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체육 최초로 동·하계 전국장애인체전 신인상과 MVP를 모두 수상한 수영·노르딕스키 선수 김윤지.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좋아하고 귀여운 것만 봐도 마음이 설레는 평범한 열여덟 살 소녀지만, 일단 목표를 정하면 꼭 해내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 수영장과 스키장을 오가며 한계를 넘나드는 동안에도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그녀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2022년 동·하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이하 체전)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더니, 이제는 동·하계 체전 MVP까지 거머쥐었어요. 한 선수가 동·하계 체전에서 신인상과 MVP를 모두 받은 건 처음인데, 이 유례없는 기록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사실 이번에 MVP를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소식을 들었는데,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고 신났습니다. 투표해주신 기자분들께도 감사드리고, 첫 출전에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신인상과 함께 MVP까지 되어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인체육계에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어 영광스럽고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할 때마다 행복해집니다.
접영 50m 49초54, 자유형 50m 39초86, 자유형 100m 1분26초39로 개인 한국 신기록을 세웠어요. 이 중 본인에게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은 무엇인지, 또 지난 기록과 비교할 때 가장 발전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접영은 체전에서 처음 출전하는 종목이었고, 자유형 100m는 빠짐없이 해오던 종목이었는데요. 처음 기록한 49초의 접영도 좋았지만, 많이 걱정했던 자유형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100m가 더 의미 있었습니다. 사실 가장 기뻤던 건 39.86초의 신기록을 세운 자유형 50m예요. 작년부터 깨고 싶었던 40초대 벽을 처음 넘어선 기록이고, 30초대와 40초대의 체감 차이가 커서 감회가 남달랐어요.
수영 선수로 시작해 노르딕스키까지 도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두 종목을 모두 정상급으로 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수영으로 장애인체육을 시작한 뒤 기초 종목 하계 캠프 등을 통해 여러 종목을 경험했어요. 휠체어레이싱을 하던 중 서울시 노르딕스키 감독님이 제게 스키를 제안하셨어요. “스키를 타면서 총도 쏠 수 있다”는 말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와 시작하게 됐습니다.
동계와 하계를 오가며 훈련하는데, 시즌 전환기에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쓰는 근육이 다르다 보니 새로운 종목에 적응하는 기간이 가장 힘듭니다. 이때는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스키(롤러) 훈련에 집중하다 하계 체전 전에 수영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던 것이 특히 그랬어요.
선배 선수 중 특별히 롤모델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항상 열정 넘치는 노르딕스키 신의현 선수, 마음가짐이 늘 긍정적인 사이클 이도연 선수, 패럴림픽 3관왕인 수영 조기성 선수 등 훌륭한 선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노르딕스키 정재석 선수를 가장 닮고 싶어요.
왜 정재석 선수를 꼽았나요?
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고, 훈련할 때 정재석 형이 보여주는 자세가 특별해요.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을 때 항상 어려운 길을 선택하거든요. 기본기도 감독님이 가장 좋다고 할 정도로 완벽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습니다.
정재석 선수를 '형'이라고 부르네요.
나이 차이가 꽤 있지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 삼촌보다는 '형'이라고 부릅니다.(웃음)
지금까지 성장하는 데 특별히 도움이 된 응원이나 조언이 있나요?
어떤 성과를 내든 항상 “잘했다”며 지지해주시는 부모님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재미있는 건, “너무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을 때 오히려 승부욕이 생겨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는 거예요. 대표팀 감독님과 코치진의 조언도 마음을 다잡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스태프들이 항상 곁에서 경기를 도와주고 함께 뛰어줄 때면 노르딕스키가 진정한 팀 스포츠라는 걸 느끼곤 합니다.
운동선수 김윤지와 고등학생 김윤지는 어떻게 다른가요? 평소 어떤 것을 좋아하고 즐기나요?
노래 듣는 걸 좋아하고, 아이돌이나 작은 동물, 아기처럼 귀여운 것에 푹 빠지는 평범한 10대예요. 성격이 조금 급해 무슨 일이든 빨리빨리 하는 편이고요.(웃음) 운동할 때면 특별한 뿌듯함을 느끼곤 하는데, 결국 좋아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한다는 점에서는 고등학생 김윤지나 선수 김윤지나 같은 사람 같아요.
