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에 개관한 인천반다비체육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스포츠 공간이다. 내부 공사로 잠시 운영을 중단했다가 지난 3월 재개관했으며, 최근 수영장까지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지역민 모두를 위한 생활체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28℃의 배려, 모두를 위한 수영장
인천반다비체육센터 1층 입구의 안내데스크를 지나면 가장 먼저 수영장 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수영장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물 온도는 다른 실내 수영장보다 1~2℃가량 높은 28℃에 맞춰져 있다. 인천반다비체육센터 운영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세리 주임의 설명이다.
"장애인 이용객 중에는 수중 걷기 운동만 하는 분도 많고, 비장애인에 비해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물속에서 쉽게 추위를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물 온도를 28℃로 맞춰 장애인들이 좀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수영장 내부를 전체적으로 따뜻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질 측정기기로 수영장의 수질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인천반다비체육센터 시설 중 가장 최근인 5월 초에 오픈한 수영장은 센터에서 주력해 관리하고 있다. 김 주임의 말에 따르면, 평일에만 시범 운영 중임에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223명의 이용객이 다녀갔다.
수영장에는 세심한 물 온도뿐 아니라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입수를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 휠체어를 타고 쉽게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했고, 간혹 경사로 이용도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에 앉은 그대로 입수할 수 있도록 돕는 수중 리프트도 있다.
샤워실과 탈의실, 화장실 또한 장애인 친화적이다. 여자 화장실 기준 총 5~6칸이 있다고 한다면, 한 칸만 비장애인용이다. 나머지는 모두 장애인을 위해 내부 면적이 넓고 팔을 받칠 수 있는 L바 등을 설치했다. 탈의실 또한 비장애인들이 서서 사용하는 높은 캐비닛 외 휠체어 이용자가 앉아서 당겨 쓸 수 있는 탈의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수영장에 입수하기까지 편리한 동선으로 설계된 화장실과 탈의실
휠체어에서 당겨 쓰는 탈의함, L바가 설치된 넓은 화장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시설로 모두가 이용이 편리하다.
"이제 물리치료실에 가지 않아도 운동할 수 있어요"
일주일 전 인천반다비체육센터에 처음 등록했다는 이상용(64) 씨는 등록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체력단련실로 출근 중이다. 하반신 마비 휠체어 이용자인 이 씨는 물리치료실에서나 할 수 있던 장애인용 사이클의 페달을 열심히 돌리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소개해줘서 우리 부부가 같이 등록했어요. 물리치료실에서나 하던 운동기구를 집 근처 헬스장에 와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니 참 좋더라고요. 강사님들이 자세도 바로잡아주고, 하나하나 잘 지도해줘 큰 도움이 되고요. 매일 와요, 저는.(웃음)"
강사진의 세심한 지도 아래 한 번의 운동이 하루의 기쁨이 된다. 체력단련실을 매일 찾는 이상용 씨의 활기찬 모습.
헬스장으로 이용하는 체력단련실에는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20명 안팎의 회원들이 기구마다 꽉 들어차 열심히 운동 중이었다. 현재 이용객은 212명으로, 수영장 다음으로 회원이 많다. 별다를 바 없어 보여도 이곳 기구는 대부분 휠체어 사용자의 신체 조건에 맞게 일부 분리하거나 이동 및 제거가 가능해 누구나 편리하게 운동할 수 있다. 취재 당일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용객의 비율이 엇비슷해 보였다. 체력단련실 윤단비 전임강사의 말이다.
"헬스장을 이용하는 비장애인분들에게 먼저 안내하는 부분이 있어요. 장애인분들의 동선이 우선 확보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 말씀을 드리는 건데요. 헬스장에서 휴대폰 보면서 다니느라 다른 사람들을 잘 못 보고 부딪히는 안전 문제가 생기기도 하잖아요. 여기서는 스마트폰 같은 개인 물품은 최대한 갖고 들어오지 말고 사물함에 비치해달라고 안내합니다. 다행히 잘 협조해주셔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데 좀 더 수월한 환경이 되고 있어요."
