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나서 다행이야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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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눈밭에서 스키를 탈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 바람을 가르는 소리. 스키를 타며 설원을 가르는 발끝의 느낌이 새롭고 좋았다. 스키만 타면 자유로워지는 느낌에 더 빨리 달리고 싶어졌다.

나는 선천적으로 홍채 없이 태어나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장애인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선수다. 수영과 스키라는 스포츠를 통해 나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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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 부모님의 권유로 복지관에서 쌍둥이 동생과 함께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기분이 좋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출전하며 본격적으로 수영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내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 찾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 2015년 2월 드림 프로그램에서 처음 스키를 만난 것이다. 눈밭을 가르며 달리는 그 짜릿함은 수영과는 또 다른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같은 해 11월,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스키학교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스키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선수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니?"라는 코치님의 권유에 나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내 꿈이 정해졌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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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가 한계는 아니라고 믿는다. 시각장애가 있어도 가이드와 함께라면 눈밭을 자유롭게 달릴 수 있으니까.

“좌측 장애물!”, “우회전!”, “직진!”

가이드의 목소리가 헬멧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그 목소리를 따라 몸을 기울이고, 스키를 조작하고, 속도를 조절한다. 가이드와 나, 두 사람이 하나 되어 설원을 가르는데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사라진다. 오직 바람과 속도, 그리고 자유로움만 남는다. 

참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다관왕을 하고 신인 선수상도 받았다. 2019년에는 동생과 함께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다. 스키를 시작하면서 가진 '국가대표'라는 꿈을 이룬 것은 무척 기뻤지만, 아쉽게도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에는 나이 제한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많이 안타까웠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다음 패럴림픽에는 꼭 참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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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19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정강이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수술과 재활 과정에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힘든 순간마다 내가 스키를 처음 시작하게 된 초심과 패럴림픽 메달 목표를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일어섰다.

스키를 탈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멈추는 것과 넘어지는 방법이다. 잘 넘어지는 기술을 배워야 스키를 신고 잘 일어설 수 있고, 다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에 10번 넘게 넘어진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코치님은 원래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라고 하셨다. 시합에서 넘어져 실격당하기도 했고, 훈련 중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일어섰다. 그러면서 점차 성장할 수 있었다.

2021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세계선수권대회 다운힐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2022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대회에 드디어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되었다. 비록 메달은 따진 못했지만 대회전 11위, 회전 10위로 완주했다. 아쉽지만, 괜찮았다. 이 경험으로 더 나아질 테니까. 이제 다음 목표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무던히도 눈밭 위를 내달렸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을 맞았다. 2024년 이탈리아 코르티나 월드컵에서 드디어 따낸 첫 금메달! 월드컵은 올림픽·패럴림픽 다음으로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인 만큼 메달을 따기 좀처럼 어려운 대회다. 그 시즌 마지막 종합 우승 시상에서 영국 선수와 공동 1위를 하게 된 것이다.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벅차오른 감정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이 순간을 위한 수많은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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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인생에 레몬을 줄 때, 레모레이드를 만들어라)

내가 좋아하고, 가치로 삼고 있는 말이다. 인생에서 레몬처럼 쓰거나 힘든 일을 던져줄 때, 좌절하지 말고 그것을 달콤한 기회로 바꾸자는 뜻이다. 우리가 가진 장애도 마찬가지다. 좌절의 이유가 아니라 레모네이드처럼 새로운 가능성의 재료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장애를 지닌 많은 사람이 자신 안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모르고 지나간다. 그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골볼, 육상뿐 아니라 수영,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나처럼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장애인스포츠는 단순히 뭔가를 극복하는 영역이 아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숨겨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다. 그 무대에서 우리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난 국가대표 선수로서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대회를 앞두고 있다. 알파인스키 경기가 열리는 코르티나에서 다시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를 나는 꿈꾼다.

지금껏 그랬듯이 내달릴 것이다. 어느 때보다 뜨겁게 내달릴 그날을 위해. 

그리고 나는 간절히 바란다. 바로 그날 온 국민이 응원해주기를. 

그렇게 우리 마음이 맞닿기를! 





글・사진  최사라(22・알파인스키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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