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따라, 어디가새얀의 나답게 MOVE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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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기세다'라는 말을 품고 늘 어디론가 움직이는 크리에이터 '어디가새얀’ 정새얀.
운동과 여행, 패션 등 좋아하는 것은 '일단' 해본다는 정새얀에게는 언제나 망설임보다 도전이 먼저다.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면 꼭 다른 무언가를 꿈꾸지 않아도 누구보다 훨씬 빨리 ‘나다움’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나답게 MOVE' SNS 채널에서 휠체어와 함께하는 자신만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정새얀 크리에이터와 나답게 움직이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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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운동, 그리고 휠체어 이용자로서 일상을 콘텐츠로 풀어내는 크리에이터 ‘어디가새얀’ 정새얀 씨.
 ‘나답게 MOVE 캠페인’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천안반다비체육센터와 함께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반가워요. 오늘은 어떤 MOVE를 하고 오셨나요?

오늘은 헬스장에서 역도를 하고 왔어요. 요즘 거의 매일 가는 것 같아요. 트레이너 선생님이 여자 수강생 중 제가 무게를 제일 잘 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더 욕심이 나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운동 이야기가 자주 보이는데요. 운동이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원래 몸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나요?

사실 어릴 때는 진짜 싫어했어요. 재활 치료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자꾸 빠졌거든요. 그런데 한번은 재활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일주일에 한 번 힘들게 오는 것보다 집 근처에서 매일 조금씩 하는 게 낫다고요. 그래서 회사 근처 헬스장을 알아봤는데, 사실 그때도 운동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살을 빼고 싶은 마음이 더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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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모습이나 보디 프로필 촬영 등 운동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정새얀. 
특히 2023년 보디 프로필 촬영 콘텐츠는 유튜브 <위라클> 채널에 게재돼 조회 수 약 255만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보디 프로필 촬영까지 이어졌죠. 그 과정에서 몸을 대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나요?

돌이켜보면, 트레이너 선생님을 만난 게 가장 큰 전환점이었어요. 장애인을 지도해본 경험이 없는데도 모르는 부분은 따로 공부하시고, 제가 어려워하는 동작이 나오면 다른 방법을 계속 찾아주셨어요. 제가 하반신 마비라 코어나 하체가 약한 편인데, 보통은 가능한 동작 위주로만 운동을 구성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어려운 부분도 함께 시도해보자고 하셨어요. 유산소운동이 쉽지 않으니 사이클로 대체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몸 전체를 활용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몸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2년 정도 하다 보니 보디 프로필까지 찍게 됐어요. 제주도에서 함께 운동한 친구들과 촬영했는데, 그 과정을 올린 영상 조회 수가 255만이나 나왔죠.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헬스 말고도 농구나 아이스하키, 수영까지 다양하게 하셨더군요. 종목마다 몸을 쓰는 방식과 재미가 다른데,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맞아요. 여러 종목을 해봤지만, 다 처음부터 잘 맞은 건 아니었어요. 사실 단체 운동은 원래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아이스하키는 빙판 위에서 썰매를 미는 것도 힘들고 규칙도 복잡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퍽도 생각대로 잘 안 가고요. 그래서 솔직히 얼음 위에서 쌩쌩 달리는 것만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휠체어농구는 좀 달랐어요. 처음에는 달리는 게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경기를 뛰고 대회에도 나가다 보니 점점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한테도 승부욕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지금은 역도에 집중하고 계시죠.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네, 요즘은 역도에 집중하고 있어요. 곧 대회에 나갈 것 같아 준비도 하고 있고요. 또 장애인 보디빌더 부문이 새로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 무대에도 도전해볼까 고민 중이에요. 새로운 종목을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의미 있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휠체어를 매단 상태로 턱걸이를 하는 거예요. ‘나답게 MOVE’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그 동작을 해내는 분을 봤는데, 그 장면이 계속 기억에 남더군요. 제 몸 하나를 컨트롤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휠체어까지 움직인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저도 그 동작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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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다루며, 휠체어나 교통 약자를 위한 접근성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어디가새얀’이라는 이름처럼 이동과 여행을 기록하는 콘텐츠도 꾸준히 이어오는데, 특히 애정이 가는 장소가 있다면요?

강릉을 가장 좋아해요. 외갓집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죠. 익숙한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크니까요. 재작년에는 강릉 무장애 관광 코스를 촬영했는데, 새롭게 알게 된 장소도 많았어요. 대관령 치유의 숲에는 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어 휠체어로도 산에 오를 수 있고, 바다도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이 이어져 있어요.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그런 구조 하나가 경험을 크게 바꿔주잖아요. 그래서 이런 환경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는 후쿠오카 경험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하셨어요.

