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MVP는 사격의 김정남 선수였다. 금메달 6개, 은메달 2개. 압도적인 18표로 MVP를 받았지만, 그는 “제게 행운이 따라준 것”이라며 겸손하게 웃었다.
지난해에는 체전 MVP 투표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으셨죠. 올해는 압도적인 18표로 MVP를 받았는데 작년과 올해, 무엇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보다 잘하는 다른 종목 선수도 많기 때문에 작년 MVP는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도 않았고요. 그냥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준비했어요. 시합을 하다 보니 팀원들도 함께 성적이 좋아져 단체전에서 우승할 수 있었죠. 제게 행운이 따라준 것 같아요.
이번 체전 MVP 트로피와 함께 찍은 소속팀 단체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국장애인체전 MVP(최우수상)는 김정남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막연한 꿈이던 MVP를 받아 기쁘지만, 결코 제가 잘해서 받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MVP에 뽑힌 건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BDH 파라스팀을 이끌어주시는 배동현 이사장님과 직원분들, 감독님, 팀원들, 세종특별자치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님과 직원분들,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 그분들의 응원이 모여 이번에 제게 선물을 주신 것 같아요.
포상금을 장애 학생 선수들에게 기부하셨는데요. 이제 막 사격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요? 11년 동안 직접 해보니 '이게 참 중요하더라' 싶은 것 하나만 꼽아주세요.
처음 사격을 시작할 때 저는 병원에서 막 퇴원한 기초생활수급자였어요. 사격을 하기엔 형편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시작했죠. 선배들과 후원해준 분들이 도와주면서 생활도 점점 나아지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니 저 또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격하면서 배운 건,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격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사격 동작보다 마음가짐이 먼저 다듬어져야 안정적인 사격술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총보다 자신을 알고 마음을 먼저 다루는 법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체전에서 금 6개, 은 2개로 8개 종목을 휩쓸었습니다. 연속으로 여러 종목을 소화하려면 체력과 정신력 관리가 중요했을 텐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지금까지 시합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아요. 며칠 동안 치르는 시합이다 보니 예전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집중하려고 했는데, 이번엔 달랐어요. 주 종목 외에는 ‘편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여유 있게 임했죠. 그래서 오히려 더 나은 성적이 나온 것 같아요. 그렇게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하면서 마지막 종목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전은 말 그대로 나만 잘하면 되지만, 단체전은 그렇지 않을 텐데요. 개인전과 단체전에 임할 때 마음가짐이나 전략이 다른가요? 단체전 금메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개인전은 내게만 집중하면 되지만, 단체전은 의식이 될 수밖에 없어요. ‘내가 잘 안 되더라도 팀 동료가 채워주겠지’ 하고 편하게 생각합니다. 팀원들도 저와 똑같은 마음이었나 봐요. 그 마음이 모여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곡능유성(曲能有成)'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이룬다'는 뜻인데, 이번 6관왕 MVP도 그 결과물일까요? 이 좌우명을 통해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제 좌우명은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자'입니다. 매년 저만의 화두를 정해 그해를 살아가려고 노력하는데요. 올해는 '곡능유성'처럼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어요. 올해는 운이 좋았어요. 사격에서도, 일상에서도 그 단어에 맞게 행동하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년 화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입니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이 있는 중요한 해잖아요. 우직하게,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해가 되어야죠.
춤을 추었고, 극진공수도를 수련했던 과거를 보면 몸의 움직임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격을 택하신 게 흥미롭습니다. 보다 동적인 스포츠도 있었을 텐데, 왜 사격이었나요?
많은 사람 앞에서 음악에 맞춰 춤출 때, 저를 향한 함성은 무대에 서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하고 특별한 기분이에요. 그래서 무대에 서는 것 같아요. 극진공수도를 수련할 때는 몸을 단련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땀으로 만들어진 강한 자신을 볼 때는 뿌듯한 기분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게 행복감이 아니었을까요. 사격은 춤과 극진공수도를 결합해놓은 것 같아요. 한 발을 쏘기 위해 준비에서 격발까지 춤의 한 동작 같고, 그 한 발을 잘 쏘기 위해 극진공수도처럼 근력, 지구력, 그리고 멘털까지 심신을 수련해야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합쳐놓으니 사격이 되더라고요. 오랫동안 하고 싶어 선택하기도 했고요.
음악은 계속 듣고 있습니다. 요즘은 개인적으로 1990년대, 2000년대 음악을 많이 듣는데 옛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참 좋아요. 사격장에서도 카페처럼 음악이 나오는데, 덕분에 최신 음악도 많이 알게 되고요.(웃음)
사격장에서 음악이 나온다는 게 의외인데요?
