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0개월. 비장애인 카누 선수로 활동하던 최용범이 사고라는 급류를 마주한 뒤 파라카누 국가대표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2024 파리패럴림픽 한국 최초 결선 무대(8위)에 오르기까지, 최 선수가 써 내려간 기록은 단 10개월 만에 완성되었다. 이러한 기록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증명하겠다’는 집념과 간절함이 배어 있다. 카누 위에 앉아 물살을 가르는 순간만큼은 신체의 장애를 완벽히 잊는다는 파라카누 국가대표 최용범. 2026 ACC 파라카누 아시아챔피언십 정상에 이어 2028 LA패럴림픽 메달을 향해 노를 젓는 그만의 궤적을 따라가보았다.
과거에도, 지금도 나는 카누 선수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병상에 누워 있던 시기, 중학생 때 만난 주종관 코치와 대한장애인카누협회 맹찬주 사무국장이 찾아와 파라카누를 권유할 때만 해도 최 선수는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활 치료를 받으며 고민 끝에 다다른 결론은 명확했다. 학창 시절부터 성인 실업팀까지 청춘을 바쳐온 카누야말로 내가 제일 잘하고 빛날 수 있는 무대라는 사실, 가장 나다운 무대로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다시 도전해보자"라는 은사님의 한마디에 다시 물 위로 향했다. 장애가 있더라도 ‘여전히 물 위에서 선수로 살아간다’는 간절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파라카누로 전향한 지 10개월 만에 패럴림픽 쿼터를 확보하고 결선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수년간 몸에 새겨진 감각 덕분이었다. 절단장애로 인해 상체와 코어 중심의 밸런스를 길러야 했지만, 밸런스 운동과 체력 훈련에 집중하자 최 선수의 카누는 세계 무대에서도 거침없이 나아갔다. 2024 파리패럴림픽 개회식 당시 한국 선수단 공동 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서 있던 순간 느낀 자부심과 책임감은 그 간절함에 대한 응답이었다.
긴장을 평정심으로 바꾸는 루틴
카누는 0.1초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정밀하고 격렬한 운동이다. 최 선수는 부족한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규 오후 훈련이 끝난 뒤에도 매일 저녁 1시간씩 헬스장 사이클을 타며 절단 부위에 최적화된 근지구력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진짜 실력은 스타트라인에 섰을 때의 멘털에서 완성된다. 경기 출발 3분 전, 긴장감이 정점에 달할 때 손끝에 물을 묻혀 가슴에 뿌린다. 차가운 물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평정심을 찾는다. 이어 편안하게 누워 호흡을 가다듬으며 레이스 구간별 속도 상승(V-Top)과 패들링 궤적을 상상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할 수 있다’는 다짐과 ‘내가 흘린 땀방울만큼 결과는 따라온다’는 묵직한 믿음이 흔들림을 잡아주는 최고 무기다.
LA에서는 반드시 메달을 잡는다
2026 ACC 파라카누 아시아챔피언십은 최 선수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자 기회였다. 경기 바로 전날 새벽 카누가 현장에 도착하는 바람에 사전 적응 훈련조차 하지 못하고 스타트라인에 섰다.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노를 쥐는 순간 결승선만을 바라보며 레이스에 몰입했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악조건을 극복하고 얻은 정상의 경험은 최 선수에게 랭킹 포인트와 자신감이 되었다. 이제 그의 시선은 8월 폴란드 월드챔피언십을 넘어 2028년 LA패럴림픽을 향하고 있다. 파리패럴림픽에서 느낀 첫 출전의 긴장감과 아쉬움을 값진 경험으로 여기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체력과 메커니즘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차근차근 포인트를 확보해 2028 LA패럴림픽 무대에서는 단상 가장 높은 곳에서 메달을 걸겠다는 다짐이다.
