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합시다

2025-12-04

b20d5feb0437b.png



휠체어 이용자도 국립공원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을까?
국립공원 산악휠체어 프로그램은 '그렇다'고 답한다. 척수장애인이 스스로 조작하는 산악휠체어로 국립공원을 누빈다.



4908245d47e99.png



북한산국립공원 송추계곡 입구. 산에 오르기 전 자연환경해설사가 오늘의 일정을 안내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과거 농사짓던 땅을 복원해 만든 습지다.
설명이 끝나자 한 참여자가 물었다.

"이 휠체어를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요?"

가장 궁금한 질문이었다. 이 멋진 곳을 어디까지 누빌 수 있을까. 이동권은 인간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접근할 수 있는 기본 권리다. 휠체어 이용자도 마찬가지다. 



201e59567f888.png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의 산악휠체어 프로그램은 2022년 5월에 시작됐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철저한 준비와 고민의 산물이었다.
"2021년 8월부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해외 사례를 조사하고, 장애인 단체와 간담회를 열었죠.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어떤 코스가 적합한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탐방시설과 이지원 주임의 설명이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립적 탐방'이었다. 기존 전동휠체어나 트레킹휠체어는 보조 인력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산악휠체어는 달랐다. 상체를 사용할 수 있는 척수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조작할 수 있다.
장비 도입만으로는 부족했다. 탐방로 정비도 필요했다. "우이령길과 송추계곡은 원래 완만한 탐방로로 조성되어 있어 별도의 대규모 공사는 필요 없었습니다. 다만 안전을 위해 노면 상태를 점검하고, 경사가 급한 구간은 특별히 관리했죠." 



cd9504fe94001.png

안전이 최우선이다. 참여자 한 명당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대원 3~4명과 1급 응급구조사가 동행하며, 안전장비와 구급약품을 구비한다. 운영 전 현장 점검을 통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안전한 코스를 설정한다.




탐방이 시작됐다. 산악휠체어는 일반 휠체어와는 확연히 달랐다. 양손으로 레버를 조작하면 바퀴가 움직인다. 평지에서는 부드럽게, 오르막에서는 힘을 주어 밀면 앞으로 나아간다.

“가봅시다!”

참여자들의 얼굴에 설렘과 미소가 번졌다. 산악휠체어 프로그램은 10월과 11월에 걸쳐 매주 토요일 총 5회 진행된다. 그중 첫 2회는 산악휠체어 안전교실로 운영한다. 나머지 회차에 본 탐방 전 사전 주행 연습을 통해 레버 조작법, 브레이크 사용법, 안전 수칙을 익히면 대부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운영자들이 옆에서 함께 걸으며 지켜보지만, 손을 대지는 않는다. 스스로 조작하고,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스스로 멈춘다. 이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ff54ffa73b7f8.png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 나무 그늘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붉게 물든 잎들이 나무에 달려 있었고, 가을이 저물어가는 산은 고요했다. 휠체어 바퀴가 흙길을 구르는 소리, 계곡물 소리, 참여자들의 대화 소리가 어우러졌다.

"경사가 좀 있는 구간이에요. 천천히 가시면 됩니다."

해설사가 앞서가며 안내했다. 참여자 모두 주변 환경을 살피며 레버를 힘껏 밀었다. 휠체어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오르막을 올랐다.
습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물가에는 새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와, 여기 정말 좋네요.”

휠체어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그저 가만히 자연을 바라봤다. 일상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순간이다.
해설사가 습지 생태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곳에 사는 생물,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귀 기울였다. 



408ddd2aaf745.png



탐방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내리막은 오르막과는 또 다른 기술이 필요했다.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

"천천히, 레버를 뒤로 당기면 브레이크가 걸려요."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참여자들이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처음보다 훨씬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출발 지점에 도착했다. 약 2시간의 탐방이 끝났다. 참여자들은 휠체어에서 내려 자신이 타고 온 휠체어를 돌아봤다. 바퀴에는 흙이 묻어 있었고, 레버에는 손때가 남아 있었다.
이제 휴식 시간. 국립공원사무소 측에서 준비한 간식을 먹었다. 참여자들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혹은 근처 벤치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승일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치기 전처럼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산악휠체어로 산을 누비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1년에 다섯 번만 하는 게 아쉬워요. 언제든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여라도 되면요. 이제 산에 갈 때마다 '저 휠체어가 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휴양림 같은 곳에서도요. 더 많은 곳을 누비고 싶습니다.”

이용로 씨는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산에 올라 자연을 만끽하는 기분은 그야말로 감격스러워요. 더 많은 척수 장애인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ff5ed5550ce6f.png




참여자들의 바람처럼 프로그램 확대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 담당자인 이지원 주임은 "기존 국립공원 자체 프로그램으로는 참여 인원, 운영 인력 등에 한계가 있습니다. 행사, 대여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척수장애인이 자유롭게 국립공원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요"라고 말했다.

“신규 참여자분들이 '국립공원에 처음 와봤다', '빌려가고 싶다'라고 하실 때 뿌듯합니다. 기존 참여자분들이 반복된 구간에도 꾸준히 오시고, 더 많은 척수장애인에게 이 경험을 전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 뭉클하고요. 운영에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들지만, 참여자분들 덕분에 보람을 느낍니다."

산은 모두의 것이다. 걸을 수 있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산악휠체어는 그 당연한 진리를 실현하는 작은 시작이었다. 송추계곡을 누비는 휠체어 바퀴처럼, 이 자국이 앞으로도 더 많은 이에게 이어지기를! 








글  유명은
사진  정재환






         


05540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24 올림픽회관 신관
대한장애인체육회 홍보마케팅부 02-3434-4533

서비스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어빌리브에 실린 글, 그림, 사진 등 모든 자료 가운데 저작권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저작권이 있으며, 서면 동의 없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COPYRIGHT 2008-2023 KPC ALL RIGHTS RESERVED.

어빌리브에 실린 글, 그림, 사진 등 모든 자료 가운데 저작권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저작권이 있으며, 서면 동의 없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05540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24 올림픽회관 신관 
대한장애인체육회 홍보마케팅부 02-3434-4533
COPYRIGHT 2008-2023 KP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