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굴린 공

20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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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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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장애인체육회




“선생님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릴게요.”
차해준 선수가 뒤에서 내게 한 말이다. 나는 속으로 ‘참으로 맹랑한 놈이다’ 싶다가도 확고하게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수 있는 해준이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는 보치아 BC2 선수의 활동 지원을 하면서 훈련을 돕고 있었다. 휴식 시간이면 해준이는 휠체어를 타고 내 옆으로 와서 자신의 턱으로 어깨를 주물러주곤 했다. 그런 해준이와의 인연은 BC2를 그만둔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BC2 선수 활동 지원을 그만두고 쉬던 중 충주시청팀 보치아 감독으로부터 BC3 경기 보조 선수를 해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해준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 내어 해보겠다고 말했다. 보치아는 4개 장애등급의 종목이 있는데 BC3 종목 경기 보조 선수는 경기장을 봐서는 안 되며, 오로지 장애인 선수의 구두, 신호 등의 지시로만 홈통을 조절해 원하는 지점에 공이 도달하게 하는 운동이다.

BC3 경기 보조 선수는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 반복되는 운동으로, 많은 보조 선수가 무릎 통증과 허리 통증을 갖고 있다. 당시 나는 테니스를 매우 좋아해 동호인 대회도 다녔는데, 연습 중 무릎 연골 시술을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BC3 경기 보조 선수를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게다가 함께 운동할 선수는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3연패를 했고, 많은 지도자가 탐내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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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처음 보치아 대회에 참가해 BC2 선수의 활동지원사로 활동할 때, 사람의 움직임과 경기 환경 등을 보면서 ‘다이내믹 보치아’라는 플래카드의 구호는 너무 안 어울린다 싶었다. 그러나 점점 경기 규정과 선수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하는지 조금씩 이해하면서, 상대방이 던지고 굴린 공의 방향과 힘에 따라 흰 공과 레드, 블루 공의 배치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을 보며 ‘다이내믹 보치아’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다이나믹함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BC3 경기 보조 선수를 하면서 우리가 가진 흰 공, 레드 공, 블루 공을 원하는 방향과 거리로 보내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 경기장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선수와 함께 만족하는 부분에 도달하면 해당 공에 표기하고 거리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루한 느낌이었지만 그렇게 시간을 들여 꾸준히 만족스러운 공을 만들어 시합에 나가, 새로운 시합장에서 우리가 만든 공이 원하는 거리와 방향으로 갈 때의 뿌듯함과 든든함은 남달랐다. 그만큼 시간을 들여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2025년부터 BC3 경기 보조 선수로 등록하고 시합을 다녔다. 처음부터 금메달이라는 큰 욕심보다는 8강을 목표로 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경기에 졌을 때, 특히 홈통 조절이나 제한 시간에 쫓겨 패배했을 때는 ‘나 때문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지난해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했을 때는 금메달을 향한 아쉬움보다는 둘이서 1년간 함께 연습한 결과에 대한 성취감이 더 컸다. 이어진 2025 두바이 아시안유스패러게임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라는 대표성이 주는 자신감이 생겼고,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훈련을 도와주고 연습 게임을 해주신 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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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준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운동을 아무리 잘해도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을 텐데, 네 덕분에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금메달을 목표로 삼게 됐어.”
해준이와 내가 목표로 하는 2028 LA 패럴림픽 금메달을 향해, 2026년 국내 대회 때부터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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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권광안(58・보치아 경기 보조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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