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반다비 빙상장



꿈을 향해 미끄러지다


세종특별자치시 최초의 장애인 우선 빙상장, 그리고 그곳에서 꿈을 키우는 두 청년의 이야기. 때론 넘어지고, 때론 비틀거리지만 금세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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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지금은 즐거워요."

얼음 위에서 한 바퀴 완주한 홍정민(20) 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오늘 그는 처음으로 코너 구간을 여러 번 연속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두려움 때문에 부분 동작으로만 연습했지만, 이날은 처음으로 연결 동작에 성공한 것이다.

배선후(20) 군도 마찬가지. 인라인스케이트는 잘 타지만 빙상은 달랐다. "인라인과 달리 얼음이라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자세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훈련하는 곳은 세종특별자치시 반다비 빙상장이다. 전국 최초로 장애인 우선 체육 시설로 지은 이곳은 개장한 지 한 달 반 만에 이용객 2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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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위에 들어가기 전에는 빙상장 옆 계단에서 지상 연습을 진행한다.
스케이팅 자세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체 근력과 균형감을 강화하고, 실제 얼음 위에서의 안정성을 높이는 이 훈련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후 얼음판에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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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배선후 군 (아래) 홍정민 군 




세종누리학교 전공반 2학년인 배선후 군은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를 동반한 발달장애인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체육 활동을 시작해 8년 차 운동선수가 됐다.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종누리학교 전공과 1학년으로 입학 예정인 홍정민 군은 어릴 때 스케이트를 탄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8개월 정도 천안에서 스케이팅을 배웠어요. 그런데 청주 아이스링크가 폐쇄돼 더 이상 할 수 없었죠."

두 청년은 이미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성취감을 경험했다. 선후 군은 2023년 충북 청주 스페셜 올림픽에서 인라인스케이트 500m와 1000m에서 각각 은메달을 획득했다. 정민 군은 디스크골프 선수로 활동하며 2023년 울산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은메달을, 2024년 목포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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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배선후 군은 대회에서 수상을 할 만큼 인라인스케이트 실력이 수준급이다. 그 외에도 등산, 배드민턴, 디스크골프 등 스포츠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오른쪽) 홍정민 군은 어릴 적부터 수영, 스키, 디스크골프 등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디스크골프는 2023년, 2024년 연이어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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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민 군을 지도하고 있는 이승은 강사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사인 이승은 강사는 빙상 수업을 통해 기량이 향상되어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타는 것을 목표로 교육하고 있다. 또 지도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기다림'이라고 강조한다. "몸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천천히 기다리며 꾸준히 한 가지 동작이 완성되기까지 반복 지도하는 방법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두 청년의 열정은 남달랐다고. "두 학생은 첫날부터 대여 장비가 아닌 개인 장비를 가지고 수업에 임할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는 걸 느꼈어요. 인원이 적은 만큼 더 많은 관심과 가르침을 줄 수 있었고, 그만큼 수업도 빠르게 습득했습니다."

빙상 스포츠는 실내에서 할 수 있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훈련할 수 있다. 이 강사는 "미끄럽기 때문에 위험하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에 무게중심 이동을 통한 정확한 밀기를 배운다면 편하고 빠르게 스케이팅을 할 수 있습니다"라며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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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대훈 씨는 선후 군이 배우는 운동을 함께 익혀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선후 군과 아버지 배대훈 씨가 강습 내용을 복습하며 스케이팅을 즐긴다. 



선후 군과 정민 군이 빙상을 향한 꿈을 키울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든든한 지원이 컸다. 선후 군의 아버지 배대훈 씨는 "선후가 학교를 마치면 딱히 할 일이 없어 이왕이면 제가 친구가 되어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었습니다"라며 스케이트를 함께 배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스케이트뿐이 아니다. 그는 그간 아들이 해온 운동을 늘 함께 하며 끈기 있게 이뤄낼 수 있도록 곁에서 격려하고 이끌었다.

정민 군 아버지 홍해용 씨는 운동 효과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아무래도 장애 아이다 보니 어릴 때는 집중력이나 자기 컨트롤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운동을 통해 자신감도 생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죠. 세종시장애인체육회를 통한 배드민턴, 수영, 탁구 같은 활동으로 스트레스도 풀고 대화하는 기회도 얻었고요. 경기 규칙을 익히면서 지식도 넓어졌습니다. 이 모든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두 가족은 장애인스포츠 행사와 캠프를 통해 알게 되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아왔다. 한 가족이 빙상장 수업에 가지 못할 때는 다른 가족이 대신 태워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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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 군은 '스포츠를 통해 자립하는 것'이 목표다. 세종시장애인체육회에서 기업과 연계해 취업으로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와 직업을 함께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고, 세종시 소속인 신의현 선수처럼 국가대표가 되어 대한민국 장애인을 대표하는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정민 군의 목표는 더 명확하다.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1년 안에 메달을 따고 싶어요."

이승은 강사도 "이제는 더 크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출전을 목표로 지도하고 있습니다"라며 이들의 꿈을 힘차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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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 반다비 빙상장은 사계절 운영하며 BF(Barrier Free) 인증을 받아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링크장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투명한 PVC로 제작한 특별 설계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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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마련된 수중 운동실. 수위 조절판이 있어 이용자의 필요와 신체 조건에 맞게 다양한 수준의 수중 운동이 가능하다. 또 장애인 주차장과 바로 연결돼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을 챙겼다. 



홍해용 씨는 이곳이 개관했을 때를 떠올리며 기쁨을 전했다. "동계 스포츠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 생긴 거예요. 모두에게 새로운 체육 여가 활동이 생긴 셈이죠." 세종시 반다비 빙상장은 단순한 체육 시설이 아닌,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공간이다. 선후 군과 정민 군처럼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이에게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 두 청년은 오늘도 얼음 위에서 한 발 한 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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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세종특별자치시 반다비 빙상장

전국 반다비 체육센터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빙상장을 특화 시설로 운영하는 장애인 우선 시설이다. 2024년 12월에 개관했으며, 개장한 지 한 달 만에 2만 명이 넘는 이용객이 방문할 정도로 세종 시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빙상장은 BF 인증을 받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기 편리하게 설계되었다. 현재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동계 빙상 스포츠를 전문 강사진에게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 강습 중이다. 빙상장 아래층에는 수중 운동실도 마련돼 있다. 수중 운동실은 장애인이 수중 휠체어를 이용해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슬로프가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신청 후 이용할 수 있으며, 강습생 외에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주소세종특별자치시 수목원로 94
전화044-216-5060
운영 시간화~일요일 13:00~21:00
휴관월요일·공휴일









 유명은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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