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고아라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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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로 찾은 제2의 날개

감동적 퍼포먼스로 주목받아온 청각장애 발레리나 고아라는 출산 후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필라테스를 통해 회복하며 새로운 꿈을 향해 날갯짓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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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를 딛고 무대 위에서 훨훨 날았던 발레리나 고아라.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폐회식 무대에서 감동적 퍼포먼스를 펼쳐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남모를 어려움이 있었다. 2년 전 출산 후 무릎, 손목 등 여기저기 탈이 나면서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것. 이때 우연히 시작한 필라테스로 건강한 신체는 물론 미래에 대한 청사진까지 그릴 수 있었다. 그녀에게 운동의 재미와 의미를 물었다.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필라테스를 열심히 한다고 들었어요.

네. 아들이 곧 두 돌이 되는데, 활동량이 늘어나 육아 난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어요. 그런 아들과 씨름하려면 체력을 길러야죠.(웃음) 20대 때는 늘 발레를 하는 데다 평소 활동량이 많아 기본적으로 건강이 유지됐는데, 아이를 낳으니 몸이 크게 변하더라고요. 특히 손목, 무릎 같은 관절이 많이 안 좋아져 문도 못 열 정도였어요. 비트는 동작은 엄두도 못 냈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발레나 무용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이대로 영영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자존감이 툭툭 떨어지는 기분이었죠.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출산하고 4개월쯤 됐을 때 집 주변의 필라테스 센터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저는 강사 프로필을 꼼꼼히 살펴보는 편인데, 경력이 꽤 긴 강사를 찾아갔더니 신기하게도 고등학교 동창이더라고요. 그 친구의 지도로 벌써 2년 가까이 일주일에 한 번 필라테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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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를 하며 몸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신기하게도 몸의 중심이 잡히는 기분이에요. 특히 몸통의 코어 근육이 단단해지면서 고질병이던 허리 디스크도 많이 좋아졌고, 걷거나 활동할 때 자세도 안정감이 생겼죠. 근골격 검사를 해보면 확실히 근육량이 늘었더라고요. 굽은 어깨도 펴지고, 관절도 유연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몸에 활력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진작 이 운동을 알았더라면 무용하면서 입었던 크고 작은 부상에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예요.



발레도 운동량이 상당하지 않나요?

그렇죠. 하지만 사용하는 부위가 달라 필라테스로 보완하고 있어요. 필라테스는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단련하기 좋은데, 그래서인지 발레의 고난도 동작을 소화할 때도 몸이 버텨내는 시간이 좀 더 늘었더라고요. 확실히 지구력이 좋아졌어요.






강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네요.

맞아요. 운동할 때 특별히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 건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부상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죠. 이런 중요성을 몸소 느꼈기에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제가 직접 장애인분들에게 필라테스나 발레핏 등을 가르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장애인들은 운동하고 싶어도 난제가 많아 선뜻 마음먹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 같은 청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운동 과정에서 설명을 온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아요. 이런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장애인 입장에서 세심하게 운동을 지도하고 싶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의 삶을 대비해야 하기도 하고요.



장애인에게 운동은 어떤 의미일까요?

최근 한 정신과 의사의 “멘털 관리는 멘털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정신력으로 이겨내려 하지 말고 몸으로 행동하며 극복하라는 뜻이죠. 장애인들이 여러 이유로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이 점이 너무 안타까워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지인 중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한 시간 동안 기다렸다는 분이 있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 이분들이 운동을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집 밖으로 나서고, 운동 기관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세상을 구경하고, 강사와 소통하며 운동을 배우는 등 여러 행위가 일어나며 삶에 대한 애정과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요. 몸의 가동 범위가 늘어나고 활력이 생기며 점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높아질 거고요. 비장애인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이유로 장애인에게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아라 발레리나는 장애 예술 인식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오스트리아 빈 콩쿠르 최우수상,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World Miss University) 한국대회 수상,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폐막식 공연으로 감동을 주었고, 대통령 표창도 받았습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으로서 불편을 느낀 순간이 많았나요?

저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다녔는데, 청각장애로 말이 어눌하다 보니 친구들에게 종종 놀림받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도 친구들에게 마음의 벽을 쌓으며 자꾸 의기소침해지더군요. 그러다 엄마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했고, 다행히 적성에 맞아 무대 위에서 자존감을 되찾았어요.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거나 반대로 어눌한 발음을 교정하며 자연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늘다 보니 점점 삶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장애와 조우하며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늘 있어요. 사람들이 겉보기에 제 장애를 인식할 수 없다 보니 여러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지하철이나 버스에 탑승할 때죠. 교통약자 카드는 태그할 때 다른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를 부정승차로 오해하고 제동을 거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는 매번 복지카드 같은 걸로 장애인임을 증명해야 해요.






그럼에도 장애를 통해 얻은 특별한 강점이나 긍정적인 면이 있나요?

저는 생후 4개월 때 고열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었어요. 현재 한쪽은 아예 소리가 들리지 않고 다른 한쪽은 보청기를 끼워야 겨우 소리가 약간 들리는 정도예요. 물론 아쉽고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청력을 잃은 대신 눈썰미와 상상력을 얻었어요. 귀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이나 입 모양을 유심히 보는데, 그 덕분에 타인의 의도나 특징을 잘 파악할 수 있죠.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의 말이 완전히 들리지 않아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며 이런저런 상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해석하기에 따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상황을 떠올리며 여러 방면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어요. 그런 생각을 주제 삼아 직접 작품을 구상해 무대에 올리기도 하고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연을 했는데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듣고, 보기를 시도하며 색다른 해석과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앞으로도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쉽게 떠올리기 힘든, 장애인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지점을 일깨우기 위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인데요. 오는 12월에는 양자역학 개념과 장애를 접목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공연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와 노력이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장혜정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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