체력단련실 강사진 모습
이용객들이 지도를 받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는 윤 강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같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보편화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하며 "반다비체육센터가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 선수들의 골볼장, 세심한 안전 디테일
인천반다비체육센터에서 또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장소가 있으니, 2층에 자리한 골볼장이다. 골볼은 패럴림픽대회 정식 종목으로, 시각장애인들이 하는 구기 종목이다. 소리가 나는 공을 이동시켜 상대팀 골대에 넣어 득점하는 경기다.
"센터 내 골볼장은 인천시 소속 선수들을 육성하고 훈련하는 공간으로, 선수들 전용이에요."
김 주임의 말대로 이곳은 인천광역시 장애인체육회 소속 선수들의 전용 훈련장이다. 골볼장 주변에 벽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바를 설치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표시로 안내를 해둔 점도 운영단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다.
눈이 아닌 온몸의 감각으로 경쟁하는 골볼. 이곳 인천광역시 장애인체육회 소속 골볼 선수들이 세계를 향한 기량을 닦는 전용 훈련장이다.
이 외에도 2층 곳곳에는 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디테일이 엿보인다. 2층 비상탈출구로 나가면 1층까지 계단이 아닌 경사로로 만들어 비상시 휠체어 이용자도 빠르게 대피하도록 했다. 또 통유리로 된 한쪽 면에는 손잡이 바를 2중으로 설치해 혹여 발달장애인이 창문으로 돌진하는 등 돌발 행동 시 추락하거나 다치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했다.
나의 속도로, 나를 존중하는 요가
"외부 소리나 방해에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에게 집중하세요. 외부 소음이나 잣대는 궁극적 방해 요소가 아닙니다. 내가 신경 쓰기로 했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것뿐이에요. 완벽한 상태의 명상이란 없습니다. 결국은 내 호흡, 내 감각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무리하거나 억지스러움 없이 그저 내 호흡에 집중해보세요."
골볼장을 지나 다목적프로그램 2실로 발걸음을 옮기니 강사의 말이 들려왔다. 정보석 요가 강사가 명상으로 수업의 포문을 여는 소리였다. 이곳의 장애인 요가 수업 시간은 매주 월・수・금요일 3시~3시 50분, 4시~4시 50분으로 하루 2회씩 주 3회, 총 6회가 진행 중이다. 현재 요가 수업마다 장애인 5~6명이 꾸준히 강습받고 있다. 장애인의 보호자로서 동반한 비장애인도 신청하면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운동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자신을 잘 돌보며 운동에 임해야죠. 저는 이분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또 얼마나 늘었는지보다는 최대한 자신을 돌보면서 운동할 수 있게끔 돕고자 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세를 취하고, 각자의 리듬으로 호흡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이 요가 수업에서는 모든 차이가 존중받는다.
발달장애 학생부터 신체 조건이나 몸을 쓸 수 있는 범위가 저마다 다른 장애인 대상 수업에서 정 강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자신을 돌보면서 운동하는 것'이다. 보호자로서 요가 수업을 함께 받는 한 참가자는 "우리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리를 옮겨 다니거나 소리를 지를 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강사님이 제지하거나 다른 이용자들이 뭐라고 불평하는 일이 없다"며 "운동하는 일원으로 존중받는 느낌이라 이곳에 오는 시간이 늘 반갑고 즐겁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으로 하나 되는 공간
1층 탁구장은 매일 2~5시까지 장애인 전용 이용 시간이다. 취재 당일도 2시 정각이 되자마자 탁구장으로 향하는 휠체어 이용자를 만날 수 있었다. 회원 접수 및 관리를 맡고 있는 안내데스크의 장선화 씨는 이런 장면이 익숙한 듯 "저 회원분은 매일 3시간씩 빠지지 않고 탁구장을 이용하는 이곳의 터줏대감 같은 분"이라고 귀띔했다.
국가대표들이 선수촌에서 훈련이라도 하듯,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쉴 새 없이 랠리를 이어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탁구장 이용객을 보면서 이날 만난 인천반다비체육센터 직원들의 말이 떠올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계 없이, 문턱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 김세리 주임의 말이다.