뉴진스 ‘찐’팬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체전에서 특별히 함께한 노래가 있나요?
체전을 준비하며 힘들 때마다 뉴진스의 'OMG'가 큰 위로가 됐어요. 요즘은 뉴진스 대니얼이 커버한 'Let her go'를 자주 듣습니다.
마포푸르메스포츠센터와는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다고요. 센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특별한 선생님, 친구 등 인연이 있다면?
푸르메 수영장에 초등학생 때부터 함께 다닌 학교 친구와 중학교 과제로 수영 선생님을 인터뷰한 기억이 납니다.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여러 선생님과 좋은 추억을 쌓은 것 같아요.
이번 MVP 상금을 기부했는데, 전에도 나눔을 실천한 적이 있나요? 기부를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초등학생 때 머리카락을 기부한 적은 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어 기부한 것은 아니지만, 기쁨을 나누는 법을 배운 것 같아 뿌듯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스포츠센터를 이용하게 될 텐데요, 선배로서 이 기부금이 어떻게 도움이 되길 바라나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도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운동하고, 뜻깊은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내년에 성인이 되는데, 이루고 싶은 꿈이나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앞으로도 정체되지 않고 조금씩 성장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학교에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로서 더 많이 배우고 장애인체육계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운동선수를 넘어 “이바지하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꿈을 그리고 있나요?
거창한 꿈은 아니에요. 현재 장애인 스포츠는 선수가 많이 부족한 상황인데, 어린 시절부터 체육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통합 교육에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수준에 맞지 않는 체육 수업을 받다 보니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수체육을 전공하면서 이런 친구들이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도전하도록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재활을 위해 수영을 시작하며 대회에 출전하고, 계속 스포츠를 이어가며 '운동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나요?
스키는 특성상 해외 원정이 많은 종목인데,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것을 보거나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운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또래가 경험하기 쉽지 않은 값진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하죠.
한국 장애인체육 최초로 동·하계 전국장애인체전 신인상과 MVP를 모두 수상한 수영·노르딕스키 선수 김윤지.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좋아하고 귀여운 것만 봐도 마음이 설레는 평범한 열여덟 살 소녀지만, 일단 목표를 정하면 꼭 해내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 수영장과 스키장을 오가며 한계를 넘나드는 동안에도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그녀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2022년 동·하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이하 체전)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더니, 이제는 동·하계 체전 MVP까지 거머쥐었어요. 한 선수가 동·하계 체전에서 신인상과 MVP를 모두 받은 건 처음인데, 이 유례없는 기록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사실 이번에 MVP를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소식을 들었는데,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고 신났습니다. 투표해주신 기자분들께도 감사드리고, 첫 출전에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신인상과 함께 MVP까지 되어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인체육계에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어 영광스럽고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할 때마다 행복해집니다.
접영 50m 49초54, 자유형 50m 39초86, 자유형 100m 1분26초39로 개인 한국 신기록을 세웠어요. 이 중 본인에게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은 무엇인지, 또 지난 기록과 비교할 때 가장 발전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접영은 체전에서 처음 출전하는 종목이었고, 자유형 100m는 빠짐없이 해오던 종목이었는데요. 처음 기록한 49초의 접영도 좋았지만, 많이 걱정했던 자유형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100m가 더 의미 있었습니다. 사실 가장 기뻤던 건 39.86초의 신기록을 세운 자유형 50m예요. 작년부터 깨고 싶었던 40초대 벽을 처음 넘어선 기록이고, 30초대와 40초대의 체감 차이가 커서 감회가 남달랐어요.
수영 선수로 시작해 노르딕스키까지 도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두 종목을 모두 정상급으로 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수영으로 장애인체육을 시작한 뒤 기초 종목 하계 캠프 등을 통해 여러 종목을 경험했어요. 휠체어레이싱을 하던 중 서울시 노르딕스키 감독님이 제게 스키를 제안하셨어요. “스키를 타면서 총도 쏠 수 있다”는 말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와 시작하게 됐습니다.
