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경기장 휠체어석, 왜 늘 그 자리일까?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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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이동하고 거주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공연장이나 경기장에 가면 휠체어석은 왜 늘 정해진 ‘그 자리’일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볼 법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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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라는 이름의 불평등

공공시설에서 마주하는 휠체어석은 대개 출입구와 가까운 맨 뒷줄, 혹은 시야가 제한된 가장자리다. 휠체어가 갈 수 있는 동선 또한 계단이나 턱에 가로막혀 멀리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건축학적으로 경사도 확보와 대피 동선 축소, 그리고 계단식 스탠스 구조라는 공간 제한에서 시공비와 공간 효율성을 높이려다보니 발생한 결과다. 그러나 많은 장벽을 넘어 간신히 자리에 도착해도 앞사람 머리에 가려 경기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무대와 거리가 멀어 몰입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배치를 당연시하며 ‘배려’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지금, 냉정하게 질문해야 한다. 과연 진정한 배려일까? 지금 휠체어석은 그저 들어올 수 있게 만든 수준에 머무른다. 배리어프리의 본질은 단순히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있든 없든 공간을 이용하는 경험의 질이 같아야 한다는 데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배치는 진정한 의미의 배려와는 거리가 멀다. 누군가는 가장 생생한 명당에서 즐거울 때, 누군가는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구석에서 관람해야 한다면 이는 배려가 아닌 분리에 가깝다. 접근할 수 있는 것을 넘어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배리어프리가 시작된다.



설계 기준, 경험의 동등성으로 바꿔야

해외 선진적 사례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최근 북미와 유럽의 공연장은 휠체어석을 특정 구역에 몰아넣지 않는다. 일반 관객처럼 예산과 취향에 따라 앞좌석, 중간석, 2층석 등 다양한 시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좌석을 분산 배치한다. 휠체어 이용자에게도 자리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한 시사점을 남긴다. 지금까지의 건축이 면적당 좌석 수를 확보하기 위해 계단식 구조를 취하고 경사로 설치가 쉬운 평지에만 휠체어석을 만들었다면 이제 설계의 기준을 법적 기준 충족이 아닌 경험의 동등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휠체어석을 특정 위치에 고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야와 가격대의 좌석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동선의 통합이 필요하다. 건물 안만 완벽하다고 끝이 아니다. 별도 출입구는 편리해 보이지만, 이용자를 고립시킨다. 모두가 같은 문으로 들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도시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대중교통부터 보행로까지 끊김 없이 연결될 때 진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실제 휠체어 이용자의 경험과 의견이 반영되는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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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배리어프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좌석 배치의 다양화와 선택권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간이 바뀌면 인식도 바뀐다

휠체어석의 위치는 단순한 좌석 배치의 문제가 아니다. 그 공간이 우리 사회의 주인공을 누구로 생각하고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휠체어석이 더 이상 특별히 구별된 자리가 아니라 누구나 앉을 수 있는 다양한 좌석 중 하나로 여겨지는 날, 우리는 비로소 배리어프리를 실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현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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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현 | 건축가
(주)삼현그룹 도시건축, 삼현도시주거연구소 대표이사. 공간의 물리적 장벽을 직접 체감하며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한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배리어프리 건축의 본질을 탐구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도시 주거 환경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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