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찾은 트랙, 확신으로 채운 출발선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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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의 진솔한 고백


10년의 공백과 시력이 점차 어두워지는 진행성 시각장애라는 시련도 스피드를 향한 열정을 막아서지 못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국제 종합대회 무대를 모두 누비는 커리어의 소유자. 스타트라인 위에서 '무념무상'의 몰입으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을 거쳐 2028 LA 패럴림픽 세계신기록을 꿈꾸는 육상 장민호 선수의 진솔한 고백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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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증명하는 진짜 레이스

장민호에게 2024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학창 시절 장거리 선수로 뛰다 실력의 한계를 느끼고 운동을 그만둔 뒤, 학업과 삶의 고민 속에 10년의 공백을 가졌던 그는 스피드에 대한 미련과 열정을 잊지 못하고 트랙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치러진 2024년 전국실업육상경기리그 대회. 10년의 공백을 깨고 복귀한 첫 시합이었던 탓에 이전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장 선수는 은메달을 획득하며 재기를 알렸다. 경기를 마친 순간, 머릿속을 채운 것은 자신감이었다. "나도 이제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성장의 뒤에는 지도자들과의 깊은 신뢰와 교감이 있었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함께 이끄는 박태건 코치는 장 선수의 표정만 보아도 컨디션과 피로도를 즉시 읽어낸다. 고된 훈련으로 지친 기색이 보이면 바로 알아채고 "이번 주에는 회복 훈련을 진행하고 다음 주에 더 좋은 결과를 내자"며 페이스를 조절해 준다. 본래 단거리 100m 출신인 그는 지구력 위주의 400m 훈련이 끝난 후에도 늘 "강한 스피드 훈련을 한 번만 더 뛰고 싶다"라며 욕심내곤 한다. 지도자들은 '과유불급'이라며 제동을 걸지만, 스피드에 대한 고집이야말로 그를 트랙으로 이끈 동력이다. 자신보다 더 잘 파악해 주는 조력자들의 조언이 있기에 장 선수는 트랙 위에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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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를 딛고 일어선 원동력, 내면을 다잡는 무념무상의 마음

항상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비장애인 대표팀 100m 선수로 발탁된 이후 예기치 않게 기량이 떨어지며 슬럼프에 빠졌다. 100m에서 400m로 전향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힘들 때마다 가장 먼저 마음을 털어놓은 것은 여자 친구였다. 솔직한 대화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주 1회 전문 스포츠 심리 상담을 받으며 멘털을 다잡았다. 외부 환경이나 주변 경쟁 상대에게 쏠리던 시선을 내면으로 가져오는 법을 배우면서, ‘경쟁자를 신경 쓰다 기량이 떨어지던 습관’을 극복하고 기록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었다.

400m는 이미 한계점을 넘어선 신체를 이끌고 다시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결승선에 도달하는 종목이기에 경기 전날 밤 상상만으로도 두렵고 숨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그는 30m, 60m, 80m, 100m 구간별로 원하는 자세를 그려내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코치의 조언에 따라 경기 전 종이에 '할 수 있다'를 손 글씨로 끊임없이 적어 내려가는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두려움은 종이 위에 써서 버리고, 스타트라인에 서서 출발 자세를 취하는 순간 머릿속 잡생각을 지워내는 '무념무상' 상태로 레이스에 몰입한다. 이러한 태도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 선발전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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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기록을 향한 질주, 그리고 평범해서 더 특별한 꿈

장 선수는 비장애인 400m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진행성 시각장애를 가지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며 국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은 장 선수의 기량을 다시금 증명해 보일 무대다. "사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은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에게 '아시아를 넘어 세계 1등을 달성한 장민호'라는 강렬한 존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향후 2028 LA 패럴림픽대회에서 2관왕 달성 및 세계신기록을 향한 질주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진행성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장 선수는 시야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 서 있다. 그러나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떠나 장 선수가 꿈꾸는 삶은 담백하고 따뜻하다. 훗날 사랑하는 이와 알콩달콩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지키는 평범한 가장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트랙 위에서는 누구보다 세계 정상을 노리지만, 삶에서는 따뜻하고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장 선수의 질주를 응원한다.






글 정지연
사진 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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