"저희가 가장 바라는 건, 이곳이 모두에게 편안한 시설이면 좋겠다는 거예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다 보니, 신청을 받는 과정부터 접근성이나 형평성 차원에서 유불리가 없도록 하는 게 늘 저희의 숙제죠. 아직은 개관하고 운영한 지 얼마 안 돼서 개선점도 많겠지만, 저희는 충분히 열려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피드백해주세요. 적극 반영해서 더 편리한 시설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천반다비체육센터는 수영장의 온도부터 리프트까지, 헬스장의 맞춤형 기구부터 요가 수업의 개인별 배려까지, 모든 곳에서 포용의 가치가 묻어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계 없이 함께하는 이 공간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저마다 또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며, 오늘도 반다비체육센터는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INFO. 인천반다비체육센터
인천반다비체육센터는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및 지역사회 교류를 증진할 수 있는 스포츠 복지 인프라 시설을 목표로 2024년 10월 17일에 개관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 규모 건물로 개관한 이후 내부 공사를 위해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가 지난 3월부터 수영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의 운영이 재개되었다. 5월 초 수영장까지 모든 시설이 오픈해 운영 중이다. 1층에는 수영장과 체력단련실, 탁구장으로 쓰이는 다목적프로그램 1실이 있으며, 2층에는 배드민턴장으로 이용하는 생활체육관, 요가 등의 강습이 열리는 다목적프로그램 2실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구기 종목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다목적프로그램 3실(골볼장), 그리고 운영 사무실이 있다. 다른 시설은 월말에 신청받아 회원제로 운영 중이며, 수영장은 현재 시범 운영 기간이라 무료로 평일 자유수영을 할 수 있다. 6월부터는 수영장 역시 신청을 받아 회원제로 운영된다. 이 외에도 센터 내 모든 프로그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신청 후 이용 가능하다.
스포츠로 하나 되는 공간
지난해 10월에 개관한 인천반다비체육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스포츠 공간이다. 내부 공사로 잠시 운영을 중단했다가 지난 3월 재개관했으며, 최근 수영장까지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지역민 모두를 위한 생활체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28℃의 배려, 모두를 위한 수영장
인천반다비체육센터 1층 입구의 안내데스크를 지나면 가장 먼저 수영장 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수영장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물 온도는 다른 실내 수영장보다 1~2℃가량 높은 28℃에 맞춰져 있다. 인천반다비체육센터 운영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세리 주임의 설명이다.
"장애인 이용객 중에는 수중 걷기 운동만 하는 분도 많고, 비장애인에 비해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물속에서 쉽게 추위를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물 온도를 28℃로 맞춰 장애인들이 좀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수영장 내부를 전체적으로 따뜻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질 측정기기로 수영장의 수질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인천반다비체육센터 시설 중 가장 최근인 5월 초에 오픈한 수영장은 센터에서 주력해 관리하고 있다. 김 주임의 말에 따르면, 평일에만 시범 운영 중임에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223명의 이용객이 다녀갔다.
수영장에는 세심한 물 온도뿐 아니라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입수를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 휠체어를 타고 쉽게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했고, 간혹 경사로 이용도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에 앉은 그대로 입수할 수 있도록 돕는 수중 리프트도 있다.
샤워실과 탈의실, 화장실 또한 장애인 친화적이다. 여자 화장실 기준 총 5~6칸이 있다고 한다면, 한 칸만 비장애인용이다. 나머지는 모두 장애인을 위해 내부 면적이 넓고 팔을 받칠 수 있는 L바 등을 설치했다. 탈의실 또한 비장애인들이 서서 사용하는 높은 캐비닛 외 휠체어 이용자가 앉아서 당겨 쓸 수 있는 탈의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수영장에 입수하기까지 편리한 동선으로 설계된 화장실과 탈의실
휠체어에서 당겨 쓰는 탈의함, L바가 설치된 넓은 화장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시설로 모두가 이용이 편리하다.
