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회장

202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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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당구 좀 칩니다”


1987년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라는 고난을 마주했던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은 운동의 힘을 굳게 믿는 사람이다. 사고 후 좌절하던 그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준 것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의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것도 운동이기 때문.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대회 사격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최고 위치에 선 그는 휠체어농구와 휠체어테니스, 낚시 등 숱한 운동을 섭렵하며 강한 신체와 정신력을 길렀다. 요즘은 ‘당구’에 한창 빠져 있는 그에게 운동의 의미와 필요성을 물었다. 



운동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요즘 특히 즐기는 운동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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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요즘 당구에 푹 빠져 있습니다. 현재 이천에 거주 중인데, 주말이면 당구 동호회 모임을 위해 하남까지 갈 정도죠.(웃음) 저는 온전히 팔 힘에 의지해 휠체어를 밀고 옮겨야 하기 때문에 상체 근육이 무척 중요합니다. 평소 철봉, 고무밴드 등으로 단련하고 있지만 여러 사람과 어울려 좀 더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당구가 제격이더라고요. 과거엔 배드민턴을 열심히 쳤는데, 어깨 부상 때문에 6개월간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할 정도로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보다는 덜 과격하면서 재미있고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체 운동이 당구 같아서 열심히 하고 있죠. 가끔 즐기는 바다낚시 역시 흔들리는 배에서 10시간 넘게 견뎌야 하는 데다 온 힘을 다해 낚싯줄을 감아 올려야 하기에 좋은 코어 운동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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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는 어떤 운동을 즐기셨나요?


사고를 당한 뒤 처음 시작한 운동이 휠체어농구였어요. 저는 척추 신경을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였기에 다시는 운동을 못 할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병실에 누워 TV를 보다 휠체어농구를 알게 됐죠. 왠지 희망이 샘솟는 것 같더군요. 이후 재활 훈련을 위해 찾아간 병원 원장님에게 운동을 권유받은 것도 결정적 계기가 됐어요. 그분이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대회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셨고, 저처럼 장애를 입고도 활발히 운동하는 형님도 소개해주셨죠. 그 형님을 따라 퇴원한 다음 날부터 수영장, 농구장, 헬스장 등이 있는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휠체어농구와 휠체어테니스 등을 두루 즐기게 됐죠. 상상 이상으로 혹독한 훈련이 필요했지만, 초기 재활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테니스 경기에서 배운 매너도 사회생활에 도움 되는 마인드를 가르쳐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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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대회 사격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셨어요. 사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체육관에 다니며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많이 봤어요. 어찌나 건강하고 의욕이 넘치는지, 참 좋아 보이더군요. 그러다 1988년에 열린 서울 패럴림픽대회를 구경 다니며 나도 올림픽 선수가 되어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듬해 사격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제가 왕년에 시골에서 새총을 좀 쏴봐서인지 적성에 맞더라고요.(웃음)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국가대표도 되고 패럴림픽대회에서 금메달도 땄어요. 당시엔 이 센터, 저 센터 다니며 사격도 배우고 농구 연습도 하느라 꽤 바빴습니다. 


만일 운동이라는 희망을 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이렇게 의욕적으로 살지 못했겠죠. 사고 당시엔 희망도, 미련도 없어 돈 떨어지면 그냥 죽자는 극단적 생각까지 했어요. 그랬던 제가 휠체어농구나 휠체어테니스를 하면서 바뀌었으니, 운동의 힘이라고밖엔 설명할 수 없죠. 장애인이 됐지만 좋아하는 걸 하고 살 수 있다면 그 전의 삶이랑 다를 게 없구나 싶었거든요. 운동을 통해 서서히 건강을 되찾았고, 각종 대회 참가 등 목표가 생기면서 경제활동도 해야 했어요. 1989년 휠체어 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한 것도 그 때문이죠. 돈을 벌어 대회나 경기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선수로 활동하며 불합리한 점에 눈뜨고, 이를 알리고 개선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그렇게 운동을 통해 사회에서 서서히 제 몫을 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장애인에게, 아니 사람에게 운동이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되는지 깨달았죠. 


말씀을 듣고 보니 운동이야말로 장애인에게 최고 복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맞습니다. 단순히 ‘그럴 것이다’가 아니라 객관적 지표로 장애인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어요. 몇 년 전 한 연구 기관에 의뢰해 장애인 체육 활동이 주는 사회적·경제적 효과와 의료비 절감 효과를 다각도로 분석했는데, 운동하는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장애인이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더군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료비예요. 분주히 신체를 단련하고 건강을 유지한 장애인들은 의료비를 적게 쓸 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에 유익한 효과를 불어넣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정부에 장애인 생활체육이 확대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요청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도 많습니다.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반다비체육센터가 그 예죠. 이곳은 장애인들이 운동을 보다 쉽고 편하게 배우거나 즐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부에서 장애인의 신체 활동 프로그램 수강비를 지원해주는 ‘장애인 스포츠 바우처’ 사업도 이뤄지고 있죠. 장애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들의 스포츠 교육 역시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제가 장을 맡고 있는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는 전국적으로 1200명의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를 배치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860명이 활약 중이고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애인 운동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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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직 ‘운동’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많은 장애인이 있는데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약간의 부지런함이 필요해요. 집에서 거리가 좀 멀고 다소 번거롭더라도 직접 운동할 곳을 찾아가는 적극성과 능동성이 있어야 하죠. 운동을 시작하면 컨디션이 훨씬 좋아지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런저런 조바심이 들더라도, 조금 귀찮더라도 일단 시작해보세요. 물론 처음부터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의 힘이라는 게 참 무섭더라고요. 이 지루하고 힘든 운동을 왜 해야 하나 싶어도 눈 딱 감고 계속 하다 보면 서서히 몸에 긍정적이고 건강한 에너지가 차오르는 걸 느낄 수 있거든요. 37년 전 제가 그랬듯이. 




 편집부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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