2013년에 규정이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선수 위주의 조용한 관람 문화였지만, 사격이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관중의 관심을 유도하면서 관중 중심으로 바뀐 거죠. 지금은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카페처럼 음악이 나오고, 결선 중에도 박수 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해요.
집중하기 어렵겠는데요.
선수들은 그런 환경에서도 집중해야죠. 선수의 성격에 따라 다를 거예요. 저는 긴장하는 편이지만, 일부러 한 가지에 집중하려고 해요.
이왕 나오는 거 이 음악이 좋겠다 싶은 게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리듬감 있는 펑키한 음악을 좋아해요. 기분을 다운시키는 것보다 업시키는 게 낫죠. 그리고 모르는 음악이 나올 때가 좋아요. 아는 음악이 나오면 마음이 동하기 마련이잖아요.(웃음) 오히려 모르는 음악이 나오면 집중하기 좋은 것 같아요.
총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탄환이 발사되어 손으로 진동이 전해졌을 때, 과녁에 탁 하고 맞았을 때. 그중 어떤 순간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나요?
25m 화약총을 쏠 때 탄창이 '척!' 하고 장전되는 소리와 격발되고 반동이 전해지는 총, 총구에서 나온 화약 냄새가 코로 들어올 때.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직도 화약 냄새가 좋습니다.(웃음)
화약권총, 공기권총 모두 출전하는데요. 이 중 화약권총(25m, 50m)이 주 종목이에요.
권총은 4종목(10m, 10m 스탠다드, 25m, 50m)인데, 훈련은 다 하고 있어요. 하다 보니 25m가 제 성향과 제일 잘 맞더라고요. 사격술 정립도 빨리 됐고, 자신감과 기록이 함께 올라서 자연스럽게 주 종목이 됐습니다.
화약 냄새가 좋다는 게 참 인상적이에요.(웃음) 다른 사격 선수들도 그런가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웃음) 화약 냄새가 항상 나는 건 아니거든요. 맞바람이 불 때만 나는데, 그러면 군대에서 처음 총 쏘던 때가 떠올라요. 그때 느낌이 좋았거든요. 음악처럼, 냄새도 추억을 불러오는 것 같아요.
사격하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을 하나만 꼽는다면요?
'짜릿하다'는 표현이 사격엔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춤출 때는 분명 짜릿했어요.(웃음) 관객의 환호를 받으면서 무대에 서는 거니까요. 그런데 사격은 달라요.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거든요. 온전히 집중해서 내 기술로 10점을 맞혔을 때, 무아지경에 빠지는 느낌. 그게 사격의 특별한 순간이에요. 같은 자세를 반복하면서 한 발 한 발 쏘는데, 보기엔 단조롭지만 그 한 발을 위해 모든 걸 똑같이 이뤄내야 하거든요. 시합 끝나고 ‘제대로 했다’는 만족감이 들고, 결과까지 좋았을 때 느끼는 충만감. 그게 짜릿함보다는··· 더 깊은 만족감 같아요.
지난해 파리 패럴림픽이 첫 출전이었습니다. 사격을 시작하고 11년, 태극 마크를 달고 7년 만에 선 무대였어요.
패럴림픽 무대는 늘 제 꿈이었어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선수로서 왜 이 길을 걸어왔는지 확인하는 무대랄까요. 장애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룬다는 건 큰 영광이고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죠. 다음 패럴림픽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목표와 확고한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좋은 선수는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장성원 감독님이 김정남 선수를 두고 "늘 연구하며 노력하는, 꾸준히 하는 교과서 같은 선수"라고 하셨는데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런 편인가요?
모든 선수가 성장하기를 바랄 겁니다. 저 또한 선수로서 나아지길 바라고,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기를 원해요. 훈련할 땐 진지하게 운동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밤이고 휴일이고 상관없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하는 편입니다. 경기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훈련할 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 제 기록을 깨는 거죠. 그렇게 꾸준히 기량을 쌓아 LA 패럴림픽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게 목표예요. 앞으로 루틴을 더 확실히 정립하고, 체력과 멘털 훈련을 병행할 겁니다.
올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MVP는 사격의 김정남 선수였다.
금메달 6개, 은메달 2개. 압도적인 18표로 MVP를 받았지만, 그는 “제게 행운이 따라준 것”이라며 겸손하게 웃었다.