"이제 물리치료실에 가지 않아도 운동할 수 있어요"
일주일 전 인천반다비체육센터에 처음 등록했다는 이상용(64) 씨는 등록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체력단련실로 출근 중이다. 하반신 마비 휠체어 이용자인 이 씨는 물리치료실에서나 할 수 있던 장애인용 사이클의 페달을 열심히 돌리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소개해줘서 우리 부부가 같이 등록했어요. 물리치료실에서나 하던 운동기구를 집 근처 헬스장에 와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니 참 좋더라고요. 강사님들이 자세도 바로잡아주고, 하나하나 잘 지도해줘 큰 도움이 되고요. 매일 와요, 저는.(웃음)"
강사진의 세심한 지도 아래 한 번의 운동이 하루의 기쁨이 된다. 체력단련실을 매일 찾는 이상용 씨의 활기찬 모습.
헬스장으로 이용하는 체력단련실에는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20명 안팎의 회원들이 기구마다 꽉 들어차 열심히 운동 중이었다. 현재 이용객은 212명으로, 수영장 다음으로 회원이 많다. 별다를 바 없어 보여도 이곳 기구는 대부분 휠체어 사용자의 신체 조건에 맞게 일부 분리하거나 이동 및 제거가 가능해 누구나 편리하게 운동할 수 있다. 취재 당일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용객의 비율이 엇비슷해 보였다. 체력단련실 윤단비 전임강사의 말이다.
"헬스장을 이용하는 비장애인분들에게 먼저 안내하는 부분이 있어요. 장애인분들의 동선이 우선 확보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 말씀을 드리는 건데요. 헬스장에서 휴대폰 보면서 다니느라 다른 사람들을 잘 못 보고 부딪히는 안전 문제가 생기기도 하잖아요. 여기서는 스마트폰 같은 개인 물품은 최대한 갖고 들어오지 말고 사물함에 비치해달라고 안내합니다. 다행히 잘 협조해주셔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데 좀 더 수월한 환경이 되고 있어요."
체력단련실 강사진 모습
이용객들이 지도를 받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는 윤 강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같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보편화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하며 "반다비체육센터가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 선수들의 골볼장, 세심한 안전 디테일
인천반다비체육센터에서 또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장소가 있으니, 2층에 자리한 골볼장이다. 골볼은 패럴림픽대회 정식 종목으로, 시각장애인들이 하는 구기 종목이다. 소리가 나는 공을 이동시켜 상대팀 골대에 넣어 득점하는 경기다.
"센터 내 골볼장은 인천시 소속 선수들을 육성하고 훈련하는 공간으로, 선수들 전용이에요."
김 주임의 말대로 이곳은 인천광역시 장애인체육회 소속 선수들의 전용 훈련장이다. 골볼장 주변에 벽을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바를 설치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표시로 안내를 해둔 점도 운영단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다.
눈이 아닌 온몸의 감각으로 경쟁하는 골볼. 이곳 인천광역시 장애인체육회 소속 골볼 선수들이 세계를 향한 기량을 닦는 전용 훈련장이다.
이 외에도 2층 곳곳에는 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디테일이 엿보인다. 2층 비상탈출구로 나가면 1층까지 계단이 아닌 경사로로 만들어 비상시 휠체어 이용자도 빠르게 대피하도록 했다. 또 통유리로 된 한쪽 면에는 손잡이 바를 2중으로 설치해 혹여 발달장애인이 창문으로 돌진하는 등 돌발 행동 시 추락하거나 다치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했다.
나의 속도로, 나를 존중하는 요가
"외부 소리나 방해에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에게 집중하세요. 외부 소음이나 잣대는 궁극적 방해 요소가 아닙니다. 내가 신경 쓰기로 했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것뿐이에요. 완벽한 상태의 명상이란 없습니다. 결국은 내 호흡, 내 감각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무리하거나 억지스러움 없이 그저 내 호흡에 집중해보세요."
