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왕 3남매의 금빛 열정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목표를 향해 달리고 멀리 던지며 꿈을 키웠다. 
지난달 개최된 제5회 전국장애인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육상왕 3남매’라 불리는 김천천·김지혜·김선정 선수를 만났다.



장애인 육상 3남매의 3관왕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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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열린 제5회 전국장애인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김천천·김선정·김지혜 선수



한길을 향해 세 남매가 함께 걸어간다. 셋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최초로 동시에 3관왕에 오른 김천천(24·한전KDN), 김지혜(18), 김선정(17·이상 광주광역시장애인육상연맹) 선수 이야기다. 
3남매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4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동시에 3관왕에 올랐다. 김천천 선수는 F13 남자 포환던지기·원반던지기·창던지기 선수부, 김지혜 선수는 F13 여자 포환던지기·원반던지기·창던지기 선수부, 김선정 선수는 T13 여자 100·200·400m 선수부에서 우승했다. 지난 4월 14일 전북 익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5회 전국장애인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3남매는 메달을 휩쓸었다. 김천천 선수는 일반부 3관왕, 김지혜 선수는 여고·일반부 3관왕에 올랐다. 둘의 활약에 힘입어 광주는 금 26개, 은 22개, 동 12개를 따내면서 2년 연속 종합 1위에 올랐다.




오빠 따라 자연스레 시작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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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매는 유전성 망막 디스트로피(이영양증)로 인한 저시력과 야맹증 탓에 아주 가까운 곳만 볼 수 있다. 1남 5녀 중 셋이 장애가 있다. 장남인 김천천 선수는 초등학생 때 장애를 알게 됐다. 어머니 박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천천이가 어릴 때 텔레비전을 너무 가까이에서 보길래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했어요. 처음엔 황반변성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유전성 질병인 걸 알게 됐지요. 둘째와 셋째가 장애가 없다 보니 나머지 아이들도 장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넷째 지혜와 다섯째 선정이도 오빠와 같은 증세를 보였고요.” 
하루하루 시력이 떨어졌지만, 김천천 선수는 운동을 좋아했다. 광주에 위치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세광학교를 다닌 그는 “형들과 축구를 하다 특기·적성 교육으로 합기도를 배웠다. 그러다 중2 때 학교 육상부를 찾아가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힘이 좋아 투척 종목을 선택했고, 금세 기량을 끌어올렸다. 한국 기록을 세우고 체전에서도 메달을 연거푸 땄다. 
“오빠를 따라 운동하게 됐는데, 금세 좋아졌다”는 김지혜 선수는 종목도 오빠와 같은 투척을 선택했다. 여러 종목을 테스트했는데 투척이 맞았다고. 김선정 선수는 달리기를 택했다. 오빠가 어떤 조언을 해줬는지 묻자 김지혜 선수는 “아무 말도 안 해줬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궁금한 걸 물어보면 잘 알려줬다”며 은근슬쩍 우애를 자랑했다. 



성장해가는 기쁨, LA 패럴림픽대회 도전할 것


광주광역시장애인체육회는 도쿄 패럴림픽대회 대표팀 코치 출신인 이상준 감독과 박영식 코치가 선수들에게 전문적인 훈련을 지도한다. 어머니 박 씨도 “감독님, 코치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해주셨다”고 했다. 하지만 마음 놓고 훈련할 곳이 없어 떠돌아다니기도 했다고. 특히 투척 종목 전용 연습 장소가 마땅치 않아 연습하고 싶어도 더 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김천천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며, 훈련 여건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빠 못지않게 동생들도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김지혜 선수는 투척 종목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러나 올해 파리 패럴림픽대회에는 아쉽게도 기준 기록에 못 미쳐 나가긴 어렵다. 김지혜 선수는 “4년 뒤에 열리는 2028 LA 패럴림픽대회에는 꼭 출전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상준 감독은 “지혜는 집중력이 굉장히 좋다. 파리 패럴림픽대회 출전은 비록 어렵지만, LA 패럴림픽대회는 충분히 가능하다. 선정이는 기록을 좀 더 단축하면 태극 마크를 노릴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먼 미래도 내다보고 있다. 김천천 선수는 훗날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꿈이다. 조선대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했고,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다. 김천천 선수는 “솔직히 운동에만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만, 코치님이 격려해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 선수는 호남대 외식조리학과에 진학했는데, 운동도 열심히 하며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한다. 언니처럼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인 김선정 선수는 “단거리 종목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천천 선수는 “기록이 안 나와도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며 동생들을 격려했다. 





 김효경(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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