지난해에는 체전 MVP 투표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으셨죠. 올해는 압도적인 18표로 MVP를 받았는데 작년과 올해, 무엇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보다 잘하는 다른 종목 선수도 많기 때문에 작년 MVP는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도 않았고요. 그냥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준비했어요. 시합을 하다 보니 팀원들도 함께 성적이 좋아져 단체전에서 우승할 수 있었죠. 제게 행운이 따라준 것 같아요.
이번 체전에서 받은 MVP 트로피 © 김정남 제공
이번 체전 MVP 트로피와 함께 찍은 소속팀 단체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국장애인체전 MVP(최우수상)는 김정남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막연한 꿈이던 MVP를 받아 기쁘지만, 결코 제가 잘해서 받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MVP에 뽑힌 건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BDH 파라스팀을 이끌어주시는 배동현 이사장님과 직원분들, 감독님, 팀원들, 세종특별자치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님과 직원분들,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 그분들의 응원이 모여 이번에 제게 선물을 주신 것 같아요.
포상금을 장애 학생 선수들에게 기부하셨는데요. 이제 막 사격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요? 11년 동안 직접 해보니 '이게 참 중요하더라' 싶은 것 하나만 꼽아주세요.
처음 사격을 시작할 때 저는 병원에서 막 퇴원한 기초생활수급자였어요. 사격을 하기엔 형편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시작했죠. 선배들과 후원해준 분들이 도와주면서 생활도 점점 나아지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니 저 또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격하면서 배운 건,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격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사격 동작보다 마음가짐이 먼저 다듬어져야 안정적인 사격술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총보다 자신을 알고 마음을 먼저 다루는 법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체전에서 금 6개, 은 2개로 8개 종목을 휩쓸었습니다. 연속으로 여러 종목을 소화하려면 체력과 정신력 관리가 중요했을 텐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지금까지 시합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아요. 며칠 동안 치르는 시합이다 보니 예전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집중하려고 했는데, 이번엔 달랐어요. 주 종목 외에는 ‘편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여유 있게 임했죠. 그래서 오히려 더 나은 성적이 나온 것 같아요. 그렇게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하면서 마지막 종목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전은 말 그대로 나만 잘하면 되지만, 단체전은 그렇지 않을 텐데요. 개인전과 단체전에 임할 때 마음가짐이나 전략이 다른가요? 단체전 금메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개인전은 내게만 집중하면 되지만, 단체전은 의식이 될 수밖에 없어요. ‘내가 잘 안 되더라도 팀 동료가 채워주겠지’ 하고 편하게 생각합니다. 팀원들도 저와 똑같은 마음이었나 봐요. 그 마음이 모여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경기 중인 (가운데) 김정남 선수 모습 © 세종특별자치시장애인체육회
사격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뒷줄부터 시계 방향 순으로) 세종특별자치시장애인체육회 임규모 사무처장, 최재윤・ 박미선・김정남・조정두 선수, 장성원 감독 © 세종특별자치시장애인체육회
카카오톡 프로필에 '곡능유성(曲能有成)'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이룬다'는 뜻인데, 이번 6관왕 MVP도 그 결과물일까요? 이 좌우명을 통해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제 좌우명은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자'입니다. 매년 저만의 화두를 정해 그해를 살아가려고 노력하는데요. 올해는 '곡능유성'처럼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어요. 올해는 운이 좋았어요. 사격에서도, 일상에서도 그 단어에 맞게 행동하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년 화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입니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이 있는 중요한 해잖아요. 우직하게,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해가 되어야죠.
춤을 추었고, 극진공수도를 수련했던 과거를 보면 몸의 움직임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격을 택하신 게 흥미롭습니다. 보다 동적인 스포츠도 있었을 텐데, 왜 사격이었나요?
많은 사람 앞에서 음악에 맞춰 춤출 때, 저를 향한 함성은 무대에 서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하고 특별한 기분이에요. 그래서 무대에 서는 것 같아요. 극진공수도를 수련할 때는 몸을 단련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땀으로 만들어진 강한 자신을 볼 때는 뿌듯한 기분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게 행복감이 아니었을까요.
사격은 춤과 극진공수도를 결합해놓은 것 같아요. 한 발을 쏘기 위해 준비에서 격발까지 춤의 한 동작 같고, 그 한 발을 잘 쏘기 위해 극진공수도처럼 근력, 지구력, 그리고 멘털까지 심신을 수련해야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합쳐놓으니 사격이 되더라고요. 오랫동안 하고 싶어 선택하기도 했고요.