한계 앞에서 멈추지 않는 선택, 그것이 나답게 사는 길
최용범이 말하는 주체적 삶, 즉 '나답게 무브(I MOVE)'를 하는 삶의 본질은 명확하다. 한계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사고 직후 심적 고통으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던 때도 있었지만, 경기장에서 자신보다 중증장애를 갖고도 레이스를 펼치는 동료 선수들을 보며 최 선수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파라카누는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배 위에 앉아 물살을 가르는 순간 몸의 장애를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신체적 제약이 따르더라도 밖으로 나가 작게는 산책부터 내게 맞는 움직임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이죠. 멈추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노를 저어간다면 누구든 푸른 물길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 위에서 증명하는 베테랑의 집념
_ 파라카누 국가대표팀 박욱일 감독
박욱일 감독이 말하는 선수 최용범
Q. 10년의 엘리트 기본기와 밸런스 감각 최용범 선수와는 비장애인 카누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와 후배로 인연을 맺었고, 2024년부터 국가대표팀에서 본격적으로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최 선수의 강력한 무기는 중학생 시절부터 다져온 엘리트 스포츠 선수 출신의 기본기와 밸런스 감각이다. 몸에 밴 감각 덕분에 파라카누에 적응하는 속도가 빨랐고, 물을 타는 메커니즘이 탁월했다.
Q. 승부욕 넘치는 고집과 주도적 자율 훈련 루틴 스포츠에서 최고가 되려면 주관과 고집이 있어야 한다. 최 선수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주도적인 태도가 강점이다. 체중 감량이나 체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규 훈련 후 식단을 조절하고, 야간 사이클을 타며 땀을 뺀다. 첫 출전이던 2024 파리패럴림픽에서는 긴장한 탓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지만, 이러한 주도적 루틴과 집념이 있기에 다가오는 2028 LA패럴림픽 준비 과정은 걱정하지 않는다.
Q. 경계 없는 물 위에서 LA패럴림픽 정상을 향해 카누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종목이다. 휠체어를 벗어나 비장애인과 똑같이 물살을 가르며 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아이스하키 등 상체 근력이 우수한 선수들이 도전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꼭 스포츠 선수가 아니더라도 많은 분이 파라카누에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파라카누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목표는 하나다. 최 선수처럼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과 훈련해 2028 LA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한국 파라카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파라카누 국가대표 최용범이 증명한 삶의 주도권
단 10개월. 비장애인 카누 선수로 활동하던 최용범이 사고라는 급류를 마주한 뒤 파라카누 국가대표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2024 파리패럴림픽 한국 최초 결선 무대(8위)에 오르기까지, 최 선수가 써 내려간 기록은 단 10개월 만에 완성되었다. 이러한 기록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증명하겠다’는 집념과 간절함이 배어 있다. 카누 위에 앉아 물살을 가르는 순간만큼은 신체의 장애를 완벽히 잊는다는 파라카누 국가대표 최용범. 2026 ACC 파라카누 아시아챔피언십 정상에 이어 2028 LA패럴림픽 메달을 향해 노를 젓는 그만의 궤적을 따라가보았다.
과거에도, 지금도 나는 카누 선수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병상에 누워 있던 시기, 중학생 때 만난 주종관 코치와 대한장애인카누협회 맹찬주 사무국장이 찾아와 파라카누를 권유할 때만 해도 최 선수는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활 치료를 받으며 고민 끝에 다다른 결론은 명확했다. 학창 시절부터 성인 실업팀까지 청춘을 바쳐온 카누야말로 내가 제일 잘하고 빛날 수 있는 무대라는 사실, 가장 나다운 무대로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다시 도전해보자"라는 은사님의 한마디에 다시 물 위로 향했다. 장애가 있더라도 ‘여전히 물 위에서 선수로 살아간다’는 간절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파라카누로 전향한 지 10개월 만에 패럴림픽 쿼터를 확보하고 결선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수년간 몸에 새겨진 감각 덕분이었다. 절단장애로 인해 상체와 코어 중심의 밸런스를 길러야 했지만, 밸런스 운동과 체력 훈련에 집중하자 최 선수의 카누는 세계 무대에서도 거침없이 나아갔다. 2024 파리패럴림픽 개회식 당시 한국 선수단 공동 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서 있던 순간 느낀 자부심과 책임감은 그 간절함에 대한 응답이었다.
