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에 오를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그래도 선수 대표라 생각하니 자랑스러웠죠." 지난 2월,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선수단 선서를 한 최수빈 선수(11・강원도장애인체육회)의 말이다. 대회 최연소 출전 선수로 주목받은 최 선수는 이번이 3년째 최연소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최수빈 선수
우연이 만든 운명의 만남
스노보드는 최수빈 학생의 계획에 없던 도전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전임 지도자였던 홍진수 코치의 권유가 그녀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코치 선생님이 엄마를 찾아오셔서 스노보드를 타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셨어요. 타볼까, 말까, 고민했던 게 지금껏 타게 된 계기가 됐죠." 수빈의 어머니는 안전 문제 때문에 처음엔 거절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단체로 눈썰매장을 방문했을 때 홀로 타지 못했던 수빈의 서운함을 알게 된 후, 다시 찾아온 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더 다칠까 봐 거절했어요. 수빈이만 눈썰매를 못 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죠."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2월 11일 제22회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서 파라아이스하키 정승환 선수와 함께 단상에 올라 선수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최수빈 선수
제22회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경기에 임하고 있는 최수빈 선수
두려움을 넘어선 용기
스노보드는 속도와의 싸움이다. 수빈에게 가장 어려운 건 바로 그 속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겁이 나서 속도를 못 내는 게 제일 어려워요."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한담 코치는 수빈의 다른 면을 보았다. "무서워하지만 정말 잘해요. '이렇게 탈 거야'라고 하면 다 해내죠." 무서움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어린 선수의 도전 정신에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번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수빈이 세운 가장 큰 목표는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완주'였다. 그리고 그녀는 해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일주일 전 열린 협회장배 대회보다 기록을 무려 10초나 단축한 것이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지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대회에서 메달을 받았을 때 내가 이렇게 잘할 수 있고, 잘하는 게 있다고 깨달았어요." 그 순간 운동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왼쪽부터)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신인팀 소속 윤상민(27), 이기석(26) 선수. 팀의 막내 최수빈 선수와 장난도 치며 즐겁게 훈련할 수 있도록 돕고, 그녀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오빠처럼 따뜻하게 응원해주는 동료들이다.
물과 눈, 두 세계를 누비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스노보드를 탈 수 없지만, 수빈은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또 다른 무대는 수영장이다. "보드는 겨울에만 탈 수 있는데, 수영은 물만 있다면 어느 계절에도 할 수 있어요." 두 가지 운동 모두 좋다는 수빈의 말에서 순수한 스포츠 사랑이 느껴진다. 작년 첫 수영 대회에서도 최연소였던 수빈은 완주를 포기하려던 순간,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함성에 다시 힘을 냈다고 한다. "못 갈 줄 알았어요. 근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니까 꼭 가야만 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완주한 후 터져 나온 눈물은 성취감의 표현이었다. 수빈은 "스노보드는 스타트, 피니시 라인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응원하는 환경은 아니지만 코치님과 동료 선수분들이 엄청 응원해줘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피아노와 스노보드, 두 가지 열정
수빈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인 피아노가 있다. "피아노는 정말 좋아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도, 듣고 싶은 노래도 칠 수 있죠. 지금은 히사이시 조의 'Summer'라는 곡을 연습하고 있어요." 음악과 스포츠를 모두 잘하는 비결을 묻자, 수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 나타나는 것 같아요." 존경하는 선수 또는 만나보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 물었을 때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선수보다는 만나보고 싶은 연예인이 있어요. 에스파의 윈터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자신의 롤모델로 스노보드 선수가 아닌 아이돌을 꼽는 모습에서 초등학교 5학년 소녀다운 순수함이 엿보였다. 곁에서 듣고 있던 수빈 어머니가 짓궂게 한마디 거들었다. "수빈이는 숙제도 에스파의 응원봉을 들고 한다니까요."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가는 와중에도 아이돌의 응원봉을 든 채 숙제하는 소녀의 모습이 그려져 절로 미소가 나왔다. 어떤 환경에서도 또래 여학생들과 다름없는 관심사를 가진 평범한 아이의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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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선수와 어머니 이은영 씨
"장애가 장해가 되지 않는다"
수빈의 어머니는 딸을 자랑하며 눈을 빛냈다. "수빈이는 밝고 에너지가 넘쳐요. 남을 잘 배려하고 유머, 웃음, 끼, 눈물도 많아 함께 있으면 감정이 두 배로 풍부해지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스포츠 도전을 걱정하는 부모에게 그녀는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장애 진단을 받던 날, '할 수 없는 게 많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장애가 장해가 되지 않듯이,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심심하던 아이가 심신이 강한 아이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훈련장에서, 경기장에서 최수빈 선수 곁을 든든히 지키는 한담 코치는 수빈이가 아이다움을 유지하면서 선수로서 기량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도록 세심하게 지도하고 있다.
