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를 처음 탄 건 눈 위가 아니었다. 여름 캠프, 인조 슬로프 위에서였다. 타보니 재밌었다. 눈이 없어도 이렇게 재밌는데, 겨울엔 얼마나 더 재밌을까 싶었다.
사실 나는 특수교육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눅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길이었다. 운동선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충북에서 학교에 다니던 중 봉사 활동에서 우연히 충북장애인배드민턴 감독님을 만났다. 그분의 권유로 처음 스포츠 세계를 접했고, 배드민턴을 하다 가게 된 스포츠 캠프에서 스노보드 신명수 감독님을 만났다. 스노보드 선수를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감독님의 제안에 처음엔 망설였지만 동계 캠프를 해보고 결정해도 된다는 말에 그해 12월 캠프를 다녀왔고, 이듬해 1월 스물두 살의 나는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0에서 시작했다. 기본기를 익히는 데만 첫 시즌을 통째로 썼다.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다칠 수도 있다고.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세 번째 시즌에는 넘어져서 무릎인대가 파열됐다. 그 후로 스노보드 타는 게 무서워졌고, 되던 동작도 잘 안 됐으며, 훈련 자체가 싫어지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계속 탔다. 무서운 것보다 재밌는 게 더 컸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도 넘어져서 척추골절이 생겼다. 완전히 낫지 않아서 오래 걸으면 통증이 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슬로프 위에서 속도를 내며 내려오는 순간만큼은 답답함이 사라지고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잘 안 되던 기술이 하나씩 몸에 익어가는 순간도 그렇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쌓이는 것들이, 그냥 좋다.
6년이 지났다. 늦게 시작했고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작년에 처음 실력으로 땄다고 느낀 메달이 생겼다.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에서 형들이 경기하는 것을 중계로 봤다. ‘가능성은 있겠다’고 생각하며 응원했는데, 메달을 따는 순간 감격스러움과 동시에 믿음이 생겼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패럴림픽 무대에 선 형들이 내게 그런 장면이 되어주었다.
스노보드를 처음 탄 건 눈 위가 아니었다.
여름 캠프, 인조 슬로프 위에서였다. 타보니 재밌었다. 눈이 없어도 이렇게 재밌는데, 겨울엔 얼마나 더 재밌을까 싶었다.
사실 나는 특수교육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눅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길이었다. 운동선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충북에서 학교에 다니던 중 봉사 활동에서 우연히 충북장애인배드민턴 감독님을 만났다. 그분의 권유로 처음 스포츠 세계를 접했고, 배드민턴을 하다 가게 된 스포츠 캠프에서 스노보드 신명수 감독님을 만났다. 스노보드 선수를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감독님의 제안에 처음엔 망설였지만 동계 캠프를 해보고 결정해도 된다는 말에 그해 12월 캠프를 다녀왔고, 이듬해 1월 스물두 살의 나는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0에서 시작했다. 기본기를 익히는 데만 첫 시즌을 통째로 썼다.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다칠 수도 있다고.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세 번째 시즌에는 넘어져서 무릎인대가 파열됐다. 그 후로 스노보드 타는 게 무서워졌고, 되던 동작도 잘 안 됐으며, 훈련 자체가 싫어지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계속 탔다. 무서운 것보다 재밌는 게 더 컸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도 넘어져서 척추골절이 생겼다. 완전히 낫지 않아서 오래 걸으면 통증이 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슬로프 위에서 속도를 내며 내려오는 순간만큼은 답답함이 사라지고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잘 안 되던 기술이 하나씩 몸에 익어가는 순간도 그렇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쌓이는 것들이, 그냥 좋다.
6년이 지났다. 늦게 시작했고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작년에 처음 실력으로 땄다고 느낀 메달이 생겼다.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경기하는 윤상민 선수 © 대한장애인체육회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에서 형들이 경기하는 것을 중계로 봤다. ‘가능성은 있겠다’고 생각하며 응원했는데, 메달을 따는 순간 감격스러움과 동시에 믿음이 생겼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패럴림픽 무대에 선 형들이 내게 그런 장면이 되어주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대회에 출전한 (왼쪽부터) 이충민·정수민·이제혁 선수. 이제혁 선수는 스노보드 크로스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거라고 믿는다. 4년 후 동계패럴림픽, 나는 그 자리를 목표로 보드를 탄다.
글・사진 윤상민(28·충청북도장애인체육회 스노보드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