동계와 하계를 오가며 훈련하는데, 시즌 전환기에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쓰는 근육이 다르다 보니 새로운 종목에 적응하는 기간이 가장 힘듭니다. 이때는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스키(롤러) 훈련에 집중하다 하계 체전 전에 수영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던 것이 특히 그랬어요.
선배 선수 중 특별히 롤모델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항상 열정 넘치는 노르딕스키 신의현 선수, 마음가짐이 늘 긍정적인 사이클 이도연 선수, 패럴림픽 3관왕인 수영 조기성 선수 등 훌륭한 선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노르딕스키 정재석 선수를 가장 닮고 싶어요.
왜 정재석 선수를 꼽았나요?
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고, 훈련할 때 정재석 형이 보여주는 자세가 특별해요.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을 때 항상 어려운 길을 선택하거든요. 기본기도 감독님이 가장 좋다고 할 정도로 완벽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습니다.
정재석 선수를 '형'이라고 부르네요.
나이 차이가 꽤 있지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 삼촌보다는 '형'이라고 부릅니다.(웃음)
지금까지 성장하는 데 특별히 도움이 된 응원이나 조언이 있나요?
어떤 성과를 내든 항상 “잘했다”며 지지해주시는 부모님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재미있는 건, “너무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을 때 오히려 승부욕이 생겨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는 거예요. 대표팀 감독님과 코치진의 조언도 마음을 다잡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스태프들이 항상 곁에서 경기를 도와주고 함께 뛰어줄 때면 노르딕스키가 진정한 팀 스포츠라는 걸 느끼곤 합니다.
운동선수 김윤지와 고등학생 김윤지는 어떻게 다른가요? 평소 어떤 것을 좋아하고 즐기나요?
노래 듣는 걸 좋아하고, 아이돌이나 작은 동물, 아기처럼 귀여운 것에 푹 빠지는 평범한 10대예요. 성격이 조금 급해 무슨 일이든 빨리빨리 하는 편이고요.(웃음) 운동할 때면 특별한 뿌듯함을 느끼곤 하는데, 결국 좋아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한다는 점에서는 고등학생 김윤지나 선수 김윤지나 같은 사람 같아요.
뉴진스 ‘찐’팬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체전에서 특별히 함께한 노래가 있나요?
체전을 준비하며 힘들 때마다 뉴진스의 'OMG'가 큰 위로가 됐어요. 요즘은 뉴진스 대니얼이 커버한 'Let her go'를 자주 듣습니다.
마포푸르메스포츠센터와는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다고요. 센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특별한 선생님, 친구 등 인연이 있다면?
푸르메 수영장에 초등학생 때부터 함께 다닌 학교 친구와 중학교 과제로 수영 선생님을 인터뷰한 기억이 납니다.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여러 선생님과 좋은 추억을 쌓은 것 같아요.
이번 MVP 상금을 기부했는데, 전에도 나눔을 실천한 적이 있나요? 기부를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초등학생 때 머리카락을 기부한 적은 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어 기부한 것은 아니지만, 기쁨을 나누는 법을 배운 것 같아 뿌듯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스포츠센터를 이용하게 될 텐데요, 선배로서 이 기부금이 어떻게 도움이 되길 바라나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도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운동하고, 뜻깊은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내년에 성인이 되는데, 이루고 싶은 꿈이나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앞으로도 정체되지 않고 조금씩 성장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학교에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로서 더 많이 배우고 장애인체육계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운동선수를 넘어 “이바지하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꿈을 그리고 있나요?
거창한 꿈은 아니에요. 현재 장애인 스포츠는 선수가 많이 부족한 상황인데, 어린 시절부터 체육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통합 교육에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수준에 맞지 않는 체육 수업을 받다 보니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수체육을 전공하면서 이런 친구들이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도전하도록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재활을 위해 수영을 시작하며 대회에 출전하고, 계속 스포츠를 이어가며 '운동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나요?
스키는 특성상 해외 원정이 많은 종목인데,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것을 보거나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운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또래가 경험하기 쉽지 않은 값진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하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열여덟 살의 도전이 기대되네요. 동계 체전에서 다시 만나요!
글 유명은
사진 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