성장의 기록
한담 코치는 겨우 70일의 설상 훈련 경험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룬 수빈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본다. "나이가 많은 선수도 2~3시즌은 훈련해야 대회에서 완주하는 수준인데, 수빈은 훈련 기간 대비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코치는 어린 선수의 조기 스포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스포츠는 놀이에서 시작되어 현재의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했습니다. 어린 선수의 조기 스포츠 교육은 정신 및 신체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다 여러 장애로 발달되지 못한 신체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생각해요."
2030년 패럴림픽대회를 꿈꾸며
수빈에게 꿈을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꿈은 아직 모르겠어요. 그냥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스노보드를 타면서 더 많은 대회에 나가고 메달도 따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운동하는 친구가 더 많으면 좋겠어요." 한담 코치는 수빈의 미래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밝혔다. "부상 없이 기본 기술과 기량을 쌓아 국제 대회에 참가하고, 2030 프랑스 알프스 패럴림픽대회에서 메달 획득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습니다." 눈 위의 작은 거인, 최수빈 선수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도전이 언젠가 세계를 놀라게 할 날을 기다리며 그녀는 눈길 위에서, 수영장에서, 피아노 앞에서 오늘도 꿈을 키우고 있다.
"단상에 오를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그래도 선수 대표라 생각하니 자랑스러웠죠."
지난 2월, 제2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선수단 선서를 한 최수빈 선수(11・강원도장애인체육회)의 말이다. 대회 최연소 출전 선수로 주목받은 최 선수는 이번이 3년째 최연소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최수빈 선수
우연이 만든 운명의 만남
스노보드는 최수빈 학생의 계획에 없던 도전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전임 지도자였던 홍진수 코치의 권유가 그녀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코치 선생님이 엄마를 찾아오셔서 스노보드를 타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셨어요. 타볼까, 말까, 고민했던 게 지금껏 타게 된 계기가 됐죠."
수빈의 어머니는 안전 문제 때문에 처음엔 거절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단체로 눈썰매장을 방문했을 때 홀로 타지 못했던 수빈의 서운함을 알게 된 후, 다시 찾아온 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더 다칠까 봐 거절했어요. 수빈이만 눈썰매를 못 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죠."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2월 11일 제22회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서 파라아이스하키 정승환 선수와 함께 단상에 올라 선수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최수빈 선수
제22회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경기에 임하고 있는 최수빈 선수
두려움을 넘어선 용기
스노보드는 속도와의 싸움이다. 수빈에게 가장 어려운 건 바로 그 속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겁이 나서 속도를 못 내는 게 제일 어려워요."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한담 코치는 수빈의 다른 면을 보았다. "무서워하지만 정말 잘해요. '이렇게 탈 거야'라고 하면 다 해내죠." 무서움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어린 선수의 도전 정신에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번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수빈이 세운 가장 큰 목표는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완주'였다. 그리고 그녀는 해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일주일 전 열린 협회장배 대회보다 기록을 무려 10초나 단축한 것이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지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대회에서 메달을 받았을 때 내가 이렇게 잘할 수 있고, 잘하는 게 있다고 깨달았어요." 그 순간 운동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왼쪽부터)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신인팀 소속 윤상민(27), 이기석(26) 선수. 팀의 막내 최수빈 선수와 장난도 치며 즐겁게 훈련할 수 있도록 돕고, 그녀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오빠처럼 따뜻하게 응원해주는 동료들이다.
