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없이, 함께 걷는 스포츠의 길

2025-06-19



제4회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 현장 스케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스포츠로 하나 되는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은 룰 아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분명 경쟁은 있었지만, 끝엔 늘 배려만이 남았다. 함께라서 더 빛나는 어울림의 순간을 담았다.



파크골프 경기가 펼쳐진 홍천강변파크골프장 전경




지난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펼쳐진 제4회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인 12개 종목이 치러진 가운데 14일 파크골프와 낚시 두 종목이 진행되는 현장을 찾았다.


파크골프는 2022년 제1회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이 시작된 이래 꾸준히 개최되어온 인기 종목으로 꼽힌다. 게이트볼과 골프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형태로, 일반 골프보다 코스 길이, 플레이 시간이 훨씬 짧고 간편하다. 그런 만큼 고령자, 장애인, 초보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접근성과 포용성이 높은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티잉 에어리어에서 티샷을 날리고 이동하는 모습




오전 8시 30분, 홍천강변파크골프장에서 첫 번째 티샷을 날렸다. 파크골프 장애인 개인전 부문은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뉘어 두 코스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선수들은 각자 페이스대로 집중하며 경기에 임했고, 잔디 위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감돌았다. 홀마다 스윙이 이어지는 순간, 선수들의 몰입과 열정이 느껴졌다.



장애 유형이나 등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도움 없이 경기에 임했다.




이번 대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의 장이었지만, 선수들의 경기 자세는 어느 치열한 대회 못지않게 진지했다. 홀마다 거리와 지형을 꼼꼼히 살피며 집중했고, 기다림 끝에 이어지는 티샷은 단순한 한 타가 아닌 스스로를 시험하는 도전처럼 느껴졌다. 라운드 중 "이 홀은 쉽지 않네", "아까 그 퍼팅 좋았어" 같은 가벼운 대화가 오가기도 했지만, 샷을 앞둔 순간만큼은 모든 이의 시선이 스윙에 집중되며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했다. 조용한 긴장과 또렷한 집중이 공존하는 순간, 이 대회가 단지 '함께하는 자리'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강원 선수단 소속으로 출전한 춘천장애인골프협회 지회장 홍순앙 씨




이번 대회에 참가한 강원 선수단 소속 춘천장애인골프협회 지회장 홍순앙 씨는 파크골프의 회복력과 치유의 힘을 몸소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34년간 군 복무 중 헬기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뒤 재활을 위해 파크골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팡이 없이 코스에 서기도 어려웠지만, 파크골프를 꾸준히 하며 근력이 붙고 통증도 줄었습니다." 홍 씨는 현재 발달장애인을 위한 파크골프 교육에 재능 기부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 운동이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장애인의 삶을 회복시키는 '희망의 운동'이라 말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규칙 아래 함께 경기를 펼치는 이 자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러한 어울림의 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잔디를 가르는 스윙 소리, 홀컵을 향해 구르는 공,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터지는 환호나 조용한 아쉬움. 경기는 기술과 전략, 집중력의 싸움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를 존중하는 매너가 단단히 자리한다. 휠체어를 탄 채 클럽을 휘두르는 선수도, 보조기를 이용해 자세를 잡는 선수도 모두 같은 룰 아래 당당히 경기를 펼쳤다. 함께 걷고, 겨루며, 서로를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선수들은 더 이상 '누구와 다르다'는 존재가 아니었다. 한 홀 한 홀 돌아 나오며 그들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선수로 남았다.



낚시 종목은 가평 인근의 '더파크12' 글램핑장에서 치러졌다.




오후에는 낚시 종목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더파크12' 글램핑장으로 향했다. 강변을 따라 펼쳐진 이곳은 풍경 자체만으로 휴식 같은 공간이지만, 이날은 그 안에서 하나의 스포츠 경기가 조용히 치러지고 있었다.



수상 방갈로에서 진행된 단체 2인전. 안전을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꼭 한 팀을 이루는 게 원칙이다.



낚아 올린 물고기는 심판이 곧바로 크기를 잰다. 15cm 이상이 득점 기준이다. 




