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운동하고 싶은 마음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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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러닝 모임을 마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카페에 나타난 서인호 씨.
IT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나는 꿈을 코딩합니다> 저자, 그리고 시각장애인인 그와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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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호 씨는 주말 아침에 종종 사람들과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유지하고 관계를 맺어간다.




오늘 운동 어땠어요? 땀이 많이 나셨네요.

러닝 모임이 있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동호회인데, 비장애인이 가이드러너로 짝을 이뤄 같이 뛰는 모임이거든요. 요즘 러닝 모임이 정말 많아졌어요. 러닝을 끝낸 뒤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것도 좋고요.



운동을 계속 해온 건가요?

달리기나 헬스처럼 주로 혼자 하는 운동을 했어요. 맹학교에 다닐 때는 공놀이도 많이 했는데, 졸업 후엔 그런 기회가 사라졌거든요. 시각장애인이 단체 운동을 하려면 공에서 소리가 나야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도 규칙을 알아야 하고, 때로는 규칙 자체를 수정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바뀌었죠.
요즘은 운동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생존 운동’이라고 하는데(웃음), 실제로 장애인들은 활동량이 적어 건강상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누구보다 생활체육이 절실하죠. 



어릴 때 부모님이 운동을 시키진 않았나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수영을 2~3년 정도 배웠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보내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저는 탁구, 테니스 같은 전략적이고 세밀한 운동을 좋아했어요. 단순히 몸을 쓰는 것보다 각도나 힘 세기를 생각하면서 하는 운동이 더 재밌더라고요. 테니스는 해본 적이 있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테니스 같은 경우 푹신한 공에 방울을 넣어 소리를 내고 바운드 한 번 하고 치는 건데, 어렵지만 해볼 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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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 대한 열의가 느껴지는데, 러닝 말고 다른 운동도 하나요?

최근에는 수영을 해보고 싶어 수영장 여러 곳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대부분 “장애인은 안전상 안 된다”라고 하더군요. “계단이 많고 바닥이 미끄럽다”는 것이 이유인데, “내 발바닥과 당신 발바닥이 다른가요?”라고 반박했죠. 많은 곳에서 거절당하고 찾은 끝에 결국 최근 한 곳에 등록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헬스장도 등록했고요.



운동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는 재미도 클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오늘 같은 러닝 모임이 정말 좋아요. 운동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맛이 있거든요. 같이 놀아야 친해지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친밀감도 생기잖아요. 맨날 같이 공부한다고 친구가 되는 것도, 일한다고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아직 그런 문화가 부족한 것 같아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 문화 자체가 너무 없어요. 데이트를 해도 보드카페나 방탈출카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고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문화가 달라 어찌 보면 외국인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안타까워요.



그런 문화적 차이를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서로 만날 기회 자체가 없어서 모르는 거예요. 비장애인도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장애인체육 종목을 놀이로 배운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어릴 때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은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유연하니까요. 아직 백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죠. 이미 고정관념이 생긴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반다비체육센터 같은 공간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반다비체육센터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반다비체육센터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거주하고 일하는 서울 지역에는 아직 없어서 아쉬워요.



직접 쓴 <나는 꿈을 코딩합니다>가 출간된 지 1년 됐어요. 단순한 성공담은 아니더군요. 시각장애인의 실질적 자립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쓰게 됐나요? 

저는 맹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후 일반 대학 입시를 거쳐 대학을 다녔고, 교환학생 경험을 쌓고 일반 공채로 취업한 경우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이런 과정을 모두 경험한 케이스는 많지 않아요. 그 과정에서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도 많았고요. 그런데 저 혼자만 이런 길을 걸을 수는 없잖아요. 앞으로도 같은 꿈을 가진 후배들이 있을 것이고, 중도 실명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분도 계속 생기고요. 그래서 ‘만약 시각을 잃은 상태에서 일반적 사회 진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담으면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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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호 씨는 자신의 삶을 담은 도전기를 책에 담았다. 여덟 살에 망막 수술 후 실명했지만, 다른 감각을 키우며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만났다. 점자 악보를 익혀 피아노 콩쿠르에 도전하고, 체스 대회에 출전하며, 국제고 진학에 도전했다. 사립대학에 입학해 정치외교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하며 고군분투했고, 미국 교환학생 경험과 해외여행을 거쳐 마침내 대기업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입사하기까지 여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이 책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실질적 자립 매뉴얼 역할을 한다. 대학 생활 적응법, 비장애인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 혼자 여행하는 노하우, 취업 준비 과정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또 음성 브라우저 활용, 문자인식 기술, GPS 보행 시스템 등 IT 기술을 통한 자립 경험도 풍부하게 담아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진짜 가이드북이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접근성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나 본인이 기여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개발자를 선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장애인으로서 쉽게 대체되지 않는 전문성을 갖고 싶었고, 컴퓨터 알고리즘을 다루는 일 자체가 흥미로웠거든요. 코딩도 생각보다 적성에 맞았고요. 물론 시각장애인의 IT 접근성 개선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하지만 일하면서 혼자 힘으로 바꾸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거창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현업에서 만나는 개발자에게 ‘시각장애인도 엄연한 서비스 사용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일반 사용자의 의견이 개발팀에 전달되기는 쉽지 않지만, 저는 개발자니까 동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잖아요. 이런 위치를 활용해 시각장애인 사용자의 니즈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봐요. 한 명이라도 나중에 서비스를 만들 때 “예전에 시각장애인 동료가 있었는데…” 하면서 접근성을 고려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개발자 커뮤니티 내에서의 인식 개선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시각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나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직은 막연하게 생각하는 단계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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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운동은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운동이 있나요?

자전거, 크로스핏도 해보고 싶어요. 근데 혼자서는 어려우니까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자전거 같은 경우 장애인 사이클 종목은 있지만, 전문 선수들 이야기잖아요. 지금 하고 있는 러닝처럼 생활체육으로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제가 바라는 건 특별한 게 아니에요. 누구나 하는 평범한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이죠. 운동을 통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친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큰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유명은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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