물과 눈, 두 세계를 누비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스노보드를 탈 수 없지만, 수빈은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또 다른 무대는 수영장이다.
"보드는 겨울에만 탈 수 있는데, 수영은 물만 있다면 어느 계절에도 할 수 있어요." 두 가지 운동 모두 좋다는 수빈의 말에서 순수한 스포츠 사랑이 느껴진다.
작년 첫 수영 대회에서도 최연소였던 수빈은 완주를 포기하려던 순간,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함성에 다시 힘을 냈다고 한다.
"못 갈 줄 알았어요. 근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니까 꼭 가야만 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완주한 후 터져 나온 눈물은 성취감의 표현이었다.
수빈은 "스노보드는 스타트, 피니시 라인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응원하는 환경은 아니지만 코치님과 동료 선수분들이 엄청 응원해줘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피아노와 스노보드, 두 가지 열정
수빈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인 피아노가 있다.
"피아노는 정말 좋아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도, 듣고 싶은 노래도 칠 수 있죠. 지금은 히사이시 조의 'Summer'라는 곡을 연습하고 있어요."
음악과 스포츠를 모두 잘하는 비결을 묻자, 수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 나타나는 것 같아요."
존경하는 선수 또는 만나보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 물었을 때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선수보다는 만나보고 싶은 연예인이 있어요. 에스파의 윈터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자신의 롤모델로 스노보드 선수가 아닌 아이돌을 꼽는 모습에서 초등학교 5학년 소녀다운 순수함이 엿보였다. 곁에서 듣고 있던 수빈 어머니가 짓궂게 한마디 거들었다.
"수빈이는 숙제도 에스파의 응원봉을 들고 한다니까요."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가는 와중에도 아이돌의 응원봉을 든 채 숙제하는 소녀의 모습이 그려져 절로 미소가 나왔다. 어떤 환경에서도 또래 여학생들과 다름없는 관심사를 가진 평범한 아이의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최수빈 선수와 어머니 이은영 씨
"장애가 장해가 되지 않는다"
수빈의 어머니는 딸을 자랑하며 눈을 빛냈다. "수빈이는 밝고 에너지가 넘쳐요. 남을 잘 배려하고 유머, 웃음, 끼, 눈물도 많아 함께 있으면 감정이 두 배로 풍부해지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스포츠 도전을 걱정하는 부모에게 그녀는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장애 진단을 받던 날, '할 수 없는 게 많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장애가 장해가 되지 않듯이,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심심하던 아이가 심신이 강한 아이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훈련장에서, 경기장에서 최수빈 선수 곁을 든든히 지키는 한담 코치는 수빈이가 아이다움을 유지하면서 선수로서 기량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도록 세심하게 지도하고 있다.
성장의 기록
한담 코치는 겨우 70일의 설상 훈련 경험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룬 수빈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본다.
"나이가 많은 선수도 2~3시즌은 훈련해야 대회에서 완주하는 수준인데, 수빈은 훈련 기간 대비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코치는 어린 선수의 조기 스포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스포츠는 놀이에서 시작되어 현재의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했습니다. 어린 선수의 조기 스포츠 교육은 정신 및 신체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다 여러 장애로 발달되지 못한 신체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생각해요."
2030년 패럴림픽대회를 꿈꾸며
수빈에게 꿈을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꿈은 아직 모르겠어요. 그냥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스노보드를 타면서 더 많은 대회에 나가고 메달도 따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운동하는 친구가 더 많으면 좋겠어요."
한담 코치는 수빈의 미래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밝혔다.
"부상 없이 기본 기술과 기량을 쌓아 국제 대회에 참가하고, 2030 프랑스 알프스 패럴림픽대회에서 메달 획득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습니다."
눈 위의 작은 거인, 최수빈 선수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도전이 언젠가 세계를 놀라게 할 날을 기다리며 그녀는 눈길 위에서, 수영장에서, 피아노 앞에서 오늘도 꿈을 키우고 있다.
글 유명은
사진 정재환, 대한장애인체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