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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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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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중증 발달장애(자폐 1급)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아들은 세상에 태어나 걸음마를 떼고, 처음 목소리를 내기까지 무엇 하나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정상 분만으로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스스로 중심을 잡고 걷는 ‘독립 보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남자아이는 원래 성장이 좀 느리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애써 걱정을 누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막연한 위로의 말이라고 믿고 싶을 만큼 제 마음이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생후 17개월이 되었을 때 마침내 첫발을 떼었지만, 균형이 무너지면서 두세 걸음도 못 걷고 픽 쓰러지기 일쑤였습니다. 걸음마 연습을 시켜도 넘어지는 날이 반복되었고, 두 돌이 지나도록 “엄마, 아빠”라는 쉬운 단어조차 입에 담지 못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온몸을 감쌌고, 결국 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18년 전만 해도 출생 시 특별한 징후가 없던 아이들의 발달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담당 의사는 모든 정밀 검사 결과에서도 이상이 없다며, 아직 어리니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엄마로서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어 그때부터 언어, 심리, 물리, 감각 통합 치료 등 할 수 있는 모든 재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거듭되는 치료 속에서 저를 지치게 한 것은, 아이를 업고 다녀야 하는 육체적 고단함이 아닌 세상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무심한 비난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겉으로는 장애가 없어 보였기에, 다 큰 아이를 왜 힘들게 업고 다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었죠. “아이가 아직 걷지 못해서 그렇다”며 조심스럽게 설명해도 돌아오는 것은 “엄마가 제대로 안 키우고 안 걸려서 아이가 저 모양”이라는 가슴 아픈 참견이었습니다.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을 삼키며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가까운 거리는 억지로라도 걷게해보고, 힘들어 하면 다시 품에 안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우리는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노력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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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시선과 상처 속에서도 지켜낸 미소

아이가 다섯 살쯤 되었을 때, 동네 마트에서 아이를 카트에 앉힌 채 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트 직원 한 분이 귀엽다며 아이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너 몇 살이야? 이름이 뭐야?” 어쩌면 평범한 관심이겠지만, 대답이 없는 아이를 보며 제가 여느 때처럼 “아직 말을 못 해요”라고 조심스레 가로막았습니다.
그런데 그 직원의 입에서 믿기 힘든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너 바보야? 왜 말을 안 해~”라고 장난치듯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숱한 시선과 참견 앞에서도 늘 조용히 웃어넘기던 저였지만, 그날만큼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습니다. “방금 우리 아이가 말을 못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말을 못 하면 다 바보인가요?"
그 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던 ‘동네 바보 형’이라는 단어조차 제게는 큰 상처로 다가왔고, 웃으며 즐기는 작은 여유마저 빼앗겨버린 현실 앞에서 서글픔을 느꼈습니다.


성장 시계가 느리게 흐르던 아들은 마침내 여덟 살이 되던 해 기적처럼 독립 보행을 시작했고, 그토록 듣고 싶던 “엄마, 아빠”라는 말로 말문을 틔웠습니다. 이윽고 아홉 살에 입학한 특수학교의 체계적인 등산 프로그램 덕에 아이의 보행도 좋아졌습니다. 중학교 3학년 무렵에는 스스로 달릴 수 있게 되었지만, 상황 인지 능력이 부족한 아이는 눈앞의 장애물이나 사람을 피하지 않고 앞만 보고 직진했습니다. 덩치가 커서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고, 제 체력으로 속도를 따라잡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주변에 민폐를 끼칠까 봐 이젠 오히려 뛰지 못하게 제지하는 것이 지금의 웃픈 현실입니다.




‘YOU CAN DO IT’, 세상 모든 부모님을 향한 응원

우리 아이가 여덟 살 때까지 걷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금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믿지 못하는 분이 많습니다. 제가 오래전 육아일기를 꺼내 <어빌리브>에 글을 보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시간과 노력은 아이를 어떻게든 성장시킨다는 믿음을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지금의 견디기 힘든 고통도 언젠가는 담담하게 웃으며 추억할 수 있을 테니, 부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You can do it’입니다. 오늘도 장애를 가진 가족의 손을 잡고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모든 부모님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글・사진 문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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