥 기술 전시관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다. 행리단길은 조선 최초의 여성 화가 나혜석 생가 터와 나혜석길도 있다. 나혜석은 일제강점기에 화성 행궁동에서 태어났다. 나혜석에게 붙어 있는 수식어는 매우 다양한데 화가이자 작가, 시인, 조각가, 여성운동가, 사회운동가, 언론인 등 신여성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왕의 길 1코스까지 혼합돼 있으니 행리단길의 매력에서 헤어날 재간이 없다. 현재 나혜석 생가 터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 표지판을 봐야 생가 터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카페에 턱이 있어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행리단길 입구에 있는 조형물
나혜석 생가 터 표지
나혜석길을 따라 걷다 보면 화서문이 나온다. 화서문은 수원화성 서쪽 문으로, 소박해 보이는 성문이다. 화서문 쪽에서 장안문까지 성벽길로 산책할 수 있고, 휠체어 탄 사람도 성곽길을 갈 수 있지만 3m 정도 경사길이라 도움이 필요하다. 화서문 밖으로 나가면 장안문까지 성벽을 끼고 장안공원이 펼쳐진다. 장안공원도 열린관광지인 데다 평지라 공원에서 봄날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장안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봄을 온몸으로 느끼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이곳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싶을 만큼 봄 햇살이 아름답게 쏟아진다. 눈이 절로 감긴다. 잠시 햇빛을 쬐며 휠체어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싶다. 그러다 봄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면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뒤 나른한 오후 산책을 즐기고 싶다. 멀리서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목련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새 신부처럼 수줍게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정신을 차리고 장안문으로 향했다. 장안문은 화성행궁의 북쪽 문으로 4개의 문 중 가장 화려하다. 장안문에서 성곽을 끼고 화홍문까지 가다 보면 화성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화홍문은 수원천 위에 조성한 문이다. 화홍문 근처에는 왕의 연못인 '용연'이 있다. 정조는 용연을 조성하면서 연못 한가운데에 섬을 만들었다. 섬은 오리 가족의 쉼터가 되어준다. 용연에 비치는 방화수류정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아서 사진작가들의 출사 장소로 인기 있다. 방화수류정으로 오르는 성곽 문이 있지만 계단이라 화홍문으로 발길을 돌려 화성의 동문이 있는 연무대로 발길을 옮겼다.
화서문
장안문
장안문과 화홍문 사이 성벽길
왕의 연못인 ‘용연’
활을 쏘고 연을 날리는 연무대는 널찍한 평지라 휠체어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 가능하다. 여행할 때는 주로 전동휠체어를 사용한다. 전동휠체어는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행이 가능해 웬만한 경사는 도움 없이도 거뜬히 올라간다. 오히려 비장애인의 걸음에 속도를 맞춰야 할 정도다. 다만 수동휠체어를 탄 여행객은 경사가 있는 성곽길을 올라갈 때 동행인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연무대에는 동장대와 동북공심돈, 창룡문이 성곽 따라 근사한 작품 같아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북공심돈은 화성 동북쪽에 세운 망루로 주변을 감시하고 공격하는 시설이다. 동복공심돈을 가까이에서 보려고 성곽길로 올라갔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에서 봐도 동북공심돈의 위엄에 압도돼 눈을 뗄 수가 없다. 휠체어 탄 여행객은 내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여운이 오래가는 건축물이다.
연무대 활궁 터
동장대
동북공심돈
(왼쪽부터) 창룡문 성곽길, 창룡문 모형 및 점자 안내
동북공심돈을 지나 동문인 창룡문으로 내려와 다시 행궁동 벽화 골목으로 갔다. 행궁동 벽화 골목은 7080 추억을 소환하는 곳이다. 골목마다 특색 있는 그림을 테마로 한 데다 골목길에 이름이 붙어 있어 더욱 정겹다. 골목 한가운데에는 쉼터를 만들어 여행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수원화성은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 등 근현대사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러고 보면 수원은 정조가 만든 수원화성 덕분에 문화재로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명승지다. 정조의 탁월한 안목으로 근사한 건축물이 남겨졌고, 후손들은 문화재를 보존하며 애민 정신의 가치를 본받는다.
행궁동 벽화 골목
일상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떠나온 수원화성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시간 여행이다. 여행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봄꽃이 만발하는 4월이야말로 봄 여행의 골든타임이다. 진심이 더해진 수원화성 여행처럼 봄날이 가기 전에 수원으로 떠나'봄' 직하다.
여행 정보
※ 장애인 콜택시 이용 시: 경기도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 1666-0420
글・사진 전윤선
PROFILE
전윤선
휠체어를 타고 제주 올레길 완주를 비롯해 유럽, 북미, 아시아, 호주 등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방송, 칼럼, 강연을 통해 세상과 여행담을 나누며 무장애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익숙한 풍경 낯선 이야기>,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