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사라·최길라 선수, 알파인스키 쌍둥이 자매의 도전



시속 100km로 질주하는 알파인스키는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겐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이다.
하지만 최사라・최길라(23) 쌍둥이 자매는 달랐다. 한 명은 세계무대를 누비고, 한 명은 신학도의 길을 걸으면서도 스키를 놓지 않았다. 두 자매의 도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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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를 앞두고 쌍둥이 자매의 재회는 알펜시아 스키장에서 이뤄졌다. 국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대회 하루 전날 귀국한 최사라 선수와 두 달 여 만에 만난 최길라 선수는 서로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포옹했다. 이후 열린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자매의 활약은 빛났다. 최사라 선수가 여자 알파인 대회전과 회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최길라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하며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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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사라 선수, 최길라 선수




최사라 선수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2024 코르티나 국제스키연맹(FIS) 파라 알파인스키 월드컵에서는 활강과 슈퍼대회전 종목에서 2관왕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올해 1월 8일 산타카테리아 FIS 파라 알파인스키 월드컵 활강 종목에서도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도전의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은 성장하는 기쁨이에요.
매 순간 새로운 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죠.”

_최사라 선수 


하지만 이번 2월, 최사라 선수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 일정이 겹친 것이다. 고심 끝에 그녀는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 출전을 선택했다.
“세계선수권대회가 2년마다 열리는 큰 대회라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하지만 시도 소속 선수로서 체전 출전은 저의 중요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두 대회 일정이 겹친 것이 너무 아쉽네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부터 함께 운동해온 쌍둥이 자매에게 서로는 특별한 존재다. 최사라 선수는 “동생이랑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운동했고, 서로 의지하며 지내왔어요. 운동할 때도,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이 되어주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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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사라 선수, 최길라 선수




“훈련량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가 서로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에요.”
_최사라・최길라 선수


최길라 선수는 “쌍둥이여서 자매로서의 애틋함이 있고, 뭔가 지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조금 있다 다시 화해하고 친하게 지내며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동반자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특히 “여자 시각장애 선수들이 많이 없어서 서로 함께 도전을 해나가며 실력이 좋은 둘이서 선의의 라이벌로 많이 경쟁했다”고 말했다.
이번 체전에서 최길라 선수는 특별한 목표가 있었다. 작년에는 언니와 9초 차이가 났는데, 이를 8초 이하로 줄이는 것. 결과적으로 대회전에서 8초, 회전에서 6초 차이로 목표를 달성했다. “진짜 이번에는 훈련도 많이 했고 빡세게 준비했어요”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서로에 대한 평가도 날카롭다. 최사라 선수는 동생에 대해 “작년에 비해 많이 늘었고,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할 부분이 많지만 훈련을 많이 못하는데도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평했다. 최길라 선수는 언니에 대해 “월드컵에서 순위권에도 못 들었는데 이제는 거의 순위권에 들고 금메달도 따고 진짜 많이 늘었다”며, “엣지에서 엣지로 가는 카빙을 잘하지만, 해외 라이벌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근력과 기술적인 면에서 더 자신감 있게 도전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시각장애 여자 알파인 대회전과 회전 종목에서 최사라 선수와 최길라 선수가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체대 특수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인 최사라 선수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학기당 해외 훈련 참가 기간이 5주로 제한되어 있어 고충이 많았는데 둘 다 잘해내고자 애써왔단다. 하지만 올해는 휴학을 고려 중이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을 위해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운동은 제 삶의 일부예요. 비록 전업 선수는 아니지만,
운동을 통해 도전을 이어가고 싶어요.”

_최길라 선수


반면 최길라 선수는 신학대학교에 진학해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체전만큼은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4년 전 부상과 팀 문제로 선수 생활을 제한적으로 하고 있지만, 수영과 스키는 여전히 그녀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운동은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에요. 수영과 스키를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보람차요. 나중에는 장애인 체육 지도자가 되어서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스포츠를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는 최사라 선수도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후에는 임용고시를 준비해서 특수체육 교사가 되거나, 아니면 지도자의 길을 걸을 생각”이라며 “저를 가르쳐 주셨던 코치님처럼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재능을 나누며, 선수도 많이 키워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 장애인 체육의 발전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어요.”
_최사라・최길라 선수


알파인스키는 100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데다 특히 시각장애 선수들은 가이드러너와 완벽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등 부담이 있는 종목이다. 아찔한 높이와 각도의 슬로프를 내려다볼 때 경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냐는 물음에 “왜 무섭지 않겠어요”라며 반문하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무서울 때도 있지만, 기도를 많이 하고 자세 교정이나 전략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려고 해요”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어은미 가이드와 최사라 선수, 최길라 선수와 유재은 가이드 




자매는 곧 각자의 길을 간다. 최사라 선수는 이탈리아 월드컵을 준비하고, 최길라 선수는 학업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전에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집으로 향한다. 국외 훈련에 지친 최사라 선수는 “일단 쉬고 싶고, 자고 싶고, 한국 음식도 많이 먹고 싶다”며 집으로 가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최길라 선수는 새로 생긴 카페 탐방도 계획해 두었다. 서로의 길은 다르지만, 장애인 체육의 발전이라는 같은 꿈을 향해 달린다. 이번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도 증명했듯이 두 사람은 여전히 최고의 라이벌이자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유명은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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