김정남 선수의 댄서 시절 모습 © 김정남 제공
춤과 함께 음악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지금도 음악을 자주 듣나요?
음악은 계속 듣고 있습니다. 요즘은 개인적으로 1990년대, 2000년대 음악을 많이 듣는데 옛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참 좋아요. 사격장에서도 카페처럼 음악이 나오는데, 덕분에 최신 음악도 많이 알게 되고요.(웃음)
사격장에서 음악이 나온다는 게 의외인데요?
2013년에 규정이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선수 위주의 조용한 관람 문화였지만, 사격이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관중의 관심을 유도하면서 관중 중심으로 바뀐 거죠. 지금은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카페처럼 음악이 나오고, 결선 중에도 박수 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해요.
집중하기 어렵겠는데요.
선수들은 그런 환경에서도 집중해야죠. 선수의 성격에 따라 다를 거예요. 저는 긴장하는 편이지만, 일부러 한 가지에 집중하려고 해요.
이왕 나오는 거 이 음악이 좋겠다 싶은 게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리듬감 있는 펑키한 음악을 좋아해요. 기분을 다운시키는 것보다 업시키는 게 낫죠. 그리고 모르는 음악이 나올 때가 좋아요. 아는 음악이 나오면 마음이 동하기 마련이잖아요.(웃음) 오히려 모르는 음악이 나오면 집중하기 좋은 것 같아요.
총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탄환이 발사되어 손으로 진동이 전해졌을 때, 과녁에 탁 하고 맞았을 때. 그중 어떤 순간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나요?
25m 화약총을 쏠 때 탄창이 '척!' 하고 장전되는 소리와 격발되고 반동이 전해지는 총, 총구에서 나온 화약 냄새가 코로 들어올 때.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직도 화약 냄새가 좋습니다.(웃음)
화약권총, 공기권총 모두 출전하는데요. 이 중 화약권총(25m, 50m)이 주 종목이에요.
권총은 4종목(10m, 10m 스탠다드, 25m, 50m)인데, 훈련은 다 하고 있어요. 하다 보니 25m가 제 성향과 제일 잘 맞더라고요. 사격술 정립도 빨리 됐고, 자신감과 기록이 함께 올라서 자연스럽게 주 종목이 됐습니다.
화약 냄새가 좋다는 게 참 인상적이에요.(웃음) 다른 사격 선수들도 그런가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웃음) 화약 냄새가 항상 나는 건 아니거든요. 맞바람이 불 때만 나는데, 그러면 군대에서 처음 총 쏘던 때가 떠올라요. 그때 느낌이 좋았거든요. 음악처럼, 냄새도 추억을 불러오는 것 같아요.
사격하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을 하나만 꼽는다면요?
'짜릿하다'는 표현이 사격엔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춤출 때는 분명 짜릿했어요.(웃음) 관객의 환호를 받으면서 무대에 서는 거니까요. 그런데 사격은 달라요.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거든요. 온전히 집중해서 내 기술로 10점을 맞혔을 때, 무아지경에 빠지는 느낌. 그게 사격의 특별한 순간이에요.
같은 자세를 반복하면서 한 발 한 발 쏘는데, 보기엔 단조롭지만 그 한 발을 위해 모든 걸 똑같이 이뤄내야 하거든요. 시합 끝나고 ‘제대로 했다’는 만족감이 들고, 결과까지 좋았을 때 느끼는 충만감. 그게 짜릿함보다는··· 더 깊은 만족감 같아요.
지난해 파리 패럴림픽이 첫 출전이었습니다. 사격을 시작하고 11년, 태극 마크를 달고 7년 만에 선 무대였어요.
패럴림픽 무대는 늘 제 꿈이었어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선수로서 왜 이 길을 걸어왔는지 확인하는 무대랄까요. 장애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룬다는 건 큰 영광이고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죠. 다음 패럴림픽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목표와 확고한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좋은 선수는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장성원 감독님이 김정남 선수를 두고 "늘 연구하며 노력하는, 꾸준히 하는 교과서 같은 선수"라고 하셨는데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런 편인가요?
모든 선수가 성장하기를 바랄 겁니다. 저 또한 선수로서 나아지길 바라고,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기를 원해요. 훈련할 땐 진지하게 운동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밤이고 휴일이고 상관없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하는 편입니다. 경기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훈련할 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 제 기록을 깨는 거죠. 그렇게 꾸준히 기량을 쌓아 LA 패럴림픽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게 목표예요. 앞으로 루틴을 더 확실히 정립하고, 체력과 멘털 훈련을 병행할 겁니다.
글 유명은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