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가이드 ④ 뇌병변장애-최중증 1

20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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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증 뇌병변장애인도 체육은 가능합니다.
오히려 작은 움직임과 반응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신체 경험이 됩니다. 자, 관점을 바꾸면 보이는 체육의 세계로 들어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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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도 운동할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동시에, 답하기 망설여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휠체어에 의지해 고개를 가누기조차 힘든 사람, 말 대신 미세한 눈빛과 호흡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쉽게 말하곤 합니다.
“이 정도면… 운동은 어려울 것 같아요.”
오랜 기간 최중증 뇌병변장애인과 함께 체육 현장을 지켜온 필자는 이 질문이 가능성의 문제가 아닌 ‘관점의 문제’라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운동을 기능 회복 수단으로만 바라볼 때 중증은 곧 한계가 됩니다. 하지만 운동을 삶과 관계를 잇는 경험으로 바라보는 순간, 중증은 더 이상 제한이 아닙니다. 




최중증 뇌병변장애인과 체육, 알아두어야 할 것 

현장에서 만나는 최중증 뇌병변장애인은 단순한 의학적 분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중증’이라는 단어로는 표현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삶은 뇌병변 특성과 함께 지적·감각·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동반되고,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최중증 중복장애인(Profound and Multiple Learning Disabilities, PMLD)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생활체육 접근의 출발점입니다.



1. 움직임의 ‘제한’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움직임 ‘방식’

최중증 뇌병변(예: 경직/무정위 운동형, 사지마비 등)은 자세 유지(머리-몸통-골반), 선택적 움직임, 근긴장 변화, 피로 누적이 핵심 제한 요인입니다. 따라서 생활체육의 목표도 ‘기술 습득’ 이전에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는 조건(자세·보조·도구·환경)을 먼저 마련해야 합니다. 이들의 움직임은 걷기, 뛰기, 던지기 같은 전형적인 체육 동작과는 다르지만 고개를 돌리는 속도, 손가락에 미세하게 힘이 들어가는 순간, 특정 소리나 촉감에 반응해 몸의 긴장이 달라지는 변화 등 모든 것이 의미 있는 신체 반응입니다. 다만 이러한 반응이 작고 느리다는 이유로 ‘운동’으로 인식되지 못해왔을 뿐입니다. 최중증 뇌병변장애인에게 체육은 새로운 동작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반응을 존중 가능한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2.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없음’이 아니라 다른 언어 사용

이들은 공통적으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감각·신체 장애와 복합적인 건강 요구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지도자는 ‘설명’보다는 반응을 읽는 것(시선, 표정, 호흡, 근긴장)과 선택을 보장하는 방식(A/B 선택, 멈춤 신호, 좋아/싫어 신호)을 선택해야 합니다. 말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을 ‘의사소통 불가’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선이 머무는 방향, 호흡 리듬의 변화, 특정 자극에 대한 긴장과 이완, 반복되는 몸짓과 표정 등 모두가 의사 표현의 언어입니다. 다만 우리가 익숙한 언어가 아닐 뿐입니다. 설명보다 관찰, 지시보다 반응 읽기가 우선입니다. 이것이 가능할 때 체육은 ‘시도’가 아니라 ‘대화’가 됩니다.



3. 인지 수준의 한계는 경험의 무의미함을 뜻하지 않음

최중증 뇌병변장애인은 추상적인 규칙 이해, 지시 따르기, 목표 개념 형성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종종 “이 사람이 지금 운동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이 질문에서 생각해볼 점은, 이해하지 못해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익숙한 환경에서 신체 자극을 예측하며 타인과 함께하는 순간 자체를 기억합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이해했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이 몸에 어떤 경험으로 남는가’입니다.



4. 의료·일상 지원 요구는 체육의 ‘장벽’이 아닌 전제 조건

최중증 뇌병변장애인의 일상은 항상 의료적 고려와 함께 움직입니다. 호흡기 문제, 경련 위험, 근긴장 이상, 삼킴 장애, 쉽게 누적되는 피로 등으로 하루하루가 몸 상태를 살피는 일로 시작되고 끝납니다. 이 때문에 체육은 종종 ‘의료 이후에 하는 활동’으로 밀려났습니다. 이 말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너무 자주 ‘체육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되어왔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이들을 지켜보면, 적절한 신체 경험은 위험을 증가시키기보다 오히려 근긴장이 완화되고, 잠들기 쉬워지며, 하루의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체육은 땀 흘리게 하는 활동이 아니라 몸이 조금 덜 긴장된 상태를 경험하도록 돕는 시간입니다. 몸이 안정되면 감정도 함께 안정되고, 그 안정은 다시 의료적 관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의료와 체육은 순서의 문제가 아닌, 함께 가야 하는 관계입니다. 



5. 가족에게 체육은 ‘선택’이 아니라 삶의 공간

가족은 보호자이자 의사소통 통역자이며, 사실상 하루 24시간 동반자입니다. 대상자가 어떤 자극에 힘들어하는지, 언제 긴장이 풀리는지, 어떤 순간에 가장 안정적인지 가족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정보가 체육 현장에 충분히 연결되지 못해왔다는 점입니다. 최중증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체육은 당사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넘어 가족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생활체육을 시작하기 전, 함께 생각해볼 것

다음 편에서 구체적인 운동 종목을 소개하기 전, 우리 아이(또는 대상자)에게 맞는 활동을 고르는 관점부터 정리해봅시다. 많은 분이 이렇게 묻습니다. “이분도 할 수 있는 운동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기준을 다르게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준 1  ‘잘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편안해 보이느냐’를 보세요. 
운동 후 더 긴장하는지, 아니면 표정이 풀리는지를 관찰하세요. 즐길 수 있는 활동은 항상 안정이 먼저입니다. 


 기준 2  움직임’보다 ‘반응의 변화’를 보세요. 
손을 들지 못해도 눈빛이 달라지고, 호흡이 바뀌며, 긴장이 풀리면 그것이 이미 참여입니다.


 기준 3  ‘운동’보다 ‘환경과 사람’이 중요합니다. 
같은 종목이라도 지도자가 반응을 기다려주고, 실패를 기다려주며, 보조 인력이 충분한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기준 4  짧게 시작하세요. 
처음부터 주 2~3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 1회, 20~30분이면 충분합니다. 지속이 목표이지, 성과가 목표는 아닙니다.


 기준 5  보호자의 경험을 신뢰하세요. 
싫어하는 자극, 좋아하는 리듬, 안정된 자세 등은 보호자가 가장 잘 압니다. 그 경험을 지도자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해주세요.


 🔹 이번에는 최중증 뇌병변장애인의 특징과 체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활체육 프로그램과 실천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글・사진 한범석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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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석
서울대학교에서 특수체육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장애인 신체 활동 전문 교육기관인 오움사회적협동조합에서 뇌병변(뇌성마비, 뇌졸중)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재활 및 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나사렛대학교 재활스포츠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경희대·용인대·한경국립대에서 특수체육 관련 강의를 담당한다. 현장에서 만난 최중증장애인들이 작은 움직임으로 보여준 반응이, 체육이란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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