골볼장을 지나 다목적프로그램 2실로 발걸음을 옮기니 강사의 말이 들려왔다. 정보석 요가 강사가 명상으로 수업의 포문을 여는 소리였다. 이곳의 장애인 요가 수업 시간은 매주 월・수・금요일 3시~3시 50분, 4시~4시 50분으로 하루 2회씩 주 3회, 총 6회가 진행 중이다. 현재 요가 수업마다 장애인 5~6명이 꾸준히 강습받고 있다. 장애인의 보호자로서 동반한 비장애인도 신청하면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운동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자신을 잘 돌보며 운동에 임해야죠. 저는 이분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또 얼마나 늘었는지보다는 최대한 자신을 돌보면서 운동할 수 있게끔 돕고자 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세를 취하고, 각자의 리듬으로 호흡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이 요가 수업에서는 모든 차이가 존중받는다.
발달장애 학생부터 신체 조건이나 몸을 쓸 수 있는 범위가 저마다 다른 장애인 대상 수업에서 정 강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자신을 돌보면서 운동하는 것'이다. 보호자로서 요가 수업을 함께 받는 한 참가자는 "우리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리를 옮겨 다니거나 소리를 지를 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강사님이 제지하거나 다른 이용자들이 뭐라고 불평하는 일이 없다"며 "운동하는 일원으로 존중받는 느낌이라 이곳에 오는 시간이 늘 반갑고 즐겁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으로 하나 되는 공간
1층 탁구장은 매일 2~5시까지 장애인 전용 이용 시간이다. 취재 당일도 2시 정각이 되자마자 탁구장으로 향하는 휠체어 이용자를 만날 수 있었다. 회원 접수 및 관리를 맡고 있는 안내데스크의 장선화 씨는 이런 장면이 익숙한 듯 "저 회원분은 매일 3시간씩 빠지지 않고 탁구장을 이용하는 이곳의 터줏대감 같은 분"이라고 귀띔했다.
국가대표들이 선수촌에서 훈련이라도 하듯,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쉴 새 없이 랠리를 이어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탁구장 이용객을 보면서 이날 만난 인천반다비체육센터 직원들의 말이 떠올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계 없이, 문턱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 김세리 주임의 말이다.
"저희가 가장 바라는 건, 이곳이 모두에게 편안한 시설이면 좋겠다는 거예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다 보니, 신청을 받는 과정부터 접근성이나 형평성 차원에서 유불리가 없도록 하는 게 늘 저희의 숙제죠. 아직은 개관하고 운영한 지 얼마 안 돼서 개선점도 많겠지만, 저희는 충분히 열려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피드백해주세요. 적극 반영해서 더 편리한 시설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천반다비체육센터는 수영장의 온도부터 리프트까지, 헬스장의 맞춤형 기구부터 요가 수업의 개인별 배려까지, 모든 곳에서 포용의 가치가 묻어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계 없이 함께하는 이 공간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저마다 또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며, 오늘도 반다비체육센터는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INFO. 인천반다비체육센터
인천반다비체육센터는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및 지역사회 교류를 증진할 수 있는 스포츠 복지 인프라 시설을 목표로 2024년 10월 17일에 개관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 규모 건물로 개관한 이후 내부 공사를 위해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가 지난 3월부터 수영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의 운영이 재개되었다. 5월 초 수영장까지 모든 시설이 오픈해 운영 중이다. 1층에는 수영장과 체력단련실, 탁구장으로 쓰이는 다목적프로그램 1실이 있으며, 2층에는 배드민턴장으로 이용하는 생활체육관, 요가 등의 강습이 열리는 다목적프로그램 2실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구기 종목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다목적프로그램 3실(골볼장), 그리고 운영 사무실이 있다.
다른 시설은 월말에 신청받아 회원제로 운영 중이며, 수영장은 현재 시범 운영 기간이라 무료로 평일 자유수영을 할 수 있다. 6월부터는 수영장 역시 신청을 받아 회원제로 운영된다. 이 외에도 센터 내 모든 프로그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신청 후 이용 가능하다.
글 성영주
사진 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