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 위 극한의 집중, 바이애슬론 현장 스케치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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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과 28일 이틀간 펼쳐진 제23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바이애슬론 경기.
스키와 사격을 오가며 한계에 도전하는 바이애슬론 선수들의 뜨거운 대회 현장을 찾았다.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부에 자리한 바이애슬론 센터는 직선과 급경사 언덕을 오가는 다이내믹한 코스와 국제 규격의 사격장을 갖춘 국내 유일의 바이애슬론 경기장이다. 매년 이곳에서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를 비롯한 주요 대회가 열린다.



“바이애슬론”



오전 9시. 예정된 경기 시작 시간보다 40분가량 일찍 도착했지만, 좌식 부문 첫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이미 환복을 마치고 시트 스키에 앉아 있었다. 영하 10℃의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장비를 점검하고 코스를 오가며 몸을 푸는 모습. 말없이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경기 전 특유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바이애슬론”



오전 9시 40분. 첫 선수가 출발선에 섰다. 좌식 부문 스프린트 경기 1번 주자였다. 시트 스키에 앉은 선수는 폴을 단단히 움켜쥐고 출발 신호와 함께 양팔로 설면을 힘껏 밀어냈다. 시트 스키가 깊은 자국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갔고, 다음 선수들이 30초 간격으로 출발했다. 



“바이애슬론”

제23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바이애슬론 코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종목이다. 선수들은 설원을 질주하다 사격장에 들어서 10m 앞의 과녁을 맞힌다. 거친 호흡과 빠른 심장박동을 가라앉힌 뒤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이 종목의 핵심이다. 



“바이애슬론”



첫 번째 루프를 돌고 도착한 사격장. 한 선수가 사로에 엎드렸다. 탕! 과녁이 흰색으로 바뀌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이어졌다. 네 번째는 빗나갔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코스로 뛰쳐나갔다. 페널티 루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페널티 루프는 사격에서 명중시키지 못한 과녁 하나당 추가로 달려야 하는 벌칙 코스다(좌식 선수 100m, 입식 선수 150m). 



“바이애슬론”

비장애인 선수들과 달리 장애인 선수들은 총을 메고 달리지 않는다. 보조 임원이 사격장에서 총을 건네준다. 



“바이애슬론”

대회에서 가장 먼저 5발 사격 수행을 모두 명중한 한승희(경기) 선수




한 사로 건너편, 한승희(경기) 선수의 총구에서 5발이 연달아 터졌다. 탕, 탕, 탕, 탕, 탕. 과녁이 하나씩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었다.
"첫 만발이네. 잘했어, 한승희!"
코스 옆에서 코치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격에 강점을 보이는 한승희 선수는 좌식 부문 출전 선수 중 가장 먼저 5발을 모두 명중시키며 페널티 루프 없이 곧장 코스로 빠져나갔다.
사격과 주행을 반복하며 경기가 이어졌다. 한승희 선수가 경기 초반 사격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후반 김윤지(서울) 선수의 역주가 시작됐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속도를 끌어올린 김윤지 선수는 결국 한승희 선수를 4분 이상 앞서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바이애슬론”

페널티 루프를 주행하는 선수들. 급하게 주행하다 균형을 잃는 선수도 있었다.




남자 스프린트에서도 반전이 있었다.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하며 유망주로 떠오른 신지환(강원)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국가대표 훈련을 마치고 해외에서 돌아온 직후라 나를 포함한 동료들 모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어요. 특별한 전략 없이 4등 안에만 들자는 생각으로 뛰었는데, 운 좋게 1등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겸손한 소감이지만, 다음 날 이어질 인디비주얼 경기에 대해서는 투지를 내보였다.
"시도 대표로 나왔기에 최소한 메달은 따야 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사격에 더 신경 써서 내일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습니다." 



“바이애슬론”

봉현채(경기) 선수




첫날 좌식 스프린트가 접전이었다면, 둘째 날 입식과 시각장애 경기는 강자들의 독무대였다. 봉현채(경기)와 김민영(강원)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인디비주얼 경기에서 봉현채 선수는 약 18분 앞서며 금메달을 따냈다.
"원래 사격을 걱정했는데, 20발 중 16발을 맞혀 만족스러웠습니다."
경기를 마친 봉현채 선수는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스프린트 경기는 불발 시 페널티 루프를 도는 방식이지만, 인디비주얼 경기는 한 발 실패할 때마다 45초씩 페널티 시간이 부과된다. 그는 "사격이 안 맞으면 어쩌지" 하는 부담이 가장 큰 변수였다고 털어놓았다.
시각장애 선수들은 음향 피드백 시스템을 활용해 사격을 진행한다. 헤드폰에서 나오는 ‘띠띠띠’ 소리. 표적에 가까워질수록 데시벨과 피치가 높아진다. 봉현채 선수는 이 소리에 의지해 방아쇠를 당겼다. 20발 중 16발. 80%의 명중률로 페널티 시간을 최소화하며 2위와 격차를 벌렸다. 



“바이애슬론”

김민영(강원) 선수와 변주영 가이드의 경기 모습




남자 시각장애 부문을 제패한 김민영 선수 또한 인디비주얼 경기에서 7분가량 여유 있게 차이를 벌리며 1위를 기록했다.
"첫날 치른 스프린트 경기와 마찬가지로 컨디션에 신경 쓰면서 스키를 탔어요. 변주영 가이드가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순조롭게 1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민영 선수는 가이드와의 호흡을 강조했다. 시각장애 선수는 가이드와 함께 코스를 달린다. 가이드는 야외 코스 상태와 설질을 파악하며 선수와 연습하는데, 경기 중에는 선수를 이끌어주는 '눈' 같은 존재다.
변주영 가이드는 체격이 크고 김민영 선수는 작아 보폭과 주법에 차이가 있다. 김민영 선수는 주법을 똑같이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템포를 가이드에게 맞추고, 속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어제보다 더 신중하게 쐈지만, 한 발을 놓친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페널티가 45초나 되니까요." 



“바이애슬론”



이틀간의 경기가 모두 끝났다. 선수들은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는 시도 대항전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로 훈련해온 신지환(강원), 김윤지(서울), 김민영(강원) 선수 등도 이번 대회에서는 각자 시도를 대표해 경쟁했다.
격렬한 주행 끝에 고요 속에서 방아쇠를 당기고 다시 설원으로 뛰쳐나가기를 반복했던 이틀의 사투. 메달 색깔과 순위를 떠나, 각자 한계에 도전했던 선수들의 뜨거운 열기가 평창의 찬 공기 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이들의 여정은 이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대회를 향한다. 








글  박지인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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