낚시는 지난해 제3회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부터 새롭게 추가된 종목이다. 대회 역사는 짧지만, 평소 안전이나 이동 등 여러 제약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장애인에게 낚시라는 분야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진행된 단체 2인전은 시도 단위로 꾸린 2인 1조 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짝을 이뤄 각자 배정받은 방갈로에서 경기에 임했다. 경기 방식은 간단하지만, 긴장감이 팽팽했다. 15cm 이상 물고기를 낚으면 점수가 주어지고, 방갈로마다 배치된 심판이 그 자리에서 즉시 길이를 측정한 뒤 물고기를 방생했다. 도우미 없이 직접 낚싯대를 드리운 선수들의 표정에서 집중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정오를 넘긴 오후 햇살은 매우 뜨거웠다. 시원한 나무 그늘도 거의 없는 탓에 쉽게 지칠 수 있었지만, 방갈로마다 설치된 파라솔과 에어컨 덕분에 선수들은 강변에서도 비교적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었다. 캠핑장답게 인접한 화장실과 휴식 공간, 넉넉한 주차장 등도 갖춰져 있어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불편이 적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낚싯대를 드리운 선수들 사이에 오랜 기다림이 이어졌다. 물고기의 반응은 더뎠고, 강물은 잠잠했다. 하지만 서로 낚시 노하우나 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여유도 보였다. 부산광역시장애인낚시연맹 사무국장 김홍근 씨는 "처음엔 다들 낚시가 익숙지 않아 망설였지만, 막상 해보니 재미있다고들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되는 데다 무엇보다 배려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오간다"고 전했다. 기다림 자체를 함께하는 태도는 이 대회의 진짜 미덕처럼 느껴졌다. 특히 휠체어나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방갈로를 오갈 때, 동료가 먼저 손을 내밀거나 장비를 함께 옮기는 모습은 경기를 넘어선 배려로 다가왔다.



특별팀으로 낚시 종목에 참여한 경기도장애인낚시연맹 김형석 회장과 구탁본 선수 




한편 특별팀 선수단 소속으로 참여한 경기도장애인낚시연맹 김형석 회장은 "같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며 "몸이 불편한 분들은 옆에서 도와주고, 또 도움을 받으면서도 위축되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자체가 정말 소중하다"고 전했다. 특별팀 선수단은 시도 구성이 아닌 서울, 경기도 등 여러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대회에 지원한 이들로 꾸려진 팀이다. 김형석 회장은 "장애인 낚시의 참여자 확대와 환경 개선을 위해 팀 유니폼, 숙소, 식사 등을 개인 사비로 일부 지원하고 있다"며 "장애인 생활체육이 단순한 경쟁을 넘어, 단순한 레저를 넘어,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교류까지 오가는 어울림의 장으로 확산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손맛의 기쁨을 즐기는 선수들




오후 4시쯤 분위기가 바뀌었다. 햇살이 조금씩 누그러지자 강물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찌가 움직이고 낚싯대가 휘어지더니, 방갈로마다 작은 환호가 터졌다. "잡았다!"는 외침과 함께 박수가 이어졌고, 심판은 재빠르게 길이를 쟀다. 결과는 기록됐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순간 함께한 기쁨이었다. 경쟁보다 공감이 먼저였고, 배려가 앞섰다. 그런 순간은 점수판보다 오래 기억될 장면이다. 강가의 햇살 아래 각자 속도로 찌를 응시하며 낚아 올린 것은 물고기만이 아니었다. 어울림과 인내, 작지만 확실한 기쁨이 조용히 채집되었다.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은 스포츠를 매개로 다름을 넘어서는 진짜 '함께'를 경험하는 자리였다. 경기장 곳곳에 스며든 배려와 존중, 그리고 웃음은 단순한 경쟁 이상의 의미를 보여줬다. 이 축제가 남긴 가장 큰 기록은 점수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한 걸음이었다. 어울림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발걸음이 내년에는 더 넓고 풍성하게 이어지기를. 다음 대회에도 더 많은 이들의 참여 속에 또 하나의 따뜻한 서사를 써 내려가길 기대해본다. 









글  박지인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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