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은 후에도 자신의 삶을 지킨 김동현 판사. 그는 쇼다운이라는 시각장애인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었다. 법정 안팎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김동현 판사는 '시각장애인 판사'로 알려져 있다. 카이스트(KAIST)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로스쿨에서 공부하던 중 2012년 의료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공부와 일상을 이어갔다. 음성 파일로 법률 공부를 하고,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법을 익혔다. 그 결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를 거쳐 2020년 판사에 임용되었다. 이렇듯 도전 정신으로 가득한 그에게 운동은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그는 쇼다운, 마라톤, 볼링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쇼다운 연습에 한창이네요. 쇼다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오락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에어하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선수 두 명이 테이블 양쪽에 서서 공을 배트로 쳐 상대편 골 포켓에 넣는 운동이죠. 소리 등에 의지해 공을 받아치는데, 속도가 빠른 데다 박진감이 넘쳐 테이블 앞에만 서면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기분입니다.
쇼다운 국가대표 자격으로 큰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네. 2019년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어요.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돌아왔죠.(웃음)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들러 연습하는데,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원래부터 운동을 즐기는 편이었나요?
아니, 그렇지는 않았어요. 이것저것 조금씩 가볍게 시도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열심히 집중하며 파고들지는 않았죠. 하지만 장애를 얻고 삶의 태도를 달리하면서 운동이 일상에 큰 활력과 동기부여가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가급적 새로운 운동에 계속 도전하고 있어요. 쇼다운, 마라톤에 이어 요즘은 볼링도 배우고 있죠.
구체적으로 운동이 삶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성취감을 맛보는 데 좋은 수단이 됐어요. 시력을 잃은 후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했죠. 외출하는 법, 공부하는 법, 생활하는 법 등 모든 방식이 예전과 같을 순 없으니까. 매사가 도전이지만, 시도해보니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더라고요. 책을 귀로 듣고, 손 감각으로 사과를 깎고 바느질을 하는 등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갔어요. 운동도 마찬가지였죠. 처음엔 걱정됐지만 직접 부딪치니 할 만했고, 연습하다 보니 재미도 실력도 늘더군요.
운동마다 기대할 수 있는 재미나 효과가 다르다고 보나요?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아요. 쇼다운은 스피드와 민첩함이 중요하기에 긴장감과 집중력을 즐기게 되고, 마라톤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처음에는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가이드 러너의 도움으로 마라톤을 시작했죠. 마라톤을 시작하고 보니 달리기의 장점이 느껴졌어요.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상쾌함과 심장 뛰는 걸 느끼며 진정한 삶의 활력을 경험했죠.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은 것 같았어요.
“몸과 정신은 연결돼 있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시력을 잃고 낙담하고 있을 때 어머니의 권유로 경북 안동의 한 절에 들어가 한 달 동안 매일 3000배를 올린 적이 있어요. 무려 9만 번이나 절을 한 셈이죠. 그런데 수행하듯 절을 올리다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가슴속에 응어리진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뜨거운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정말 엉엉 울었어요.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3000배를 올리며 기적적으로 시야가 다시 트이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하지만 그때 함께 계시던 스님이 “육신의 눈은 잃었지만 마음의 눈을 얻었으니 이제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말씀이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우린 가끔 눈에 보이는 것을 과신한 나머지 다른 부분을 간과하기도 하잖아요. 마음의 눈으로 본다는 건 모든 감각으로 대상을 느끼고 해석하며 훨씬 더 다채롭고 구체적으로 타인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절하면서 느낀 고통을 통해 이런 새로운 관점을 깨달았습니다.
운동하기를 주저하는 장애인에게 독려의 말을 해준다면.
제가 포기했다면 지금 삶의 재미와 성취감은 없었을 거예요. 저는 늘 고민만 하다 안 한 것을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도전 앞에서 누구나 걱정되지만, 안 하고 후회하기보다는 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 과정의 경험은 충분히 가치 있거든요. 어려움이 있다면 주변에 도움을 구해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장애를 너무 의식할 필요 없어요. 장애는 개인의 여러 속성 중 하나일 뿐이니까. 꼭 대단한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작은 도전이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소소한 성취감을 맛보며 삶의 즐거움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시력을 잃은 후에도 자신의 삶을 지킨 김동현 판사.