네, 도착하자마자 경험한 첫인상이 좋았어요. 버스를 타러 급하게 이동하는데, 기사님이 오히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라면서 기다려주시더군요. 그 순간부터 이동에 대한 긴장이 많이 풀렸죠. 이동 환경도 인상적이었어요.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눈에 띄는 턱이 거의 없었고, 횡단보도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끊기는 느낌이 없었어요.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니, 같은 이동이라도 환경에 따라 체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요.



반대로, 국내 여행에서 느낀 불편함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있으신가요?

가장 크게 느끼는 건 계단이에요. 물리적으로 이동을 막아버리니까요. 강릉 여행을 갔을 때 앱에서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해서 숙소를 예약했는데, 막상 가보니 엘리베이터 앞에 계단이 엄청 많은 거예요. 그런 정보는 어디에도 안 나와 있었고요. 결국 취소했는데, 그 과정도 좀 당황스러웠어요. 일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많아요. 가고 싶은 공간이 있어도 계단이 있으면 포기하게 되죠. 문의를 하면 대부분 친절하게 도와주겠다고는 하지만, 이동할 때마다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을 계속 떠올리게 되면 그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어요. 대중교통도 마찬가지예요. 저상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그냥 지나친 경험도 있어서, 이동이 항상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두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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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이용자로서 일상적 경험을 다루는 콘텐츠도 눈에 띕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정말 가볍게 시작했어요. ‘~년 차, 내가 이룬 것들’이라는 영상이 유행해서 저도 ’휠체어 10년 차, 내가 이룬 것들’이라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댓글도 많이 달리고 공유도 되면서 ‘이게 재밌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조금씩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뭔가를 바꿔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겪는 일상이나 생각을 기록하는 느낌이었는데 하다 보니 그게 콘텐츠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팔로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예상치 못한 반응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많았어요. 특히 운동과 관련해서는 제가 체중을 20kg 정도 감량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하반신 마비인데 어떻게 가능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저는 해온 과정을 그대로 설명해요. 헬스장에 꾸준히 다니고 식단을 관리하면서 몸을 만들었다는 것을요. 특별한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반복해온 결과라고 말씀드리는 편이죠.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헬스장 등록을 거절당했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분이 많아요. 그걸 보면서 제가 좋은 환경을 만났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더욱 제가 겪은 과정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실제 경험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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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콘텐츠에서도 반응이 크게 엇갈린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네,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영상인데요. 다투고 난 뒤 남자친구가 제 휠체어를 내려주지 않고 먼저 가버리는 상황을 연출한 영상이었어요. 저는 연인 사이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댓글 반응은 예상과 많이 달랐어요. “장애인 학대다”, “너무 심하다” 같은 반응이 많았죠. 그때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단일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지 체감했어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기본에 깔려 있다 보니, 일상의 다양한 모습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구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분명해졌을 것 같아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불쌍하다’, ‘보호해야 한다’는 데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도움을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항상 보호의 대상이라고는 보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의도적으로 일상적 모습을 드러내려 해요. 휠체어 타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연애를 하고, 운동을 하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거죠. 그 과정을 통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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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얀은 지방척수수막류로 하반신 마비가 있는 휠체어 이용자다. 유년기에는 보조기를 착용하고 걸었지만, 청소년기부터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장애는 기세다’라는 표현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 같아요.

맞아요. ‘~는 기세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장애 역시 스스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주제로 바로 촬영을 했죠. 제게 메시지를 보내는 분들 중에는 장애 이후 많이 위축된 상태로 지내는 분이 많더군요. 외출을 망설이거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분들께 꼭 전하고 싶었던 건, 기죽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시도해보고, 결과가 기대와 다르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좇아 ‘일단’ 시도하면서 방향을 찾은 경우라 그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콘텐츠도 그 흐름과 이어져 있나요?

먼저 ‘어디가새얀’이라는 이름처럼 여행뿐 아니라 일상적 공간도 계속 다루고 싶어요. 카페나 행사장처럼 누구나 이용하는 공간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이동 과정에서 어떤 점이 편리했고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를 기록하려 해요. 그런 정보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방식은 지금처럼 유지하고 싶어요. 무겁게 접근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유쾌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게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그게 가장 의미 있는 변화일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새얀님에게 ‘나답게 MOVE’란 무엇인가요?

지금 보여드리고 있는 제 모습이 ‘나답게 MOVE’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시선에 크게 흔들리기보다 각자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스스로의 속도와 방향을 지키면서 즐겁게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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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지인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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