긴장을 평정심으로 바꾸는 루틴
카누는 0.1초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정밀하고 격렬한 운동이다. 최 선수는 부족한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규 오후 훈련이 끝난 뒤에도 매일 저녁 1시간씩 헬스장 사이클을 타며 절단 부위에 최적화된 근지구력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진짜 실력은 스타트라인에 섰을 때의 멘털에서 완성된다. 경기 출발 3분 전, 긴장감이 정점에 달할 때 손끝에 물을 묻혀 가슴에 뿌린다. 차가운 물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평정심을 찾는다. 이어 편안하게 누워 호흡을 가다듬으며 레이스 구간별 속도 상승(V-Top)과 패들링 궤적을 상상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할 수 있다’는 다짐과 ‘내가 흘린 땀방울만큼 결과는 따라온다’는 묵직한 믿음이 흔들림을 잡아주는 최고 무기다.
LA에서는 반드시 메달을 잡는다
2026 ACC 파라카누 아시아챔피언십은 최 선수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자 기회였다. 경기 바로 전날 새벽 카누가 현장에 도착하는 바람에 사전 적응 훈련조차 하지 못하고 스타트라인에 섰다.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노를 쥐는 순간 결승선만을 바라보며 레이스에 몰입했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악조건을 극복하고 얻은 정상의 경험은 최 선수에게 랭킹 포인트와 자신감이 되었다. 이제 그의 시선은 8월 폴란드 월드챔피언십을 넘어 2028년 LA패럴림픽을 향하고 있다. 파리패럴림픽에서 느낀 첫 출전의 긴장감과 아쉬움을 값진 경험으로 여기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체력과 메커니즘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차근차근 포인트를 확보해 2028 LA패럴림픽 무대에서는 단상 가장 높은 곳에서 메달을 걸겠다는 다짐이다.
한계 앞에서 멈추지 않는 선택, 그것이 나답게 사는 길
최용범이 말하는 주체적 삶, 즉 '나답게 무브(I MOVE)'를 하는 삶의 본질은 명확하다. 한계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사고 직후 심적 고통으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던 때도 있었지만, 경기장에서 자신보다 중증장애를 갖고도 레이스를 펼치는 동료 선수들을 보며 최 선수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파라카누는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배 위에 앉아 물살을 가르는 순간 몸의 장애를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신체적 제약이 따르더라도 밖으로 나가 작게는 산책부터 내게 맞는 움직임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이죠. 멈추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노를 저어간다면 누구든 푸른 물길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 위에서 증명하는 베테랑의 집념
_ 파라카누 국가대표팀 박욱일 감독
박욱일 감독이 말하는 선수 최용범
Q. 10년의 엘리트 기본기와 밸런스 감각
최용범 선수와는 비장애인 카누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와 후배로 인연을 맺었고, 2024년부터 국가대표팀에서 본격적으로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최 선수의 강력한 무기는 중학생 시절부터 다져온 엘리트 스포츠 선수 출신의 기본기와 밸런스 감각이다. 몸에 밴 감각 덕분에 파라카누에 적응하는 속도가 빨랐고, 물을 타는 메커니즘이 탁월했다.
Q. 승부욕 넘치는 고집과 주도적 자율 훈련 루틴
스포츠에서 최고가 되려면 주관과 고집이 있어야 한다. 최 선수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주도적인 태도가 강점이다. 체중 감량이나 체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규 훈련 후 식단을 조절하고, 야간 사이클을 타며 땀을 뺀다. 첫 출전이던 2024 파리패럴림픽에서는 긴장한 탓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지만, 이러한 주도적 루틴과 집념이 있기에 다가오는 2028 LA패럴림픽 준비 과정은 걱정하지 않는다.
Q. 경계 없는 물 위에서 LA패럴림픽 정상을 향해
카누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종목이다. 휠체어를 벗어나 비장애인과 똑같이 물살을 가르며 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아이스하키 등 상체 근력이 우수한 선수들이 도전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꼭 스포츠 선수가 아니더라도 많은 분이 파라카누에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파라카누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목표는 하나다. 최 선수처럼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과 훈련해 2028 LA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한국 파라카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글 정지연
사진 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