그는 쇼다운이라는 시각장애인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었다. 법정 안팎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김동현 판사는 '시각장애인 판사'로 알려져 있다. 카이스트(KAIST)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로스쿨에서 공부하던 중 2012년 의료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공부와 일상을 이어갔다. 음성 파일로 법률 공부를 하고,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법을 익혔다. 그 결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를 거쳐 2020년 판사에 임용되었다. 이렇듯 도전 정신으로 가득한 그에게 운동은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그는 쇼다운, 마라톤, 볼링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쇼다운 연습에 한창이네요.
쇼다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오락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에어하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선수 두 명이 테이블 양쪽에 서서 공을 배트로 쳐 상대편 골 포켓에 넣는 운동이죠. 소리 등에 의지해 공을 받아치는데, 속도가 빠른 데다 박진감이 넘쳐 테이블 앞에만 서면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기분입니다.
쇼다운 국가대표 자격으로 큰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네. 2019년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어요.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돌아왔죠.(웃음)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들러 연습하는데,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원래부터 운동을 즐기는 편이었나요?
아니, 그렇지는 않았어요. 이것저것 조금씩 가볍게 시도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열심히 집중하며 파고들지는 않았죠. 하지만 장애를 얻고 삶의 태도를 달리하면서 운동이 일상에 큰 활력과 동기부여가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가급적 새로운 운동에 계속 도전하고 있어요. 쇼다운, 마라톤에 이어 요즘은 볼링도 배우고 있죠.
구체적으로 운동이 삶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성취감을 맛보는 데 좋은 수단이 됐어요. 시력을 잃은 후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했죠. 외출하는 법, 공부하는 법, 생활하는 법 등 모든 방식이 예전과 같을 순 없으니까. 매사가 도전이지만, 시도해보니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더라고요. 책을 귀로 듣고, 손 감각으로 사과를 깎고 바느질을 하는 등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갔어요. 운동도 마찬가지였죠. 처음엔 걱정됐지만 직접 부딪치니 할 만했고, 연습하다 보니 재미도 실력도 늘더군요.
운동마다 기대할 수 있는 재미나 효과가 다르다고 보나요?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아요. 쇼다운은 스피드와 민첩함이 중요하기에 긴장감과 집중력을 즐기게 되고, 마라톤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처음에는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가이드 러너의 도움으로 마라톤을 시작했죠. 마라톤을 시작하고 보니 달리기의 장점이 느껴졌어요.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상쾌함과 심장 뛰는 걸 느끼며 진정한 삶의 활력을 경험했죠.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은 것 같았어요.
“몸과 정신은 연결돼 있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시력을 잃고 낙담하고 있을 때 어머니의 권유로 경북 안동의 한 절에 들어가 한 달 동안 매일 3000배를 올린 적이 있어요. 무려 9만 번이나 절을 한 셈이죠. 그런데 수행하듯 절을 올리다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가슴속에 응어리진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뜨거운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정말 엉엉 울었어요.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3000배를 올리며 기적적으로 시야가 다시 트이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하지만 그때 함께 계시던 스님이 “육신의 눈은 잃었지만 마음의 눈을 얻었으니 이제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말씀이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우린 가끔 눈에 보이는 것을 과신한 나머지 다른 부분을 간과하기도 하잖아요. 마음의 눈으로 본다는 건 모든 감각으로 대상을 느끼고 해석하며 훨씬 더 다채롭고 구체적으로 타인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절하면서 느낀 고통을 통해 이런 새로운 관점을 깨달았습니다.
운동하기를 주저하는 장애인에게 독려의 말을 해준다면.
제가 포기했다면 지금 삶의 재미와 성취감은 없었을 거예요. 저는 늘 고민만 하다 안 한 것을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도전 앞에서 누구나 걱정되지만, 안 하고 후회하기보다는 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 과정의 경험은 충분히 가치 있거든요. 어려움이 있다면 주변에 도움을 구해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장애를 너무 의식할 필요 없어요. 장애는 개인의 여러 속성 중 하나일 뿐이니까. 꼭 대단한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작은 도전이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소소한 성취감을 맛보며 삶의 즐거움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글 장혜정
사진 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