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의 재활일기>를 그리고 쓴 작가 고연수는 파라아이스하키 선수이기도 하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된 얼음 위 도전은 스포츠를 통한 새로운 삶의 즐거움과 데뷔골의 감격으로 이어지며 그녀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파라아이스하키는 접하기 힘든 종목이었을 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한민수 감독님과의 우연한 인연이 계기가 됐어요. 그때 감독님이 국가대표 감독 이후 신인 선수를 육성 중이었거든요. 처음에는 "한번 타러 와볼래?" 하고 부담 없이 권유해주셔서 여행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강릉에 갔죠. 그런데 그 한 번의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파라아이스하키 선수가 되었네요.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요.(웃음)
파라아이스하키를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요?
처음 탔을 때는 정말 신기했어요. 비장애인일 때도, 어릴 때도 빙판 위에서 썰매를 타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다 웃고 있어요. 맨투맨에 추리닝 입고 활짝 웃는 모습뿐이죠. 재미있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스피드감'에 매료되었다고 했는데, 이전에도 즐기던 스포츠나 운동이 있었나요?
사실 운동은 살을 빼기 위해 한 게 전부였어요. 스피닝이나 점핑 같은 건 해봤죠. 그러다 보니 종목 자체가 새롭고 신기할 수밖에요. 이전에 한 건 그냥 운동이었다면, 파라아이스하키는 스포츠잖아요. 느낌이 전혀 달랐어요. 특히 파라아이스하키의 스피드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휠체어를 미는 것보다 빙판 위에서 썰매를 미는 게 더 빨리 나가고 덜 힘들거든요. 빙판이니까요. 게다가 빙상장 자체의 시원한 공기는 짜릿하기까지 합니다.
운동과 스포츠, 어떤 점이 달랐나요?
디테일함이 달랐어요. 이 종목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정말 디테일한 부분이 많거든요. 썰매 자체도 계속 몸에 맞게 세팅할 수 있는 점, 퍽 위치, 스틱 잡는 손 위치, 찍어야 하는 위치, 썰매를 어느 방향으로 두고 슛을 쏴야 하는지 등. 팀 플레이라는 점도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같은 편에게 패스할 때도 상대방이 스틱을 내리면 그 스틱을 보고 패스를 해야 하거든요. 이런 모든 것들이 새롭게 즐거웠습니다.
파라아이스하키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가장 즐거웠던 순간?
어려웠던 점은 장비와 이동 문제였어요. 제가 장애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휠체어 생활 자체도 힘들었는데, 크고 무거운 하키 장비까지 다루는 건 정말 도전이었죠. 특히 무장을 입은 채 빙판으로 이동하고, 썰매에 앉고, 다시 그걸 벗는 모든 과정이 하나하나 챌린지였어요.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제가 직접 한 것보다 관람한 경기에서 느낀 감동이었어요. 특히 이번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전북팀과 경기팀의 경기를 관람했을 때요! 두 팀의 실력이 막상막하라 박진감이 넘쳤고, 선수들의 열정이 놀라울 정도였어요.
서울 이글스팀에 입단한 후 훈련 초기와 비교해 마음가짐이나 목표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그때나 지금이나 재미있어서 하는 점은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초반 목표는 '같은 팀 체킹(상대방을 막기 위해 몸으로 부딪히는 것)하지 않기'였어요. 처음에는 컨트롤이 안 돼서 우리 팀과 많이 부딪혔거든요. 지금 목표는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에요. 올해가 3년 차인데, 아직도 그렇게 빠르진 않아요. 더 노력해야죠!
이번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데뷔골을 넣었어요. 그 순간 어떤 기분이었어요?
너무 웃겼어요.(웃음) 팀원 모두 "데뷔골을 만들어주자"며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주셨거든요. 경기 내내 퍽만 오면 제게 패스하는 상황이 이어졌어요. 그 많은 기회 중 간신히 하나를 성공시킨 거예요. 처음엔 골을 넣고 쿨하게 행동하려 했는데, 상황이 너무 웃기고 기뻐서 웃음이 절로 나왔어요. 특히 김홍준 선수가 큰 도움을 줬습니다.
<연두의 재활일기>를 감명 깊게 봤어요. 필명이 '연두'인데, 왜 연두색을 선택했나요?
중학교 때 제 별명이 '연뚜'였어요. 그걸 캐릭터 이름으로 하기엔 낯부끄러워 '연두'로 했고요. 그리고 이름이 '연두'인 김에 색도 연두색을 입혔죠.(하하) 또 여름의 진한 초록이 아닌 봄의 새싹 같은 연두색은 희망과 용기를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밝은 색 중에서도 연두를 선택했습니다.
