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던지는 영화감독



영화감독 김종민이 17년째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메달리스트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운동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에게 들어보았다.





세 살 때 교회 계단에서 넘어져 왼편 마비장애를 갖게 된 김종민 감독. 그는 영화 현장 막내부터 시작해 <다리놓기>, <하고 싶은 말> 등을 연출하며 한국 영화계의 선구적인 영화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에겐 또 다른 이력이 있었다. 무려 17년째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메달을 놓치지 않는 '국가대표급' 선수라는 사실! 영화감독, 작가, 강사로 활동하는 바쁜 와중에도 운동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독특한 이력은 최근 제26회 한국장애인인권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알고 보니 전국장애인체전 창던지기 메달리스트더군요! 매회 출전했다고요.

20대 때 일어난 교통사고로 디스크가 심해 재활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교회 친구의 권유로 인천 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 나가 전 종목 1등을 하면서 전국장애인체전 출전권을 얻었죠. 처음엔 친구를 돕는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느덧 17년째 체전에 참가하고 있네요.



수영으로 시작해 지금은 육상을 하고 있어요. 종목을 바꾼 계기가 있었나요?

수영은 정말 열심히 했지만, 전국대회에서 메달권에 들기 힘들었어요. 다른 지역 선수들은 운동을 업으로 하는데, 인천은 그런 시스템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인천장애인체육회에서 육상팀을 만든다더군요. 친구가 제 어깨를 보더니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며 권했어요. 어릴 때 야구 선수가 꿈이었다가 장애로 포기했는데, 이렇게 다시 '던지기'와 인연이 닿은 셈입니다.






일상적 운동 루틴이 궁금해요.

크리스천으로서 특별한 루틴이 있어요. 훈련이 있는 날이면 먼저 주경기장이나 보조경기장 주변을 뛰어요. 마치 여리고성(요르단 계곡에 있는 난공불락의 산성)이 무너지듯 기도하면서 뛰죠. 오늘 훈련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요. 유산소운동도 되지만,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해요. 그다음에는 스트레칭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합니다. 대회가 정해지면 그때부터는 웨이트는 조금만 하고 기술 훈련에 집중하죠.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같은. 대회 준비 기간에는 하루 4시간씩 훈련하고, 평소에는 2~3시간 정도 운동합니다.



김종민 감독(맨 왼쪽)은 올해 열린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해 ’창던지기’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체전에 F38에서 F37로 등급 조정을 해서 출전했어요. 

F38에 15년간 도전해 금메달을 따고 나니 실력 차이가 많이 났어요. 처음에는 갈등이 있었죠. 금메달의 기쁨과 포상금도 있었고, 그 자리를 누리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코치의 권유와 신뢰가 있었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운동이 있나요?

동계체전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컬링이나 아이스하키를 고려해봤는데, 아직 여건이 맞지 않네요. 50대 이후를 생각하면 사격·슐런·골프 같은 종목에도 관심이 있지만, 저는 역시 동적인 운동을 더 좋아합니다.



오랜 시간 운동하면서 얻은 의미나 변화가 있다면요?

저는 스펙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운동이 제 삶에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어줬어요. 영화감독이면서 운동선수라는 독특한 이력 덕분에 본의 아니게 많은 분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었고, 그래서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으로서 운동은 제게 의미가 남달랐어요. 2008년, 영화 제작비를 모으려고 공장 취업에 도전했다가 큰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누구나 일할 수 있다는 공장에서조차 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죠.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서 경제활동의 제약을 실감한 순간이었어요. 그때부터 운동이 단순한 취미가 아닌, 제 삶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 인상 깊은 대사가 있어요.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이 흔들리고, 정신이 흔들리면 마음이 약해진다"는 말이죠. 영화감독으로 살아가는 제 삶에도 꼭 필요한 가르침이 되었어요. 현장에서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감독 일도 결국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거든요. 체력이 있어야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상담가로 활동할 때도 내담자분들에게 꼭 운동을 권합니다. 운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울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운동이 주는 신체적 건강만큼 정신적 건강과 삶의 활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제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예전에 속리산 암자에 머물 때 만난 스님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스님께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여쭤보니, 의외로 "힘듭니다. 매일매일 5분만 더 잘까 고민해요"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냥 일어나는 게 루틴이 됐다고 하셨어요.
운동도 마찬가지예요. 망설인다는 건 갈등이 있다는 거고, 50 대 50으로 머릿속이 돌아간다는 거죠.
제가 내담자분들한테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그냥 나가보세요. 1분만 하고 와도 괜찮아요. 안 하고 와도 괜찮아요. 1층에 갔다가 다시 엘리베이터 타고 와도 됩니다." 내일은 1분, 모레는 2분 이렇게요.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시작하세요. 두 달 뒤면 30분씩 뛰고 있을 거예요. 



최근 제26회 한국장애인인권상을 수상했어요.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해 힘쓴 분들에게 주는 이 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요, 단편영화 제작과 장애인 육상 선수 활동을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에 힘써온 점을 인정받았습니다. 특별히 의미 있는 상이 아닐까 싶은데요. 

수상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심사위원분들과 한국장애인인권상위원회, 그리고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2003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인권 운동과 장애인들과의 영화 제작 등 힘든 시간이 이번 수상을 통해 보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영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삶의 의미를 찾았어요. 앞으로도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 영화 제작과 심리 상담을 통해 사회적 인식 개선에 이바지하겠습니다. 



2025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내년에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먼저 최근에 완성한 단편영화가 있습니다. 정신장애·치매·고독사라는 무거운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인데, 후반 작업을 잘 마무리해 부산영화제와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려고 합니다.
둘째로는 크리스천으로서 꾸준히 해온 단기선교를 이어가려 합니다. 올해는 장흥의 어려운 교회를 찾아 봉사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결손 가정이나 노인이 많은 곳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도울 거예요.
마지막으로 체육인으로서는 전국장애인체전을 준비해야죠. F37 등급으로 첫 도전에서 은메달도 따고 기록도 경신했지만, 아직 더 큰 목표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저를 이긴 젊은 친구와 다시 만나 승부를 겨뤄보고 싶어요.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웃음) 







 유명은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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