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어서 이뤄낸 신인상의 영광



가이드러너 정수효 선수와 함께 한 뼘 남짓한 끈을 나눠 잡고 트랙을 질주한 김초롱 선수.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남자 100mB T11, 200mB T11, 400mB T11 총 3개 부문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두 선수의 완벽한 호흡으로 이뤄낸 '신인상' 수상에 대한 소감과 그들이 진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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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시각장애인으로, 4년 전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김초롱 선수.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장애인 스포츠를 추천받아 육상부터 골볼까지 다양한 종목을 거쳐 작년에 다시 육상으로 돌아왔다. “흥미도 없었고, 성적도 좋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좋아서 하거나, 제 재능을 알아봐준 전문가의 추천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들어갔으니 당연한 결과였죠. 이번에는 달랐어요. 나 스스로 생각하고 흥미를 느끼니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돌아온 육상에서 1년 만에 신인상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그리고 들어오는 숱한 인터뷰 수상 소감에 그가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정수효 선수다. 가이드러너로 함께 달린 정수효 선수에 대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 것. “저도 장애인 육상 선수로 뛰고 있지만, 가이드러너에 대한 개념이나 정보가 많이 없었어요. 저처럼 시각장애인 육상 선수는 가이드러너와 함께 뛰는 것이 기본인데, 선수 자체가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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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절대 이뤄내지 못했을 영광이기에
기쁨도 두 배랍니다.”

_김초롱 선수 


그가 신인상 수상 소감보다 ‘가이드러너’ 이야기에 힘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가 이번에 신인상을 받으면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저 또한 이번 수상으로 더 큰 목표와 동기부여가 생겼지만, 가이드러너 시스템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저를 비롯한 장애인체육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끝까지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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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육상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그러나...” 

_정수효 선수(가이드러너)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정수효 선수는 중학교 때 농구 선수를 꿈꿨지만, 남보다 늦게 시작한 이유로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이후 찾은 운동이 육상이에요. 운 좋게도 시작과 함께 성적이 좋아 육상에 꾸준히 흥미를 가졌죠. 그런데 운동은 나 혼자 좋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운 좋게 시청 소속 선수가 될 수 있었지만, 부상 등 여러 이유로 운동을 이어가지 못했어요.” 그렇게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육상에 대한 애정은 버리지 않던 정수효 선수는 일반 대회 등에도 꾸준히 출전하고 있었다. 그러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코치로 일하는 동창의 권유로 가이드러너를 하게 됐다. 그 동창이 바로 김초롱 선수를 맡고 있는 김유정 코치다. “덕분에 제가 육상으로 다시 기쁨을 경험할 수 있어서 참 고맙죠. 그래서 더 오래 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김초롱 선수의 이야기처럼 가이드 러너의 시스템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랍니다. 명확한 소속 단체가 없다 보니 보수를 받는 부분이 취약해요. 가이드러너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 잘 이뤄진다면 저 역시 김초롱 선수와 더 큰 무대를 목표로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어요.”






육체적 훈련 외에도 틈만 나면
터놓고 나눈 대화가 합을 맞추는 데 큰 힘이 됐어요.” 

_김초롱 선수


육상 선수와 가이드러너는 그 어떤 종목보다 호흡이 중요하다. 더구나 한 선수는 앞을 보지 못하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에 만나 훈련을 시작했어요.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신인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큰 영광이고 행운이죠. 두 사람이 열심히 해온 훈련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저보다 형인 가이드러너 정수효 선수가 친근하게 다가와줬어요. 훈련과 관련한 고민부터 평소 스트레스 해소나 취미에 대한 이야기 등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죠.” 훈련할 때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나 감정이 실제 대회에서는 발생할 수 있기에 가이드러너와의 합은 매우 중요하다. “대회에 나갈 때 훈련과 다른 환경에 예민해지기 쉬운데, 말하지 않아도 벌써 눈치챈 정수효 선수는 차분하게 대회장 환경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하고, 긴장을 풀어주기도 해요. 그러면서 전 자신감이 생기고요. 이런 호흡이라면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요.”




“유머러스하고 유연한 김초롱 선수였기에
제가 더 부담 없이 호흡을 맞출 수 있었어요.” 

_정수효 선수(가이드러너)


“가이드러너가 처음인 건 저도 마찬가지잖아요. 처음에는 저도 낯설었어요. 훈련 중에는 오히려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그 외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제 팔을 김초롱 선수에게 내어주는 게 자연스럽지만,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어요.” 일반인 가이드러너와 달리 선수 출신 가이드러너인 그는 누구보다 김초롱 선수의 기량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같은 육상 선수 입장에서 트랙 위치, 코너 등을 상세히 설명해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은 자신이 있었지만, 정작 마인트 컨트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한번은 김초롱 선수가 자신의 시각장애를 두고 농담하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더군요. 지금은 받아치며 장난하게 됐지만요. 이런 유머러스한 초롱 선수의 성격 덕분에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인이라면, 이런 걸 두고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그들은 이번 신인상을 통해 따로, 또 같이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게 됐다. 






“육상이요? 평생 할 겁니다.” 
_김초롱 선수


처음으로 운동에 대한 욕심과 목표가 생겼다는 김초롱 선수. “냉정하게 말하면, 현재 장애인체육 종목 중 시각장애인 육상은 선수 자체가 적어요. 제가 신인상을 받았지만, 경쟁자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기도 하죠. 앞으로 목표가 제 기록을 깨는 거니까요.” 자신의 입으로 평생 하고 싶은 운동이라고 말한 게 처음이라는 그는 당연한 목표지만 패럴림픽대회를 위해 노력 중이다. 가이드러너에 대한 개념도 부족한 국내 대회에서 벗어나 더 큰 대회에서 경험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행보를 통해 개인의 목표 달성은 물론, 아직 부족한 국내 장애인체육 시스템이 발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민수경 감독님과 김유정 코치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실업 팀에 들어올 수 있게 발탁해주신 것도, 훈련 내내 보여주신 배려도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정수효 선수와 함께 큰 대회에 나가고 싶습니다.”



“가이드러너로서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_정수효 선수(가이드러너)


“좋은 경험이었지만, 사실 저는 현재 제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가이드러너의 역할에 대한 매력과 사명감도 충분히 느꼈지만, 삶은 현실이잖아요. 제가 경제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이 일을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요.” 정수효 선수가 가이드러너로 활약하며 느낀 뿌듯함과 육상에 대한 열정은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국내 시스템 부재로 인해 계속 이어가야 할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불투명하다. “하루아침에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렇게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언젠가는 변화의 불씨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저도 제 미래를 더 구체적으로 꿈꿀 수 있겠죠. 그날을 위해 우선은 앞만 보며 열심히 해보려고요. 저 역시 김초롱 선수와 함께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습니다.”





 김수영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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