사고 이전에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시작됐어요. 재활로 1년 반 넘게 병원에 있었는데, 팬데믹이 발생해 외출이나 면회가 불가능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하루아침에 달라진 제 몸의 변화가 너무 신기했고, 이 독특한 경험을 기록하고 싶어 글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순전히 개인 기록용이었는데, 치료사 선생님의 권유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거죠. 병원 사람들끼리만 보던 소소한 계정이 점점 알려졌고, 꾸준히 그리다 보니 그림체도 발전해 결국 책으로 출간하게 됐어요.
운동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자신의 모습이나 변화된 점이 있을까요?
저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내가 격한 운동을 좋아하는구나", "팀 플레이하는 것도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달은 거죠. 퇴원하고 얼마 안 돼서 바로 파라아이스하키를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상 재활도 됐어요. 새로운 장소에서 씻는 방법, 휠체어를 타고 넘어졌을 때 대처법, 비행기 타는 법 등 많은 것을 배웠죠. 사실 휠체어를 타고 멀리 다니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훈련 때문에 제주도를 오가면서 비행기도 타고, 수속하는 법도 배우게 됐어요.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운동을 망설이는 장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비장애인도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기 쉽지 않은데, 장애가 생기면 더 어렵게 느껴지죠. 그래도 하나쯤 시도해보셨으면 해요. 생각보다 운동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크거든요. 하기 전에는 오히려 더 무기력할 수 있는데, 막상 해보면 에너지가 생겨나요. 격한 운동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또 운동을 통해 같은 장애를 가진 분들을 만나면서 생활 노하우도 배우고 조언도 얻을 수 있어요. 그런 커뮤니티가 일상에서 정말 큰 힘이 된답니다.
앞으로 '연두'라는 작가로서의 계획도 궁금해요.
지금은 특별한 계획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려고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간간이 올리거나 한국장애인개발원, 척수장애인협회 같은 곳에서 의뢰받은 작업을 하고 있어요. 파라아이스하키를 하면서 배운 점이 많아 그림으로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욕심내기보다 자연스럽게 하려고 합니다. 그림이 제게 온 것처럼, 다음 단계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을까요.
<연두의 재활일기>를 그리고 쓴 작가 고연수는 파라아이스하키 선수이기도 하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된 얼음 위 도전은 스포츠를 통한 새로운 삶의 즐거움과 데뷔골의 감격으로 이어지며 그녀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파라아이스하키는 접하기 힘든 종목이었을 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한민수 감독님과의 우연한 인연이 계기가 됐어요. 그때 감독님이 국가대표 감독 이후 신인 선수를 육성 중이었거든요. 처음에는 "한번 타러 와볼래?" 하고 부담 없이 권유해주셔서 여행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강릉에 갔죠. 그런데 그 한 번의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파라아이스하키 선수가 되었네요.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요.(웃음)
파라아이스하키를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요?
처음 탔을 때는 정말 신기했어요. 비장애인일 때도, 어릴 때도 빙판 위에서 썰매를 타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다 웃고 있어요. 맨투맨에 추리닝 입고 활짝 웃는 모습뿐이죠. 재미있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스피드감'에 매료되었다고 했는데, 이전에도 즐기던 스포츠나 운동이 있었나요?
사실 운동은 살을 빼기 위해 한 게 전부였어요. 스피닝이나 점핑 같은 건 해봤죠. 그러다 보니 종목 자체가 새롭고 신기할 수밖에요. 이전에 한 건 그냥 운동이었다면, 파라아이스하키는 스포츠잖아요. 느낌이 전혀 달랐어요.
특히 파라아이스하키의 스피드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휠체어를 미는 것보다 빙판 위에서 썰매를 미는 게 더 빨리 나가고 덜 힘들거든요. 빙판이니까요. 게다가 빙상장 자체의 시원한 공기는 짜릿하기까지 합니다.
운동과 스포츠, 어떤 점이 달랐나요?
디테일함이 달랐어요. 이 종목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정말 디테일한 부분이 많거든요. 썰매 자체도 계속 몸에 맞게 세팅할 수 있는 점, 퍽 위치, 스틱 잡는 손 위치, 찍어야 하는 위치, 썰매를 어느 방향으로 두고 슛을 쏴야 하는지 등.
팀 플레이라는 점도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같은 편에게 패스할 때도 상대방이 스틱을 내리면 그 스틱을 보고 패스를 해야 하거든요. 이런 모든 것들이 새롭게 즐거웠습니다.
