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되찾았을 때 삶이 다시 움직였어요

2026-07-23

b20d5feb0437b.png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당당한 속도로 삶을 개척하는 이들이 있다.
에세이 <온유: 뇌성마비 소녀의 엉금엉금 성장기>의 저자이자, 뇌성마비 지체장애가 있는 첫째 딸 온유를 키우는 김은혜 작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애 아동 보호자로서의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실크플라워 미술 작품을 제작 전시하는 플로리스트 및 미술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장애 아동의 엄마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저술, 미술, 콘텐츠 제작을 통해 주체적인 삶을 살며 ‘나답게 무브(I MOVE)’를 실천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63f23d0a5919.png




Q1. 인스타그램(@via_flower)을 통해 온유와 함께하는 일상을 공유하고 계시는데, 처음 '온유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대중과 소통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A. 계획을 품고 살아가진 않아요. 여느 엄마들이 SNS에 아기 사진을 올리듯, 온유와 보내는 하루는 제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거든요.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며 일상에 잠식당했을 때, 우연히 꽃집 모집 공고를 보고 등록을 하게 됐어요. 수업 첫날 강사님이 저를 향해 "김은혜 님" 하고 불러주시는데, 순간 머리가 띵하더군요. 누군가의 엄마로만 불리다 오랜만에 마주한 내 이름이 낯설고 눈물겨웠습니다. 그 계기를 기념하기 위해 아이디를 만들었고,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f6f9c6c251947.png




Q2. 아이의 장애를 처음 마주했을 때, 편견이 정해놓은 '보통의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힘드셨을 텐데, 어떠셨나요?

A. 아이가 아플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스물일곱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출산했기에 아이도 건강할 줄 알았는데, 출생 직후 희귀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죠.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슬프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일상을 즐기며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장애인 가족을 본 적이 없었기에, 저 역시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Q3.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긍정적 에너지를 지켜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으며 알코올에 의지해 하루를 버티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힘은 '생각의 전환'이었어요. 내가 슬퍼하고 우울해한다고 해서 누구도 내 일을 대신 해주지 않잖아요. 현재를 누리지 못하고 슬퍼하기만 하면 결국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억지로라도 ‘사랑하자, 감사하자, 행복하자’는 말을 되뇌었고, 그것이 힘이 되는 걸 느꼈어요.



Q4. 일과 양육, 수많은 역할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 멘털을 붙잡는 작가님만의 뚜렷한 루틴이나 원칙이 있을까요?

A. 늘 ‘지금 이 순간을 주체적으로 누리지 않으면 결국 나만 손해다’라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저는 장애가 있는 첫째 딸 온유, 그리고 둘째와 셋째 아들까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하지만 첫딸이 장애라는 이유로 훗날 두 아들이 '내가 누나의 인생을 평생 책임져야 한다’라는 짐을 지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온유는 너희의 누나지, 딸이 아니다. 누나의 인생은 부모인 내가 책임질 테니 너희들만의 꿈을 향해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라”라고 교육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발목을 옥죄지 않고, '나다운 삶'의 궤적을 그리며 살 수 있도록 존중하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Q5. 작가님이 실천하고 계신 ‘나답게 무브’는 무엇인가요?

A. 아이에게 매몰되지 않고 나다운 일상과 직업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저는 육아와 병행하며 책을 냈고, 실크플라워 미술 작품을 제작하며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식에게 인생을 매몰시키기보다 독립된 일상을 꾸려가는 것 자체가 지금의 나다운 삶입니다.



a9adb6239fce0.png




Q6. 마지막으로,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진짜 나답게 살고 싶다면 '철저히 노력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상황이 척박해서’, ‘아이가 아파서’, ‘내 삶에 여유가 없어서 무언가를 못 한다’는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인생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서는 단 몇 분이라도 짬을 내고, 악착같이 애쓰며 나만의 놀이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내가 나를 온전히 찾아내고 지켜낼 때, 비로소 나를 가로막던 세상의 장벽도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via_flower 인스타그램






글 정지연
사진 김은혜




         


05540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24 올림픽회관 신관
대한장애인체육회 홍보마케팅부 02-3434-4533

서비스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어빌리브에 실린 글, 그림, 사진 등 모든 자료 가운데 저작권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저작권이 있으며, 서면 동의 없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COPYRIGHT 2008-2023 KPC ALL RIGHTS RESERVED.

어빌리브에 실린 글, 그림, 사진 등 모든 자료 가운데 저작권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저작권이 있으며, 서면 동의 없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05540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24 올림픽회관 신관 
대한장애인체육회 홍보마케팅부 02-3434-4533
COPYRIGHT 2008-2023 KP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