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빛난 선수들 ①

2025-06-03



침묵의 스포츠로 불리는 골볼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공이 움직이는 소리를 따라 몸을 던져 방어하고 공격하는 구기 종목이다.
'시각장애인의 축구'로 일컫는, 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침묵 속에 벌어지는 골볼 경기에는 우레 같은 함성보다 큰 희열과 역동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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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맹학교 골볼팀




골볼, 이거 너무 재미있잖아

지난 5월 김해에서 개최된 제1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골볼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대전팀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이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서 본 대전팀의 골볼 경기. 시각장애인의 구기 종목이라는 기초적인 사실만 숙지한 채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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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우승한 후 기념 사진





가로 18m, 세로 9m 직사각형 코트에서 똑같이 눈을 가린 선수 6명이 각자 골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센터와 레프트, 라이트 각 위치에 3명씩 총 6명의 선수가 3 대 3으로 마주해 상대편 골문을 향해 공을 굴려 득점하는 경기. 실내는 그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공을 크게 튕기면서 경기가 시작됐다. 농구공만 한 공 안에는 소리가 나는 방울이 들어 있어, 그 소리를 듣고 선수들이 반응한다. 자기 팀 골대 앞으로 굴러오는 공을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엎드리거나 눕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경기를 치른다. 침착하지만 빠르게, 고요하지만 치열하게 움직인다.
전·후반 각각 12분씩 24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 채, 골이 들어가면 환호하고 선수들이 실수하면 같이 아쉬워했다. 골볼이라는 낯선 스포츠에 나도 모르게 몰입한 것이다. 한마디로,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종목이었다. 



골볼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

"다이내믹한 정도를 볼 때 골볼은 축구에 비견할 만한 스포츠예요. 또 팀 스포츠인 만큼 아이들이 함께 몸으로 부딪혀가며 경기를 치르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적극성이나 학업 성취도가 훨씬 높아지는 것이 보여요. 모든 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게 변했다고 할까요."
2024년부터 대전팀을 이끌어온 정진완 감독의 말이다. 대전은 지난해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첫 출전에서 은메달, 이번 두 번째 출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눈부신 성장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에 전북팀과 치른 결승전에서는 11:1이라는 스코어, 10점 차 콜드게임으로 마무리하며 압도적 경기력을 선보였다. 




정지완 감독


이승준(19) 선수


김대엽(19) 선수


한종민(18) 선수


이정훈(18) 선수


최명호(20) 선수




대전팀은 주장 이승준 선수를 주축으로 김대엽, 한종민, 이정훈, 최명호, 최근 합류한 박강민까지 총 6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상대인 전북팀이 선수 4명인 데 반해 대전팀은 선수층이 탄탄한 것. 경기 중에도 다른 팀에 비해 실수가 거의 없고, 물 흐르듯 한 몸처럼 움직이며 착착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점이 인상 깊었다. 선수들 역시 "팀워크가 정말 좋아요"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센터 포지션인 박강민 선수는 "지난해 처음 체전에 나갈 때는 우리 선수가 4명밖에 없는 데다 준비도 부족해 아쉬웠거든요. 올해는 멤버도 추가되고, 더 철저히 준비해 좋은 성과를 거둬 감격스러워요. 우린 일단 서로 친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팀플레이를 맞추는 과정이 정말 유쾌한 분위기거든요. 그러면서 화합도 잘되고, 그게 경기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에이스 이승준의 빛나는 세리머니

대전팀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결승전에서만 혼자 8골을 넣은 에이스 이승준 선수다. 학생팀에서는 보기 드문, 턴하면서 공을 바운드하는 역동적 자세가 돋보인다. 선수들은 대부분 볼링하듯 공을 바닥에 붙여 안전하게 굴리는데, 이승준 선수의 볼은 턴하면서 붙은 가속도로 통통 튀기며 빠르게 굴러가기에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승준 선수의 득점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다. 정지완 감독은 "승준이는 진짜 연습 벌레예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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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체전에 처음 출전했는데, 그때는 서울팀이 압도적이었어요. 서울팀 선수였던 이준모 선수가 공을 바닥에 바운드해 보내는 걸 보더니, 승준이가 방과 후 저녁 시간까지 끊임없이 연습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파워와 정확도가 쑥쑥 올라갔어요."
이승준 선수는 현재 유소년 대표팀에 발탁되어 향후 골볼 국가대표로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체전 내내 중계진이 감탄을 금치 못한 이승준 선수의 플레이는 고교 레벨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골이 터졌다고 해서 스스로 먼저 크게 환호하는 등 세리머니가 거의 없는 골볼 시합 중에서도 이승준은 눈에 띄는 선수였다. 득점할 때마다 팔을 번쩍 위로 올리며 검지손가락 하나를 쭉 뻗는 세리머니를 보여준 것. 그 장면은 이번 대회에서 이승준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세리머니를 따로 준비한 건 아니고, 그냥 당시에 떠오른 대로 한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꼭 1등을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손가락 하나를 펼쳐 든 거죠. 골볼은 조용한 스포츠인데, 골을 넣었을 때 터져 나오는 박수와 환호를 들으면 엄청난 희열이 느껴지거든요. 그런 매력 때문에 골볼에 빠진 것 같아요." 



열정부터 금메달감

대전팀의 또 다른 주축인 김대엽 선수는 골볼의 매력에 대해 "시각을 가리고, 제한된 감각 안에서 소리를 듣고, 공을 막아내고, 골을 넣다 보면 느껴지는 스릴과 짜릿함이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처음 출전했을 때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이 우리가 골볼에 더 매진하도록 만든 것 같아요. 이번 체전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경기는 다 콜드게임으로 이겼는데 딱 한 번 콜드게임을 못 하고 이긴 거예요.(웃음)"
김대엽 선수의 말에 선수들은 하나같이 "맞아, 맞아" 하며 맞장구쳤다. 대전팀의 이처럼 남다른 자신감은 선수 개개인의 골볼에 대한 열정에서 나오는 듯했다. 운동 삼아, 취미로, 선생님의 권유로 등 골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제각각 다르지만 한 팀으로 금메달을 따낸 지금은 ‘이 멤버로 대회에 한 번 더 나가 우승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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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관한 훈련 시간에도 누군가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누군가는 공감 능력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며 '원팀'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서로 경계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팀 에이스를 추켜세우기도, "애들이 잘해줘서"라며 겸손을 보이기도 하며 골볼이라는 스포츠 아래 선수들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그리 많지 않아요. 골볼은 오히려 비장애인들이 볼 때 '어떻게 눈을 가리고 감각만으로 코트 안에서 공을 막고 굴려서 넣을 수가 있지' 하며 신기해하고, 나아가 대단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골볼을 통해 시각장애인도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말 멋진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이제 막 골볼을 시작했지만, 열정만큼은 베테랑인 한종민 선수의 말이다. 시력과 눈 상태가 저마다 다른 이들이 모여 똑같은 안대를 끼고,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 골볼이라는 스포츠에 매진한다. 직사각형 코트 안에서 혼자 길을 헤쳐 나가는 부담이 아닌 함께 힘을 합쳐 공을 굴리고 막으며,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함을 느낀다.
골볼을 통해 보이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보는 이들은 골볼이라는 스포츠 안에서 한없이 자유로워진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의 세계를 향해 이들은 오늘도 뚜벅뚜벅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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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영주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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