파라아이스하키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가장 즐거웠던 순간?
어려웠던 점은 장비와 이동 문제였어요. 제가 장애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휠체어 생활 자체도 힘들었는데, 크고 무거운 하키 장비까지 다루는 건 정말 도전이었죠. 특히 무장을 입은 채 빙판으로 이동하고, 썰매에 앉고, 다시 그걸 벗는 모든 과정이 하나하나 챌린지였어요.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제가 직접 한 것보다 관람한 경기에서 느낀 감동이었어요. 특히 이번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전북팀과 경기팀의 경기를 관람했을 때요! 두 팀의 실력이 막상막하라 박진감이 넘쳤고, 선수들의 열정이 놀라울 정도였어요.
서울 이글스팀에 입단한 후 훈련 초기와 비교해 마음가짐이나 목표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그때나 지금이나 재미있어서 하는 점은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초반 목표는 '같은 팀 체킹(상대방을 막기 위해 몸으로 부딪히는 것)하지 않기'였어요. 처음에는 컨트롤이 안 돼서 우리 팀과 많이 부딪혔거든요. 지금 목표는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에요. 올해가 3년 차인데, 아직도 그렇게 빠르진 않아요. 더 노력해야죠!
이번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데뷔골을 넣었어요. 그 순간 어떤 기분이었어요?
너무 웃겼어요.(웃음) 팀원 모두 "데뷔골을 만들어주자"며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주셨거든요. 경기 내내 퍽만 오면 제게 패스하는 상황이 이어졌어요. 그 많은 기회 중 간신히 하나를 성공시킨 거예요. 처음엔 골을 넣고 쿨하게 행동하려 했는데, 상황이 너무 웃기고 기뻐서 웃음이 절로 나왔어요. 특히 김홍준 선수가 큰 도움을 줬습니다.
<연두의 재활일기>를 감명 깊게 봤어요. 필명이 '연두'인데, 왜 연두색을 선택했나요?
중학교 때 제 별명이 '연뚜'였어요. 그걸 캐릭터 이름으로 하기엔 낯부끄러워 '연두'로 했고요. 그리고 이름이 '연두'인 김에 색도 연두색을 입혔죠.(하하)
또 여름의 진한 초록이 아닌 봄의 새싹 같은 연두색은 희망과 용기를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밝은 색 중에서도 연두를 선택했습니다.
사고 이전에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시작됐어요. 재활로 1년 반 넘게 병원에 있었는데, 팬데믹이 발생해 외출이나 면회가 불가능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하루아침에 달라진 제 몸의 변화가 너무 신기했고, 이 독특한 경험을 기록하고 싶어 글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순전히 개인 기록용이었는데, 치료사 선생님의 권유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거죠. 병원 사람들끼리만 보던 소소한 계정이 점점 알려졌고, 꾸준히 그리다 보니 그림체도 발전해 결국 책으로 출간하게 됐어요.
운동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자신의 모습이나 변화된 점이 있을까요?
저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내가 격한 운동을 좋아하는구나", "팀 플레이하는 것도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달은 거죠.
퇴원하고 얼마 안 돼서 바로 파라아이스하키를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상 재활도 됐어요. 새로운 장소에서 씻는 방법, 휠체어를 타고 넘어졌을 때 대처법, 비행기 타는 법 등 많은 것을 배웠죠. 사실 휠체어를 타고 멀리 다니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훈련 때문에 제주도를 오가면서 비행기도 타고, 수속하는 법도 배우게 됐어요.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운동을 망설이는 장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비장애인도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기 쉽지 않은데, 장애가 생기면 더 어렵게 느껴지죠. 그래도 하나쯤 시도해보셨으면 해요. 생각보다 운동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크거든요. 하기 전에는 오히려 더 무기력할 수 있는데, 막상 해보면 에너지가 생겨나요. 격한 운동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또 운동을 통해 같은 장애를 가진 분들을 만나면서 생활 노하우도 배우고 조언도 얻을 수 있어요. 그런 커뮤니티가 일상에서 정말 큰 힘이 된답니다.
앞으로 '연두'라는 작가로서의 계획도 궁금해요.
지금은 특별한 계획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려고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간간이 올리거나 한국장애인개발원, 척수장애인협회 같은 곳에서 의뢰받은 작업을 하고 있어요. 파라아이스하키를 하면서 배운 점이 많아 그림으로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욕심내기보다 자연스럽게 하려고 합니다. 그림이 제게 온 것처럼, 다음 단계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을까요.
글 유명은
사진 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